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5    업데이트: 24-03-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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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무대 - 정숙 ■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신작시 l Newly Written Poem, October Issue in 2022 ㅡ통호 제162호 l Vol 162
아트코리아 | 조회 326
가설무대 - 정숙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신작시 l Newly Written Poem, October Issue in 2022 ㅡ통호 제162호 l Vol 162


가설무대

         정숙


절대로 원한 적 없었을 텐데

무대가 이미 펼쳐져 있었지

꽃도 향기도 싫었지만

때 되면 열매 맺어야 사람이 된다

앵벌이 위해 향 피우고

꽃잎 다듬어야 한다 재촉하더니

이제 왜 무대를 거두려 하고 있나

초침소리, 거품 물고 다그친다

넋두리가 후추 뿌리고 있다

가래 끓는 속으로 갇힌 기침소리

시간의 넋 흔들어대며 

잠깐 펼쳤던 판, 파장이다

팔십년 한 생이 마감하느라 

팔 오년 팔월 삼일 새벽 네 시라는

손주 며늘의 말에

핏빛 모란 송이 큼지막이 그리곤

인연의 끈 스륵 놓아버린다

비로소 날개 돋아나는 걸 믿는지

미소 머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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