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5    업데이트: 24-03-15 14:02

언론.평론.보도

정 숙 시인 *봄밤이라예! 처용아내, 삶의 리얼리티 2022년10월 13일 대구문학관 대구의 힘, 문학의 힘 특강
관리자 | 조회 687
*봄밤이라예! 처용아내, 삶의 리얼리티 20221013일 대구문학관 대구의 힘, 문학의 힘 특강
시인 [정 숙, ] (jungsook48@hanmail.net)
본명 정 인 숙 ,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
1991년 우리문학 등단,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신처용가>1996 <위기의 꽃>2002 <불의 눈빛>2006 <영상시집>2005<바람다비제>2009 <유배시편>시집 2011과 [DVD] 출간 2012<시선집-돛대도 아니 달고> 제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5 전자시집 <그가 날 흐느끼게 하네><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9) <연인, 있어요>(2020)
1997년 [김재홍의 시어사전’]에 정 숙의 많은 경상도 사투리 시어 수록,
1998년 [김재홍의 현대시 100년 한국 명시 감상’]에 첫 시집 신처용가’(1996 년 발간) 웬 생트집이 수록
2010, 1월 만해 ‘님’ 시인 우수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
2015년 12월 23일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 2020,경맥문학 가족상
시와시학 시인회 전국 회장,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회 회장 역임
포엠토피아. 시마을 인터넷 강의, 서부도서관, 청도도서관, 북부도서관 시강의
본리도서관, 대구문학아카데미 현대시 창작반 강의
범물 시니어 복지회관에서 내 인생의 꽃에 대한 강의
2000년 ‘찾아가는 시’ 행사에서 [봄날은 간다1]극본, 공연[경산여고 강당에서]
2011년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성공적 개최 기원 [봄날은 간다1] 극본과
이병훈, 최경자 낭송가들과 시극공연
2016년, 2017년 5월 ‘봄날은 간다 2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극 극본 과 연출, 상화네거리에서 공연, 본리 구립 도서관 시와 낭송 수강생들과
2016년 5월 방천연가에서 처용아내와 장구쟁이 마당극 공연
2018년 신나는 예술여행, 녹색문화콘텐츠 개발연구원 주관, 시극 공연
2019년 대구칼라풀축제에서 대구문인협회 주최로 정 숙 극본 ‘봄날은 간다1’ 시극공연, 최경자 시극단과 공평 네거리에서
2022년 경주 펜문학에서 웬생트집 시를 경주를 노래한 한국의 명시로 지정
2021년 4분기 부터 용학 도서관에서 현대시의 이해, 현대시 창작 강의 중
20221013일대구문학관 대구의 힘, 문학의 힘 특강*봄밤이라예! 처용아내, 삶의 리얼리티
2023년 신처용가 시집은 백석대학교 산사 현대시 백년 문학관에 영구보존
 
대구매일신문사에서 간행한 시인의 고향을 찾아서[경산시 자인면 계정 숲에서]
*신처용가 속 처용아내, 삶의 리얼리티
 
1.향가 중 처용가를 패러디한 소설 같은, 모국어 경상도 사투리 연작시
신처용가의 근원지
 
일곱 번째 시집 [연인, 있어요]이 나오기 까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 내용 중 처용가를 패러디한 대구 경상도 방언으로 쓴 첫 시집 연작시 [신처용가]의 처용 모티브는 경산시 자인면 계남동 까막새 외딴 과수원에서 비롯했다. 왜냐면 경북 월성군 양북면, 대왕 바위 가까운 곳에 사시는 고모부님 두 분이 자주 놀러오셨는데 그 분들은 고모님이 불쌍할 정도로 최고의 한량이었다. 바람처럼 한 번씩 오시면 사랑채가 온통 들썩거렸다. 양춤을 춘다고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노래하며 온갖 고향 소식을 들고 오셨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무척 즐거워하셨다. 세분 무덤도 처용의 고향 대왕암 가까운 산골짜기여서 자주 만나고 계실까? 그런 추억을 토대로 처용아내의 입장이 되어 대구 경상도 방언으로 쓴‘웬 생트집’ ‘휴화산이라예’ 연작시들[신처용가,1996년]이 낭송으로 시극으로 공연이 되고 있고 [김재홍의 시어사전’]에 정 숙의 많은 모국어 시어들이 그리고 [김재홍의 현대시 100년 한국 명시 감상’]에 첫 시집 신처용가’(1996년 발간) 웬 생트집이 게재되어 많이 애용되고 있으니 경산 출신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와 알 수 없는 깊은 인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신처용가 시집 나온 지 26년이 지난 지금 새삼 사투리를 모국어라며 보존하려는 목소리 커지고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또한 ‘웬생트집’은 2022년 경주 펜문학에서 [경주를 노래한 한국의 명시]로 지정하고 문정헌에서 김춘수선생님과 나란히 작품을 전시되어 있어 더욱 기쁩니다.
 
2. 처용아내와의 운명적인 만남, 1990년대 초기 현대시학에서 어느 남자 시인이 발표한 시 처용아내가 온통 화냥년으로 발표한 작품을 보고 문득 처용아내를 구해야겠다는 결심 후 쓰기 시작했는데 1995년 시전문지 시와시학에 신작 특집 5편을 수록한 뒤 반응이 뜨거워서 무척 놀라기도 했었다. 시어 중 기생으로, 월경으로 발표했는데 오탁번 교수님께서 서답과 기집으로, 수정해주셨고, 안 그래예?는 김 재홍 평론가님의 조언이 있었다.
3. 신처용가는 90년대의 시대상과 사회상, 유행어의 기록이기도 함
 
웬 생트집?
-처용아내 1 [신처용가]
 
가라히 네히라꼬예? 생사람 잡지 마이소예.
달이 휘영청 청승떨고 있지예.
밤이 '어서! 어서!' 다구치미 깊어가지예.
임카 마시려던 동동주 홀짝홀짝
술삥이 혼자 다 비았지예
용광로 부글부글 끓는데 임이 안오시지예.
긴 밤 지쳐 살풋 든 잠,
찔레꽃 꺾어 든 귀공자를 잠시 반긴 거 뿌인데예.
웬 생트집예?
셔블 밝은 달 아래서
밤 깊도록 기집 끼고 노닥거린 취기
의처증 된기라예?
사철 봄바람인 싸나아는 간음 아이고
외로움에 속 골빙 든 여편네
꿈 한번 살짝 꾼 기 죈가예? 예?
 
