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29    업데이트: 26-09-12 14:20

신작소개

26, 씨 겨울호 발표 지상철 잡초 감정사, 모란이 피다 2
관리자 | 조회 22
지상철
-가설무대 51

저 근육질, 헛바람 지고

누구의 묵은 그리움 이어주려

저리 허공을 뚫고 달려야하는가

한 주먹꺼리도 안 되는 허술한 세상

내 마음 벽조차 관통하지 못하면서 
 
 
잡초 감정사
-가설무대 52
 
범어 산 오르내리며 한 개씩 얹어 쌓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눈 맞춤도 없이 내뱉는다
못난 돌이 빈틈을 만들어야
바람이나 빗물이 지나가는 길 있어야
돌탑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다듬어지지 않은 돌들이 맞물려 길을 내준다는 말인가 발에 차이는
모난 돌 사이 빈틈이 잣대저울을 바르게 한다는 건가
 
남에게 길 내어주지 않으려 패랭이꽃의 보라색, 귀여움도 즐기지 못하고
가슴속 꽁꽁 숨기며 살아온 내 가설무대, 낡고 헛헛한 것은 서로 정확하게
자르고 세운 벽 때문에 숨쉬기 벅찼던 건가
 
사월 바람이 내 어깨 다독이는데
벚꽃 화안한 미소에게 또 물어본다
삐뚤어진 틈이 돌탑을 쌓는다면
봉무산 금목걸이 아저씨 칠십 평생 쌓은 탑
대장암 그 간절한 기도 누가, 왜 무너뜨렸을까
 
 
모란이 피다2
-가설무대 53
 
활짝 피웠다 하얀 벽지가 누런 향기 빨아들인다
겨울 안방 그득하다
 
한 보름 물 한 모금 드시지 않았는데
힘쓰지 않아도  줄줄 꽃피우고 계시더니
천천히 일어나 앉으신다
야야 밥 한 숟갈 삶아오너라
내가 한 숟가락 먹고 떠나야 너거가 잘 산단다
내 맏며느리 그동안 고생했다 미안하다
 
힘 빠진 모기 소리가 왜 그리 크게 들리는지
그 울림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왜 울려오는지
사시사철 이울지 않는 모란이 왜 피고 있는지
 
꿈에 시어머니, 먼 길 가시다 두 다리 들고
앉아 뱉는 황금빛 똥이 하늘로 치솟는다
누워서 호령하던 삼십년 시집살이
평생 향기로운 꽃밭이다
 
약력
 
1948년 정 숙 시인 (정인숙)경북 경산시 자인출생
1993년 시와시학 등단
1996년 첫 시집<신처용가>에서 2025년 8시집 <가설극장 커튼콜> 출간
2011년 제 1회 만해 님 시인상 수상 4시집 <바람다비제>
2015년 대구 시인협회 상 수상 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주소 대구시 동대구로 274 범어동 궁전맨션 2동 406호 4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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