글 수: 105    업데이트: 25-10-23 09:21

자유게시판

가설극장 커튼콜 영남일보 게재문
관리자 | 조회 37
 
 
 
 
 나의 8번째 시집 [가설무대 커튼콜]을 세상에 내어보낸다. 한 세상 살다보니 변방의, 그것도 가설무대에서 한 마당 놀음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땅 속 뿌리가 어둠을 먹고 키운 고독이, 죽고 싶도록 휘휘해지면 그땐 지독한 슬픔이 웃는다. 하,하,하 미친 듯 웃으며 커튼콜로 시의 밥상 차렸으니 흠향歆饗하시라.
 -시인의 말
 
시집 [가설극장, 커튼콜] 마지막 작업으로 시인의 말 정리하고 보니 제법 건방져 보인다. 시도 수필도 결국 체험이 바탕이 되는 글인데 그동안 나의 참 모습을 숨기려고 헛웃음도 많이 웃었던 것 같다. 그 덕에 표정이 밝아진 것을 감사해야겠지만 이제 생의 가설무대에서 내려 가야할 때가 다가오니 진정한 내 모습 찾아보고 싶었다. 항암과 요양병원시절 그 당시를 회상하며 누드가 되어보고 싶었다. 어차피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하면서 그냥 다 드러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 처참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산문에 쓴 것처럼 시안詩眼이 열리면 점점 모든 사물들이 날 세운 가시로 바람의 간이 짠지 싱거운지 빗물의 체온도 재어 맛보고 햇살의 심장 뜨거운 부분을 찔러 깊은 통증에 나른하게 젖는 현상이 보이고 투정도 하며 붉은 꽃송이 피워 색으로 향기로 품었다 뱉었다가 색정증 굴레 벗어나지 못하는 시인은 미, 투의 달인이 되어야만 하는 숙명인 걸 깨닫게 된다. 내 가슴에 떨어진 별똥별, 십년이 지나니 그 사실도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내 가설무대에서 물러나란 뜻인 줄 알고 받아들이려 했지만 분명 커튼콜이 있었는지 아직 살아 시를 쓰고 있어 즐겁다.

겉절이 같은 내 풋사랑
하얀 백합으로 피어나나 싶더니
아버지, 한 마리 용으로 날아올라
화르르, 화르르르 불 내뿜던
첫사랑 무너져 내리던
그 날 화들짝 피어난 저 불꽃 뒤
내 눈물폭포 숨어 흐느끼는 소리 소리들
김광석 거리 높은 벽 위에서
흘러내리고 있네
 
-능소화 폭포 전문
 
 
  밥이 아니라, 이제 마스크가 생목숨 줄인데도 내 시의
발은 코로나 19에 얼마나 떨었는지 그 흔한 영감 하나
주워 오지 못하고 게으른 냥이 한 마리 빈둥거리고 있네
 
-시, 발 전문
 
시집 [가설무대 커튼콜]을 준비하며 진정성 있는 나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구름이 하늘에 멋들어지게 꽃 피우듯 한 순간 바람의 깃털에 찔려 숲 속으로 쿵, 넘어지는 설해목 여린 등걸을 쓰담, 쓰담 어루만져 주는> 손이 되고 싶었다. 언어유희나 서구적인 묘사도 중요하지만 징의 재울음 같은 한국적인 정서의 한이 녹아들어 진한 감동을 주거나 아니면 풍자 해학으로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는 고집 버릴 수 없다. 그러려면 내 안에 숨어있는 아니면 가까이 있는 진정한 징의 고수와 징채를 찾아 모셔야 한다. 늘 감사한 마음가짐으로 신중히 깻단들을 털고 있다.
 
시집 해설을 정 숙 시인 본인이 직접 [신생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쓴 고백 형식이어서 시인의 삶을 자세하게 알 수 있어 시인의 시 정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정 숙 시인은 현재 재능기부로 범어 커뮤니티 센터에서 야시골 문학회와 용학도서관에서 시, 스토리텔링 반을 맡고 있고 대구이육사기념사업회 고문이며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로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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