 
*웬 생트집의 웬은 그 당시 유행어
 
*정 숙의 첫 시집 신처용가는 신라시대 향가 14수 중 처용가를
 
셔블 발기 달에 밤드리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보니 가라히 네히어라/ 둘은 내헤다 마는 둘은 뉘헤런고/ 본디 내헤다 마는 앗으니 어찌리꼬/
 
풍자, 해학으로 패러디한 연작시이다. 신라시대 표준말은 대구 경상도 말이라며, 신라시대 처용아내가 되살아났다며, 처용아내가 바람피운 게 아니라며, 바람을 피운 이유가 있을 거라며, 진정한 여성해방, 인간회복의 길을 모색하느라 시집 한 권 내내 즐겁게 소설을 쓰듯 연작시로 작업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스스로 놀라기도 한 작품이다.

‘웬생트집’은 2022년 경주 펜문학에서 [경주를 노래한 한국의 명시]
 
*시의 대중화, 관객과 어울리기 위해 시극, 마당극, 퍼포먼스 등을 시도
*2019년 대구문학 아카데미 회장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찾아가는 시’ 행사에서 [봄날은 간다1]극본, 첫 공연[경산여고 강당에서] 김재홍, 최동호, 정호승 선생님을 모시고
*1997년부터 경상도 방언이어서 이해하기 힘든 점이 안타까워 퍼포먼스 겸한 낭송을 시작함, 특히 고 조병화선생님께서 무척 좋아하신 이유 중 김춘수 시인과의 관계가 재미있다.

2011년 세계 육상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정 숙의 [봄날은 간다 1]시극공연[대구 시의회 후원, 이병훈 최경자 낭송 극단과]
 
3. 정 숙의 첫 시집 [신처용가]는 20세기 말 남성의 권위가 추락해 가고 있는 이유를 찾아 그 당시 처용아내의 삶을 재해석, 마당극이나 시 퍼포먼스, 풍자와 해학의 시극 봄날은 간다1 정 숙시인의 연출과 대본이 되기도 함
 
오늘날 이 땅에서 가장 간절한 문제의 하나는 정의로운 부의 형성과 함께 정당한 평등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분 단 이래 줄기찬 민주화 투쟁으로 인해 이 땅에서 자유의 실천은 어느 정도 수준에까지 도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평등의 실현은 만족할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분단이라는 상황 자체가 그러한 평등의 올바른 실천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실상 평등을 논하는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한 이유가 된다.
원론적인 면에서 평등은 인종적, 민족적, 지역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체적, 性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차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서 性적인 평등과 지역적 평등의 문제는 오늘날 이 땅에서 보다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성과 의미를 지니다. 우리 사회가 80년대 접어들면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급격히 변환되는 것과 함께 가치관의 일대 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중심의 전통사회가 급격히 무너지고 핵가족화 되면서 새로이 남녀평등의 문제가 대두된 것은 性적 평등의 문제를 야기하였으며, 급격한 전파매체시대의 도래로 인하여 전국이 동시생활권에 접어들면서 지역 간의 평등문제가 핵심문제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특히 90년대 들어서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지역적 평등이 오늘 이 시대의 한 중심명제로 떠올랐음을 웅변해 주는 한 예증이 된다.
이러한 전환기 문단에서 우리는 지역에 거주하면서 개성적인 각도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한 여성시인을 만날 수 있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지역에서 늦깎이로 등단하여 활동하고 있는 정숙 시인이 바로 그 한 예에 해당한다.
정숙 시인은 40대의 비교적 늦은 나이로 시단에 등장한 신인이다. 근년에 들어 이러한 늦깎이 여성시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면서도 부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저 그렇게 시인이라는 명찰만 달고 행세하는 함량 미달의 모양이 부정적이 한 모습이지만, 그 중에는 생명의 필연성 또는 목숨의 인과율로서 시를 쓰는, 쓰지 않으면 못 배기는 진짜 시인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진짜 시인들은 삶의 많은 굴곡과 명암을 겪어온 터이기에 시 속에 삶의 무게와 깊이를 확보하고 있어서 20대의 신진들이 지니기 쉬운 가벼움이나 벽을 일정 부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상 이 점에서 늦깎이 여성시인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은 시정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시작품의 질이나 가치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나 깊이로 평가돼야지 시인의 지명도나 남녀노소 여부로 따져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정숙의 시는 충분히 개성적이면서도 문제 제기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그의 시는 인간해방이라는 관점에서 남녀평등의 문제를 접근하고 있어서 관심을 환기한다. 삶 앞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평등해야 한다는 명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현실에서 남녀 또는 부부관계에서 불평등현상은 엄연히 실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숙의 시는 바로 이 점에 착목하여 남녀 불평등의 문제를 날카롭고 섬세하게 제기한다. 연작시 <신처용가>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연작시들은 처용의 아내를 시적 주체 또는 시의 화자로 하여 오늘날 이 땅에서 아내의 심리 또는 여성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남성 위주의 현실을 비판하는 것과 함께 진정한 인간해방의 길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에 값한다. -[김재홍 평론가의 신처용가 시집 해설 중 부분]
 
