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76    업데이트: 24-05-03 14:25

신작소개

23, 미래시학 여름호 발표봄날, 명시 한 편에 젖어들다/자화상 ㅡ간이역에서2
관리자 | 조회 414
자화상
ㅡ간이역에서2
 
홍매인 줄 알았는데
흑매를 피운 나무 아래서
기어이 뿌리까지 파봐야 한다며
종일 삽질을 하다 지쳐, 퍼질고 앉아
막대사탕의 단맛을 빨고 있던
한 여자
샘물을 길어 한 다라이 덮어써야
정신이 퍼뜩 맑아진다며
두레박을 당겨 올리고 있다
샘이 얼마나 깊고 깊은지  
언제쯤 물을 퍼 올릴 수 있는지
반나절 지나도록 물소리 들리지 않아
아득히 공허만 바라보고 있다
실은 올라오지 않기를 은근 바라는
눈빛 아닌가
그래, 잠시 쉴 때는 단맛이지
짭짤 달콤에 젖는 꿈꾸려는데
봄밤, 소소리 바람이 살을 파고든다
 
 
 
 
 
 
 
 
 
 
봄날, 명시 한 편에 젖어들다
 
-간이역에서4
홍 쌍리 매화농원에 서 보면 힘이 보인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가진
힘의 꼬리가 얼마나 길고 강한지
왜, 온 산등성이가 매화나무를 가꾸어
꽃을 피우고 있는지
사람꽃 때문인가 매향은 약하지만
홍매, 흑매, 청매, 수양매, 백매
매실나무들은 마치 투우사처럼
각자 자기 빛깔의 망토를 펼치고
눈바람과 싸워 이기는 길 찾은 것이다
“사람이 그립고 외로워서 매화나무를 심었어요”
홍 쌍리 여사의 말은 여리고 부드럽지만
그 많은 투우사들 훈련시키느라
갈쿠리 같은 억센 손과 음성으로
호령하는 여전사의 모습 보여준다
아름다운 명시들이 펼쳐진 산 비탈길에서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한 시인이
병실의 창살 바깥 밤하늘을 밝히는
별들을, 미친 듯 채색하는 고흐를 보고 있다
 
 
 
시인 [정 숙, ] (jungsook48@hanmail.net)
본명 정 인 숙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2010, 1월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
2015년 12월 23일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
<신처용가>1996 <위기의 꽃>2002 <불의 눈빛>2006 <영상시집>2005<바람다비제>2009 <유배시편>시집 2011과 [DVD] 출간 2012<시선집-돛대도 아니 달고> 제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5 전자시집 <그가 날 흐느끼게 하네><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9) <연인, 있어요>(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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