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19    업데이트: 26-06-16 18:34

신작소개

2026, 봄소풍 경산문협
관리자 | 조회 117
2026, 봄 소풍/ 정 숙 
 
사월 바람이 벚꽃 이파리 마구 흩날리던 날
 
한 마리 하얀 나비로 하늘 길 찾아 날아가신
 
엄마, 명주 저고리 옷고름 한 자락 잡고
 
영주 마애여래좌상 찾아가는 길목 수양버들 가지들과
하늘하늘 노래 부르고 계시네
 
노들강변 봄버들!
닐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난실로
 
어느새 갈대꽃 피운 셋째 딸이 목울대 한껏 세우고
 
무정세월한허리를 칭칭동여서매어나볼까
 
 

 

 

 

2026, 봄 소풍/ 정 숙 

 

사월 바람이 벚꽃 이파리 마구 흩날리던 날

 

한 마리 하얀 나비로 하늘 길 찾아 날아가신

 

엄마, 명주 저고리 옷고름 한 자락 잡고

 

영주 마애여래좌상 찾아가는 길목 수양버들 가지들과

하늘하늘 노래 부르고 계시네

 

노들강변 봄버들!

닐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난실로

 

어느새 갈대꽃 피운 셋째 딸이 목울대 한껏 세우고

 

무정세월한허리를 칭칭동여서매어나볼까

 

 

 

탈모통엔 내가
-방천연가 4[신내방가사 23]
 
고추방앗간, 참기름 집 옆 떡집 지나면
철사 얽어맨 통 속에 갇힌 닭들이
게으름에 길들여져 발톱만 기르고 있었다
조상기일 핑계로 내 손짓에 목숨 달린 그들은
한 생을 맘대로 요리한다고 날 거만스럽다고 욕했겠지
탈모통 속 돌아가며 탈 뽑히면서
날개 푸득거리는 그 소리 참말로 미안했었는데
털 뽑히는 그 모습이
시집살이 입방아에 시달리는 한 여자와
닮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팽이
-신 내방가사 19
 
시집이란 살얼음판에서 말씀으로 눈총으로

두드려 맞고 잘도 뱅글뱅글 돌아가더니

화장 짙은 시앗 아닌 횡설수설, 술각시 얻어

그는 딴살림 회초리, 홧병에 맥 놓고 누워 있으라며

자꾸 쓰러뜨린 뒤 다시 팽이채 휘두른다
 
그래도 퍼뜩 일어나 눈알 빠지도록 돌면서

지친 고목 떠받들고 봄여름 지난 줄 모른 채

겨우 단풍잎 갈아입으려는데 잎은 떨어지고

찬바람이 뼛골 들쑤셔도 그 걸음 멈추지 않으려

뱅글뱅글 새빠지게 늙은 몸 돌리고 또 돌린다
 
 
 

 

 

 

한여름 밤의 광시곡
-피아니스트 1
 
피아노 건반 어디에 숨어 있는가
다섯 살부터 두드리고 치고 때리고
숨은 제 꿈 조각들 밤송이 털듯 털고 있다
왕벌의 비행. 무리에 끼어  날아가거나
즉흥환상곡에 묻혀 흐느적이기도 하는
가녀린 손가락 길들이느라 바친 꿈들이
공간이란 섬을 도깨비불로 가득 채우고 있다
팔월염천 더위도 기절했는지
오싹한 기운이 팔뚝에 소름꽃을 피운다
 
돌아가는 길 어느 선술집에서 막춤이나 추어야겠다 후두둑 떨어지는 밤송이 가시들 그 마음을 눈치 차렸는지 아야의 무릎에 우루루 쏟아낸다 보드라운 살결 찌르며 다그친다
더 빨리 더 강렬하게 말갈기 세워야한다고 김명현의 손가락까지 같이 종을 치며 꿈의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 수평선을 연주한다 그들의 격렬한 만남의 소리그림, 빛나는 광석을 시인의 검지는 시어로 다듬고 세공하느라 폰 자판에서 미친 듯 독거미 타란툴라 춤을 춘다
 
미칠 수 있는 그 순간이 생의 절정, 또한 절경이며 미슐랭의 오르가즘이리니
 
 

 

 

 

2026, 드라큘라에게
 
물어라!
더 세게 콱 물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항암에 지독히 찌든
검붉은 피 한 방울 남기지 말고 다 마셔라
 
흐느적흐느적 실신해 쓰러지면
선홍빛 피, 다시 새싹 틔우도록
신선초 키워, 해맑은 꽃송이들 피워내도록
 
검버섯들만 살아남아 어둠에 빠진
시어들 물갈이 하려면, 흡혈귀여!
 
시여!
관 속에 누워 눈알만 멀뚱거리지 말고 얼른
깨어나시라! 목덜미 주름 더 깊어지기 전에
 
 
시인 [정 숙, ] (jungsook48@hanmail.net)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신처용가><위기의 꽃><불의 눈빛><영상시집><바람다비제><유배시편><시선집-돛대도 아니 달고> 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전자시집 <그가 날 흐느끼게 하네><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연인, 있어요><가설극장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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