*시는 체험, 삶에 상상력과 비유로 형상화하는 것
 
休火山이라예
-처용아내 2 [벼랑 끝의 꽃]
 
보이소예,
지는예 서답도 가심도 다 죽은
死火山
인 줄 아시지예? 이 가슴속엔예
안직도 용암이 펄펄 끓고 있어예.
언제 폭발할지 지도 몰라예.
울타리 밖의 꽃만 꽃인가예?
시들긴 했지만 지도 철따라 피었다 지는
꽃이라예.
시상에, 벼랑 끝의 꽃이 예뻐보인다고
지를 꺾을라 카는 눈 빠진 싸나아 있다카믄
꽃은 꽃인가봐예?
봄비는 추적추적 임 발자국 소리 겉지예.
벚꽃 꽃잎이 나풀! 나풀! 한숨지미
떨어지고 있지예. 혼차 지샐라 카이
너무 적막강산이라예.
봄밤이라예.
안 그래예?
 
[1996년 제 1시집 신처용가]
 
 
 
희안한 제비라 카이예
-처용아내 3 [화투장 공산에서]
 
서방님, 서방님예
외로움이 속 골빙 다 들었어예.
삐속 씨리게 샛바람이 다 들었어예.
여편네들 허전해서예,
고 가슴에 날렵하게 한 마리 제비 키워서예,
그 제비캉 노닥거린다고
또 칼을 빼시겠어예? 우짤랍니꺼예?
퍼뜩이지만예, 볼품없는 우리 여편네들
여왕거치 귀케 모시데예.
고 짜릿한 맛
우째 잊을 수 있을까예?
화투장 공산 달 밝은 밤 즐기다 보이
날 새는 줄 모리겠데예.
희안한,
참 희안한 제비라 카이예.

 
 
*90년 대 그 시절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장바구니 맡기고 노름하다가, 칠성시장이나 낭낭 카바레 춤바람에 경찰서로 잡혀 들어가는 뉴스가 흔했고 성형수술이 시작되는 초기였다.
 
 
 
 
 
 
 
7.
 
 
걸레는 빨아도 걸레?
-처용아내 6 [대구 아리랑]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 케심니꺼?
웃기지 마이소.
시절이 하 좋아 해진 곳 잘라뿌고 기부믄
새 기 된다카길래, 늘 봄꽃으로 향하는
서방님 눈길 쫌 돌리볼라꼬,
애써 다리고 기벗는 얼굴이라예,
그 말씀 참말로 섭섭하네예.
못나고 텁텁하게 뚝배기 딘장이 말입니더,
날이 갈수록 구시하고 지 맛 난다는 사실
아직도 와! 모르시까예?
서방님, 서방니이임,
날 쫌 보이소, 날 쪼매 보이소, 예?
눈 딲으시고 딱 한분만 쳐다 봐 주이소, 예?
南方 출장이 잦은 이유를 지가 어디 모리는가예.
다 알고 있는 기라예.
 
 
 
 
8.
 
 
 
 
 
*남성중심사회에 대한 풍자와 야유를 통해 그 모순과 폭력성을 비판한다고.
 
 
얄궂어라!
-처용아내 7 [갈비집에서]
 
참말로 죄송하데예.
친구들캉 갈비를 뜯다보이
사방이 다
여편네들 시상이라예.
찬 점심 잡숫고 기실 서방님을 생각했심더.
싸납게 뜯던 갈비가 고마 목구명에 걸리가
안넘어갈라 카데예. 참말이라예. 근데예
서방님은예,
방석집에 핀 꽃들에겐 그렇게 인심이 좋다데예?
애자시고 번 돈 마구 뗀지준다 카이 참말이라예?
얄궂어라!
집에서는 고렇게 인색하신 양반네들이......
붉힌 얼굴로 큰소리 쳐 실쩍 넘어갈라 카지 마이소.
구렁이 담장 넘어가다 웃고 있심더.
지도 고집이 씨다카믄 씬 여자라예.
 
 
9.
정 숙의 호작질 [처용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녹색문화콘텐츠 주최 [시와반시]
정 숙 시극단과 시낭송, 천아트로 군부대와 요양원 일년간 전국 공연
 
10.
 
*여성들의 섬세한 본성이나 심리는 전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살아가는 남성들의 무관심함 또는 폭력성에 대한 야유와 비판. 남성위주 사회의 편견과 부당성에 대한 고발
 
바가지 긁는다꼬예?
-처용아내 8 [가시없는 장미]
 
뭐라꼬예?
바가지가 시끄럽다 칸다꼬예?
서방님예, 이건 애원입니더예.
까시없는 장미는
향기도 없고 기운도 없데예.
서방님께서 보드라분 꽃잎 만지작거리시미
코쟁이 술에 취할 때
지는예, 알뜰살뜰 살림 꾸리니라꼬
깔쿠리 손 됐어예.
와이카심니꺼. 예?
퍼뜨카믄 까치리한 손 이뿌다 카시미
거짓 노래만 부리시지예.
지는 마 밤마다 억센
까시를
꼭꼭 씹어 삼키고 있어예.
나이롱 비닐 바가지라 지 머리 빡빡 긁어싸도
잘 깨지지도 않데예.
 
11.
 
 
90년대의 남성위주 사회의 편견과 부당성에 대한, 세기말 적인 사회상 고발[본리도서관 좋은 시 쓰기와 시 낭송반 대구문학관에서
[정 숙의 7시집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출판기념회]2015년
 
 
 
 
 
 
 
 
 
 
12.
 
