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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소개

2022, 3월 14일 -정 숙[22, 사람의 문학 여름호]
관리자 | 조회 293
2022, 3월 14일
 
음 이월 바람을 피해, 보현사 가는 샛골목 계단에 주저앉은 노숙자의 너덜거리는 구두 코 끝에서 햇살이 눈치 없이 고양이 재롱을 떨고 있다
 
뱃가죽이 붙어 허리는 굽어지는데 무료급식소 문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자물쇠 눈치만 살피고 있고
 
조폭 코비드는 죽음의 쓰나미를 몰고 온 이후 아직도 인간들의 지배자라며 오미크론이란 제 양물의 정액을 퍼뜨리고
 
지쳐버린 절망이 이웃 절망의 손을 붙잡고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나 불러 모으다가 취해, 드르릉 코를 골아대다가 빛 부신 유리조각이라도 발견했는지 두 팔을 휘젓고 있다
 
 
 
 
사람의 문학 여름호
 
 
 
 
 
 
이월바람
 
얼마나 매운 떡볶이를 먹었기에
저리 혀를 내두르며 울부짖고 있나
온몸 불 붙은 타란튤라 춤추고 있다
가을날 가슴 부풀리며 범어네거리
환히 밝히던 은행나무 둥치에서
여린 가지들이 곧 떨어져나갈 듯 
웅장하고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
운명 교향곡도 아니고
왕벌떼들의 비행소리도 아니다
잠시 바람결을 피하려다 올려다보니
나무둥치 높이에 ‘피아노 삽니다’ 팻말
피아노가 산다고?
그럼 이게 피아노 소리인가
도대체 누가 연주하고 있는 가
영등할미가 비와 함께 오는 딸이 아니라 
억척스런 며느리 데리고 내려와서
올해 농사가 풍년이라고 신이 나
건반을 부수어대는 것인가
010 8523 3333 전번도 있는 걸보면
철없이 봄밤이라예 ! 나불대는
처용아내, 내가 먼저 전화하라는 뜻인가
 
사람의 문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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