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한 한 생각:
詩作과 좋은 詩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한 시인은 말합니다. 시작법이란 첫째, 멈추세요. 사랑하는 것 앞에서 멈추세요. 둘째, 바라보세요. 셋째, 들으세요. 사랑한다면 다 대화가 통합니다. 우리는 반려견과 반려묘하고 대화를 합니다. 서로 사랑하면 대화가 됩니다. 한 대상에 대하여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시를 쓰는 것입니다.
좋은 시는 끝없이 질문하는 시에서 탄생합니다. 질문을 통해 사유가 생기고 시가 깊어집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 시가 생긴다. 시는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입니다. 그 꿈틀거림이 무엇인지 해독하는 능력이 바로 독서와 지적 축적에서 나옵니다. 내 안에 열병 같은 것. 잃어버린 날개 같은 것. 불탄 상처 같은 것. 이것이 무엇인지를 해독하며 고독해질 때 비로소 첫 문장이 탄생합니다. 감동을 주지 못하면 시가 사랑받지 못할 것입니다. 오래 남는 시가 무엇일까요.
11월 1일에 나희덕 시인의 잊을 수 없는 강의를 불암도서관에서 들었다. 행복하였다. 살아오면 어떤 상황에서 한 시가 탄생했는지 등 3시간 동안 들었다. 나희덕 시인에 대한 시와 이야기는 다음호에서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시는 정숙시인과 심보선시인의 詩입니다.
골목길 ―가설무대 7
― 정숙
이제 그림자들만 오징어 게임하고 있을까 신작로에 대형버스가 날렵하게 빠르게 달린다고 큰길만 쫒아다녔지 흙먼지와 검은 연기 달게 마시며 내가 한마당 꿈꾸며 살아야할 무대 곧고 넓어야한다며 좁은 길 흙담에 기대어 핀 맨드라미 봉숭아도 못 본 척 밟고 지나 갔었지
밥 때 되면 엄마들 제 배꼽줄
자야, 숙아, 철이예이
굴뚝에서 장작 타는 연기에 섞인
시든 풀냄새 비웃으며 살아온 길,
칠순이 낡은 앨범 정리하다보니
그 시절 닿을 듯 말 듯 옷깃 스치던
머슴애 굵은 눈망울만 남는다
넓은 바다 아닌 작은 가슴에 기대어 콩닥콩닥 뛰는 심장소리 듣고 싶어 수평선에서 희번덕거리는 까치놀 이제사 네 그림자 나선다
[단상]
시집 『가설극장 커튼콜』에서 가져왔다. 시집은 가설극장에 관한 시편이 20편 들어있다. 무대가 끝나고 다시 관중 앞에 나와 인사하는 커튼콜을 생각해 본다. 우리는 각자 세상의 무대에서 무엇을 연기하고 있을까? 멋진 사랑, 멋진 성공, 멋진 삶, 그런 것일까? 우리네 삶은 골목길의 연속이다. 우리가 골목에서 보았던 것은 무엇인가? 세월이 지나고 내게 남은 골목의 풍경은 무엇인가? 사는 것이란 골목에서 골목으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침묵예찬
― 심보선
어젯밤 꿈속에
아는 단어들을 죄다 토했다
꿈은 얼마나 깊고 깊던지
어릴 적 토한 비명들
여태 바닥에 닿지 않았다
오늘 아침 내게
남겨진 것은 침묵뿐
나는 그것을 어금니로
꼭꼭 씹어 삼키고 있다
오늘밤 꿈속에 다시 다 토하려고
내일이면 어렴풋이나마 알겠지
침묵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나의 자아가
각설탕처럼 부스러질 수 있다면 좋겠다
하루하루 조금씩
조용히 달콤하게
내 영혼을 아무리 세게 던져도
아무도 다치지 않게
침묵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말없이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사람은 황홀에
혹은 환멸에 빠져든다
창밖 길거리엔
뾰족하고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모여
동그랗고 부드러운 척하고 있다
고양이 우는 소리와
개 짓는 소리만 진실하다
옛 뱃사람들은
항구라는 점이 보일 때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바다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했던 것일까
침묵하는 동안
뒤돌아보면
인간에게서 멀어질 수 있는 점이나 찾아야겠다
그러는 동안
나의 자아는 각설탕처럼 부스러지리라
하루하루 조금씩
조용히 달콤하게
내 영혼을 아무리 세계 던져도
아무도 다치지 않으리라
[단상]
『문학동네』 2025 가을호에서 가져왔다. 시인은 꿈속에서 단어를 다 토했더니 침묵뿐이라 한다. “침묵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시인은 궁금하다. 침묵은 또 하나의 말이지만 말이 없는 것이기에 우선 좋다. 상대가 침묵해주면 감정이 상할 일도 기분이 좋을 이유도 없다. 시인은 “침묵은 얼마나 경이로운가”라고 침묵예찬을 한다. 각설탕처럼 다 부스러지고 나면 남는 것은 먼 바다에서 보면 항구는 점이다. 시인은 인간에게서 멀어질 수 있는 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한다. 침묵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으리라”고 한다. ― 牙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