 
쌔기쌔기 벗어예
-처용아내 9 [믿읍시더]
 
쌔련된 기집이 좋다꼬예?
지도 쌕안경 하나 샀어예.
시상이 온통 쌔까맣게 보이네예.
우짜노!
서방님 가심 속조차 씨커멓게 보이네예.
꼴뚜기 심뽀 아입니꺼예?
누굴 믿어까예.
무서버서 몬살겠어예.
아이구 서방님예,
쌔기쌔기 쌕안경 벗습시더. 예?
쌕안경 없이 그 시절은예
서로 믿어
아름다분 시상,
말가이 다 비칬어예.
지 색깔
자연시럽게 바로 쫌 보고 사입시더. 예?
 
 
 
 
13.

*남녀평등 문제에 있어서 잘못된 인습을 야유하고 비판한다며 노래방에서 여성해방을,‘립스틱 짙게 바르고’ 임주리,드라마‘ 엄마의 바다’에서 김혜자가 불러
유명해짐 1993년
 
입수부리 뺄가이 바리고
-처용아내 10 [노래방에서]
 
피곤하시지예.
취하셨지만 이밤 유난시리 잘나보입니더.
노래방 번쩍번쩍카미 발광하는 조밍등 아래서예
실컨 노래 부리미 맥힌 속아지 풀었심더.
춤추민서, 괴성을 지리다가예
"입수부리 뺄가이 바리고"를 부릴 때는예
마 청승시럽기 조차 합디더.
서방님예, 등 쪼매 쭈무리드리까예?
너무 용쓰지 마이소.
갑째기 탁 뿌라졌부는 나무가 디기 많십디더.
걱정입니더. 미부나 고부나 서방님이 지
울타리 아입니꺼. 시상이 달라졌다 케도예
아이도 냄핀따라 인내를 한 구디에
묻어뿌립디더. 안그러십디꺼예?
 
 
*사회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통해 인간 회복을 강조하는 뜻이 담겨져 있음, 그 당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뉴스에 전국이 떠들썩했음. 한약상 부부 살해 사건
 
넘사시럽심더
-처용아내 11 [반성문]
 
잠든 아이들 다시 살피보자 켔심니꺼?
넘사시럽심더. 요 및년 동안
우린 마 미친거맨키로 갈팡질팡 흔들맀심더.
큰 손 욕하민서도 땅 따묵기와
도깨비 방맹이 뚜디리니라꼬 정신 없었제.
달아오른 냄비가 부글부글 거품 막 뱉아내제.
땅값이 서로 높이뛰기 하미
묵묵히 일만하는 사람 비웃제.
손끝에 춤발라 돈 시아리니라 바빴제.
서방님, 지는예 너무 죄송시러벘심더.
손도 짝지만예 방맹이조차 업서이
어른들 뵙기도 민망시러벘심더.
돈! 고거
쪼매 있다고 지 아아를 몬 믿는 부모를 우예
아아들이 믿겠심니꺼. 흔들리는 부모에 흔들리는
아아는 당연 안합니꺼?
그카민서도예, 하늘이 샛노래집니더.
참새가 지 샛바닥을 끌! 끌! 차고 있심더.
 
--한약상 부부 살해 사건을 읽고1994년 5월 26일 1백억원대의 아버지 재산을 노려 부모를 살해

 
[이병훈 최경자 낭송가의 시극팀과 처용아내들]
 
 
 
16.

지우개 타령
-처용아내 18 [시집살이]
 
보이소, 보이소예? 서방님 출타하시거던
지우개
하나 사다주실랍니꺼? 언지예,
아이라예. 시집살이에 얼키고 설킨 나뿐
기억들 말짱 지아뿔라꼬예. 어데 고런
요상한 고무지우개 있으까예?
참나무 밑에 있는 신내이꽃도 햇빛이 있어야
곱게 핀다는 사실, 와 몬 믿어시까예?
높은 자리에 기실 때 좀 잘 봐돌라 카는데
와카시는지 모리겠어예. 누가 쏙닥쏙닥
이간질하디라도 지를 믿어주이소. 예?
믿는 도끼가 발등 찍는 한이 있어도 우린
믿어야 됩니더.
아베 어메마마 지발 부탁입니더.
지발지발 부탁입니더.
 
 
 
 
 
18.
 
 
 
*오늘날 우리 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가 제시되면서 그러한 불평등과 소외를 극복함으로써 마침내 인간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위해
 
 
핑계로
-처용아내 19 [넋두리]
 
용왕님 아들이믄 뭐 용까능교. 사람이
가마 이스이까네 가마떼긴 줄 아능교?
지도 빈궁마만데 소처럼 일만하고
집지끼미 왜야 하능교? 속 천불나니더.
역신 너무 깔보믄 코 다치니까 구쿠니더.
 
지도 온갖 소리 다 낼 수 있는
악기니더. 아능교?
몸띠 속 신경들이 팽팽히 줄 땡기고 있니더.
서두르고 있니더.
 
 
 
 
 
19.
 
 
 
밥 묵자
-처용아내 23 [천근 무게]
 
서방님은예, 집에 들어오시믄 '밥 묵자, 자자'
고 소리빠께 몬합니꺼? 사근사근 웃으믄
뭐 큰 탈납니꺼? 입 꾹 다물고 껴안으신
테레비가 반갑게 사랑해줍디껴?
입수부리 새빨가이 바리고
박하향 요염시리 살랑살랑거리도
눈도 안 깜짝하시이
정말로 신경질 나겠심니꺼? 안나겠심니꺼?
 
가실 바람이 눈웃음을 사알살치싸체.
유리알겉은 하늘이 자꾸 멀리멀리 도망가싸체.
무딘 지 가심이 마 살얼음 어는 거 맨키로
찌리찌리해싸체. 아이구, 무시라 무시래이!
 
*비유와 상징이 주제의식과 잘 어우러져 내용과 표현에 있어서 조화와 탄력을 이루려고 노력
 
일기예보
-처용아내 25 [벼락]
 
낮은 기압골로
폭풍 전야
사흘 굶은 시어마시의 새꼬롬한 비 구름 새로
금새 비락이 치겠음
쥐구멍을 찾고 있음

 
택도 없니더
-처용아내 26 [알랑방구]
 
서방님예, 서방님예, 어데 기시니꺼?
소름 끼치도록
무서분 날씨니더.
어데서 무신 악기 연주하고 기시니꺼?
주무리고 뚜디리고 싹싹 빌미서
알랑방구 다 뀌도 소용없니더.
눈부라리미 번개캉 태풍이 지 가슴 막 후리치니더.
저 버들가지 입술 깨물고 참는 거 보이소.
금새 쓰러질 듯 쓰러질 듯하미 앤쓰러지니더.
참 인정사정 없니더. 말이야 바린 말이지,
내 씨레기통은 내가 비웁시더.
인자는 택도 없니더.
아아나 어른이나 과잉보호는 앤되니더.
앤그러니꺼?
 
*남성 위주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야유하고 풍자함으로써 편견과 불신, 일방통행적인 폭력성 등이 지배하고 있는 90년대의 사회 모순을 고발하고 비판
 
酒님의 품안에서
-처용아내 31 [화랑정신]
 
밤낮으로 나랏닐하던 서방님,
그 혼백 어데 내삐리뿌고
와 酒님의 품안에서 몬 헤어나능기예.
오기캉 뿔따구캉 남아 허풍치민서
철없는 얼라 되뿠능기예.
지 혼차 북치고 장구칠라 카이 힘들어
안죽겠능기예.
 
바람이 불믄예
키다리 뽀뿌라 이파리는 거시가
쉴새없이 잔소리 해대고예.
그 그렁지 밑에 며느리 밥풀때기는,
요래조래 시달리 허덕거리는데,
서방님 언제 어깨 한분 다독거리준 적 있능기예?
그런 거는 화랑정신에 안들었다꼬예?
큰 기침만 해싸치 마고예,
씰데없는 고 칼 쫌 빼 뿐질라 땐지뿌이소. 예?
 
 
 
22.
 
 
 
마카 다 늑대?
-처용아내 33 [숨바꼭질]
 
'몬찾겠어예 꾀꼬리' 서방님예, 고마 나오이소.
어데 숨었어예? 고놈의 숨바꼭질도 지칬어예.
인자 지가 숨을 차례라예. 와, 싫다꼬예? 지도
꼭꼭 숨어서 찾아다니는 서방님 꼴 쫌 보고 싶어예.
얼매나 안 꼬시겠어예?
와, 지만 맨날천날 찾아댕기야 되능기예?
 
서방님예, 이제 더 이상 지를 양보 몬하겠심더.
부덕이란 울타리에 지를 꽁꽁 묵까둘라카지 마이소.
숨이 막힙니더.
살아 있는 목소리 진짜 그립심더. 나비맨치로
훨훨 날아만댕기는 서방님, 우예 이 맘
아시리꼬! 차라리 무인도라 카믄...
 
씩씩거리는 역신이 아이라예 진짜 지
이바구 들어 줄 인간이, 사람이 그리버예. 서방님예,
 
예? 마카 다 늑대라꼬예? 뭐 그러까이예.
 
*조용필의 노래 ‘못 찾겠다 꾀꼬리’
 
 
 
23.

2011년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시극공연 대구 시의회에서 후원, 정 숙의 [봄날은 간다 1]

 
 
*인간해방의 이념적인 모습은 자기의 올바른 발견과 실천을 통해서 보다 완성된 모습을 지닐 수 있는 것으로 이해
 
걱정도 팔짜
-처용아내 34 [심술보따리]
 
눈꼴시러버서!
내 참, 시상이 우예 될라 카는지.
새댁들은 지 신랑 떡 주무르듯 하이까
시어마시 심술 겉에도, 머슴아들이
그 칼 어데 빼내삐리뿌고 와 저러키,
저러키 비실비실카는공?
 
그케사도 싸나아들은예 칼 갈 때 젤로 멋지데예.
칼날 비루고 또 비루는 그 모습 든든했잖아예.
싸나아들은 우야든동 나라 걱정하고 큰일 해야지
여잔동 남잔동 포띠가 없어졌어예.
지가 서방님 잘 몬 꼬시갖고 분해카능기 아이고예.
나라 장래가 걱정이라예. 참말이라예.
참말이라 카이예. 걱정도 팔자라꼬예?
 
서방님예, 새아기인테는 고로쿰 상냥하시민서......
고분 저고리 지게 더 어불리잖아예?
지는 뭐 찌꺼라지 묵고지버 묵는 지 아라예?
 
 
 
24.

정 숙의 호작질 처용무
 
 
 
 
 
 
 
 
 
 
 
 
 
 
 
*개인사 또는 가족사를 사회사 및 역사로 상승시켜 형상화를 이룩하려고 노력. 모든 역사는 개인사가 사회사로, 사회사가 다시 역사로 발전하고 확대해 가는 것이기 때문.
 
 
꽃봉오리는 꺾지 마이세이
-처용아내 40 [이발소에서]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하고 있다꼬예?
무신 헛소리냐고예? 가심이 하 답답하이까
캐보는 소리라예.
서방님 얼굴 민도는 지도 할 수 있어예.
칼질에 선수 아입니꺼.
능금 껍띠기 빗기는 거맨쿠로 싹싹 밀믄 되지예.
어린 지집아가 서방님 무릎팍에 떠억 걸터앉아서 해야 됩니꺼. 예?
저 커텐이 무신 짓을 하는 동 물결거치 흔들리네예.
남정네가 다 인신매매 공범이라예.
시들어 뿐 꽃도 봉고차에 실어간다 카디 진짜
아입니꺼? 시상이 우예될라카는 동......
나비들이 꽃이라 카믄 무작정 좋아하는 가베예.
 
"서방님예, 꽃봉오리는, 지발 꽃봉오리는 꺽지 마이세이." 카는
플래카드를 들고예 골목 행진을 할라캅니더.
예, 저분 반상회 때 의논했어예!
 
*90년대 초 부녀자 납치 사건 인신매매단이 부녀자를 승합차로 납치해 금품을 빼앗거나 유흥업소에 팔아넘겼는데 이 때문에 여성들은 검은 봉고차만 봐도 가슴이 철렁했던 시기로 할머니도 기름을 짜러 납치한다는 유머 아닌 유머도 돌았슴.
 
25.
 
 
 
*섣부른 구호나 주의 주장보다도 평범한 생활 속의 발견을 통해서 진정한 인간 이해와 상호 존중만이 모든 인류사회의 불신과 분쟁을 극복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며 지름길
 
 
현모양처가 될라꼬예
-처용아내 41 [지우기]
 
종일 지아뿌는 일만 하고 있었심데이!
청소하면서 지 발자죽을,
설겆이 하미 추억의 얼룩자죽을,
빨래하면서 희망 뿌시레기를
빡빡 지아뿌고 있었심데이.
뭔지 생각없이 부지런히 딲고 씨꺼보이
한숨캉 눈물밖에 안 남십디데이.
참말로 바보거치 살았심데이.
 
눈 뜨이까
벌씨로 황혼, 빈 껍띠기만 남아 허허롭게 흔들리고,
늦바람이 뼈 속으로 깊이 숨어들고.
비웃지 마이세이.
 
 
 
 
 
 
26.
 
 
불씨 안 꺼줄라꼬
-처용아내 42 [낭게꽃(호박꽃)]
 
어데 뭔 이뿐꽃 있나 고개 빼물고
뚜리번그라지만 마고예.
서방님 발 밑 한분 내리다 보이소. 예?
푹 퍼지긴 했지만도예
 
노랗게, 노랗게 불 밝히미
불씨 안꺼줄라꼬 안간힘 시고 있는
그 꽃 아 이뿜니꺼? 예?
행복이 지 손안에 있어도 몬 알아보믄
무신 소용입니꺼. 예?
 
지만 내 들바다 보라능 기 아이고예.
바람보고 가마 있으라 카이
니 죽으라 카는 기나 마찬가지지예.
그기 아이고예, 서방님,
핑생 뚜리번케쌌는 그 모습 안타까바서
안카능기예.
 
믿어주이소, 예? 지 낭게꽃 바다 겉은
이 맴을예.
 
 
 
 
 
27.
 
 
*보편적인 인간 발견의 몸부림
 
산호빛 낙엽 참말로 곱데예
-처용아내 43 [황혼빛]
 
보, 남, 파, 초, 노, 주, 빨,
무지개 빛깔 요리조리 섞어뜨개질한다.
어언 팔십이 뿌라져뿌리고
점점 지아지는 일곱 빛깔들.
안직도 꿈꾸는 나.
 
낡아 해진 털실 짤라내뿌고
이사가미 곱게 곱게 뜨개질한다.
밟히디라도 끝내 불타오리는
산호빛 낙엽,
황혼빛 화려하게 물들이진다.
 
꿈 쫌 퍼뜩 깨라꼬? 예?
 
 
 
 
 
28.
 
 
 
 
 
 
 
*자아 확립과 실천의 근본으로서 믿음과 사랑에의 확신과 갈망을 제시
 
세상사는 일
-처용아내 44 [실타래]
 
이미 짜뿌린 뜨개실이 소올솔 지난 시간들을
다부로 풀고 있었어예.
어디쯤에서 매듭이 잘몬 맺힜는지 이상했어예.
한분 잘몬 되믄예 끝까지 잘 안되는 기
인생 아인기예?
지난 일 자주 돌아보미 짜야 안되겠능기예?
뜨개질이 잘몬 되뿌믄예
풀어서 다시 짤 수 있지만도예
 
실타래가 헝클어져뿌리 보이소, 우예 풀겠십디꺼.
결국은 짤라내뿌야 되능 기라예.
서방님예, 지는예 실타래가 엉키뿌까바 젤로
걱정이라예.
 
우린 서로서로 책임이 있는 기라예.
 
 
29.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시극1.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696pixel, 세로 1168pixel
 
 
 
 
 
 
 
 
 
 
 
 
 
 
 
 
 
*자유에 대한 지향성과 갈망을 상징으로
 
 
돌리라 카지 마이소
-처용아내 47 [맷돌우화]
 
지는예. 마 맨날맨날 지를 맷돌에 갈고 있었심더.
가루가 돼 두부 될끼라고 말입니더. 바보라
카기나 말기나 네모난 틀에 꼭 맞는
두부가 될끼라고 말입니더.
우야다가 콩도 아이고 두부도 몬되고
와 이래 됐는지 모리겠심더. 맷돌을 돌리다 돌리다가
고마 딴 맘을 묵었는 가베예.
서방님예, 지는 우야믄 좋겠심니꺼.
 
맷돌만 자꾸 돌리라 카지 마이소. 지를
몬찾아 케샀는 인생 안 불쌍합니꺼. 모리겠심더.
지 좀 찾아주이소. 예? 그라고예 지 날개옷 좀
안돌리 줄랍니꺼? 인자 우짜겠심니꺼.
날개옷 있다고
다 내삐리고 날아가겠심니꺼? 언지예, 몬갑니더.
어데예, 안갑니더. 그라이 지 날개옷
한분만,
딱 한분만 입어보믄 안되겠심니꺼. 예?
 
 
 
 
 
30.
 
 
우야꼬, 우야기나!
-처용아내 48 [날개옷]
 
우야꼬, 우야믄 좋심니꺼?
날개옷이 짝아졌어예.
지 몸띠가 굵어졌다꼬예?
지는 아이예 지가 물찬 제빈줄 알았는데예.
착각은 자유라꼬예?
암만 날라케도 발이 안떨어지네예.
꼴프를 치던 동 똥배를 없애야 된다꼬예?
참말로 한심하네예.
 
우야꼬! 그동안 니 머했노?
머리는 텅 비우고
뱃속만 한거 채우고 있었는 기라예.
디기 무살 때 알아봤다꼬예?
돼지인테는 진주도 땐지주지 마라 칸다꼬예?
참말 돼지가 웃을 일이네.
우야끼나! 우야끼네이!
 
 
 
 
 
 
 
 
 
31.
 
*자성과 자기 다짐 속에서 새로운 자아 발견과 자기실현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의지와 결의
 
막 묵어제낀 거 아잉교?
-처용아내 49 [미궁 이야기]
 
고 쬐맨한기 무신 죄 있겠능교?
이빨 악물고 때리샀쿠로.
넘 원망할거 하나 언없능교. 다 지 탓 아잉교.
지가 지 골빈당 주 패기로 안했능교.
저 높은 만디를 전자 때리띠요
잘 날라카디 지 코앞에 픽 안주저앉아 뿌능교.
꼴프공을 맺분맺분 패고나이까 골이 탁 안틔능교.
 
서방님요, 지가 마 미궁에 갇힜던거 아잉교.
딱 뿌라지게 말하믄 지가 나오기 싫었던기지요.
얼라나 놓고 살이아 푹푹찌문
富티난다 카이 막 묵어제낀거 아잉교. 벱이 있는데요
울타리 밖에 쫓가낼 사람 누가 있겠능교. 안그런교?
 
고기 바로 미궁이라 카능 거 몰랐다 아잉교.
길 찾아나설 생각 꿈도 몬꿋다 아잉교.
만개 안 핀턴교? 안 그러턴교?
 
*골프
32.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20200407_144947(1).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631pixel, 세로 2586pixel

사진 찍은 날짜: 2020년 04월 07일 오후 2:59
*남성 뿐 아니라 일부 여성 부유층들의 빗나간 생활태도와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세태나 종교에 대한 풍자를 통해서 인간 평등 문제를 제기한다.
 
참말로 미안시럽구메
-처용아내 50 [요령소리]
 
보소보소, 와뻥그리 웃능게? 야?
지가 날개옷 몬 입어이 그리 좋은게?
날개옷 찾는다 케살 때 속이 마이 안씨맀능게?
두고보소 야? 간들간들 능수버들 될라 카능구메.
있잖능게, 지도 마 속이 쬐매 시린기 아이구메.
서방님 애자시고 번 돈
묵어 조지고,
살 뺀다고 조지고,
쬐매한 고 구명에 꼴프공 넣을라고 새빠지고,
새벽부터 왼쟁일 들판 헤매니라 새빠지고,
쌀 한 가마떼기 후딱 안날러 가뿌등게. 땡빝에 앉아
풀뽑는 아지매들한테 얼매나 안 미안능게.
야? 서방님, 지발 너무 좋아하지 마소.
금달래맨쿠로 풀쩍풀쩍 뛰미 에어로빅해야제,
빨가벗고 수영해야제.
동양화 그림 공부도 해야지럴,
피바가지가 사람 안잡능게
가마 누버 있시믄 살 빼주는 기계도 안 있능게.
서방님, 돈 벌라카이 머시기 거시기에서
요롱소리 안나시능게. 참말로 미안시럽구메.
 
 
34.
 
 
티 케이 아잉게?
-처용아내 51 [대왕암]
 
때리뿐다! 뿌사뿐다!
막 밀고 들어올 때는 간띠가 써늘하구마.
그카디 또 얼매나 부드럽게 쓰다듬는 동!
감포 대왕암 파도는요 아무도 몬 말리구마.
 
저 박력! 바로 화랑도 정신이구마.
속이 깊으민서 맑게, 차거부민서 따따무리하게
경상도 문디 티 케이 기질 아잉게. 거시게 밀고
나가는 심, 폭발해뿌다가 감싸는 저 너그러붐.
서방님, 지가 얼매나, 얼매나 사랑하는 동 아능게?
 
저 포효 소리! 감당이 불감당이구마!
'파도예이, 파도예이, 우야란 말이고?'
'니 우짜란 말이고! 어이?'
 
*유치환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를 모국어로
 
 
35.
 
 
 
 
 
 
*증권가에서의 '큰손' 상징으로써 사회적 소외와 불평등을 암시, 그 당시 1500포인트까지 오르다가 500으로 떨어지면서 금융위기가 옴[IMF]
 
 
빈덕쟁이
-처용아내 52 [증권]
 
누는 무시 묵고 누구는 인삼 뿌리 묵니꺼? 야?
지도 방맹이 한분 뚜디리불라꼬 증권회사에
안갔디꺼? 이기 오릴라 카디 내리가고, 내리갔다꼬
사뿌믄 또 내리가고. 누구는 돈벌었다고 춤추고
야단인데 지는 꼴아박은 돈 어디 가 찾니꺼?
 
큰 손이 큰 돈 버는 기 맞디더. 피래미는 그저
밥 애이니꺼. 서방님, 지도 큰 소리 좀
쳐볼라 켔디 헛기시더. 에고, 속 씨리니더!
전광판 낯짝이 붉으락 푸르락 하루 열두분도
더 빈하이 까네 참 빈덕쟁이 아이니꺼?
지 간이 새까마이 오그라붙다가 커졌다가
우얄줄 모리니더.
 
야? 집 지키는 기 돈 버는 기다꼬?
야, 알았니더.
 
 
 
 
36.
 
 
 
*삶의 발견이란 바로 진정한 자아의 발견이며 그 실현이란 바로 자아의 올바른 실천이고 자기 구원을 통한 인간 구원의 명제로 연결
 
달밤에, 얼씨구
-처용아내 53 [니 머라카노]
 
서방님,
누가 뗀지 놓고 간
저 쟁반,
와 저리 크고 발심니꺼. 예?
보름딸인데 지 안발꼬 우짤끼라.
니, 그것도 모리나?
 
서방님,
서울 가시믄 빼딱구두 쫌......예?
고마 잔죽고 있거래이.
껌덩 고무신도 니한테는 오감태이.
 
에고! 서방님,
저 단소 소리 안들립니꺼? 예?
너무 애간장 끓이는 소리 말이라예.
니 머라카노? 얼씨구!
 
 
37.
 
 
 
 
 
은장도 내삐리까예?
-처용아내 56 [속곳 밑에서]
 
삼층장 정리했심더. 삼베 속곳 밑에서
은장도가 숨어 있데예.
아직도 눈 시퍼렇게 세리꼬라보데예.
간띠 서늘해지데예.
뒷방 늙은이 신세 서러분갑데예.
독기 서릿데예.
서방님은 칼 내삐린지가 언젠데.
지가 무신 소용있겠어예.
은장도 내삐리뿌는 기 안 낫겠어예?
안된다꼬예? 와 여핀네는 칼 몬내삐리예?
 
참, 그카이까 시집 오던 날 어무이
얼굴이 떠오리네예. 어데예, 안 내삐릴끼라예.
언지예, 내삐릴끼라예. 휴, 괴로분 이 심사!
저 달님이 아실란가 몰따. 서방님예, 예?
 
 
 
 
 
 
38.
 
 
 
 
달님이 체조하능기예
-처용아내 57 [신 처용단장]
 
자다가 봉창이 물구나무서는기예?
달님이 체조하능기예?
서방님예. 보이소 정신 좀 차리이소. 예?
*멕시코는 뭐고, 사바타는 또 뭔기예?
무신 암혼기예?
헛소린기예?
간밤에 디기 덥디만 더부 자신거 아인기예?
없는 누부는 와 찾는 기예?
말라꼬예?
* [김춘수시인의 처용단장에서]
 
 
호래이 담바 이바구 [배꼽티]
-처용아내 60 [옥비녀]
 
보싰능게? 돌아댕기는 배꿈 말이라예.
춤 안흘리능기 좋지싶어예.
서방님예, 지가 오비네 빼고,
삼단 겉은 머리 짤라뿌던 날 기억 하시능게?
뻘겋다가 퍼렇다가, 아구 무서버라!
뒷집 정낭에 안숨었능게.
후회시러버예.
지가 은장도, 옥비네 빼내삐린 탓이지 싶어예.
언젠가 뺄가벗고 댕길 날 머잖았지 싶어예. 예?
다부로 옥비네 찌린다고 될 일이 아이지 싶어예.
시상이 암만 바뀐다케도 쬐매 숨카야 되지 싶어예.
정말 우야꼬 싶어예. 예?
호래이 담바 푸우던 시절 이바구라꼬예?
 
답다분 사람이 새미 판다고예
-처용아내 61 [돌할매]
 
그지예, 답다분 사람 새미 판다꼬. 있지예,
서방님. 영천 돌할매를 안찾아갔십디꺼. 똥그랗게
십키로그램짜리 돌띠 모시놓고 절 합디데이.
한가지 소원 꼭 들어준다 캅디데이.
지도 싹싹 빌민서 절 안했십디꺼.
웃지 마이세이, 진짜 말 잘합디데이.
소원 말하고 돌 들잖아예?
오냐! 카믄 돌이 꿈쩍도 안하고.
안돼! 카믄 돌이 번쩍 들린다 아입니꺼.
자꾸 비이꺼네 차츰 또 돌이 안들리는 거 있지예.
데기 이상한 거 있지예.
지가예, 자꾸 빌민서 빌민서 들고 또 들고 했어예.
야무락지게 다짐받을라꼬예.
그지예, 사백살 묵었다 캅디데이.
돌할배도 기십니데이.
 
 
40.
 
 
 
 
 
 
 
 
구신 달래가 쫌 물어보이소
-처용아내 62 [개구리 소년]
 
캄캄한 밤입니더.
막막한 밤입니더.
안들리능기예?
피 토하미 울어쌌는 저 깨구리 소리!
집 나간 깨구리 머심아들,
어무이들 울음 소리 것잖능기예?
생각 안나는기예?
하마 및년인기예?
아이 소식없다 카지예?
뚝! 울음 끄치네예.
헤나 발자죽 소리 들을라꼬
귀 기울이능가베예.
저 일을 우야능기예?
또 울어샀네예.
서방님예, 우째 쫌 해보이소.
구신 살살 달래가 쫌 물어보이소, 예?
 
 
*1991년 3월26일 대구에 사는 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나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
 
41.
 
 
 
 
 
 
 
 
우얀 일입니꺼, 무서버예
-처용아내 63 [휴거소동]
 
와 풀이 푹 죽었십니꺼?
우얀 일입니꺼, 예?
구신 쫓가내기보다 부리는 사람이 더 인기
있다꼬예? 맞심더. 지도 자주 찾아갔심더.
죽은 얼라귀신 부리는 동자 보살, 무당,
자라 등띠에 글씨 씨는 도사님,
철학 박사님 등 얼매나 많십디꺼.
그래도예, 지는예, 서방님이 젤 멋있어 비예.
걱정 마이소, 예?
시상이 좋아질수록 불안코 무서버이
구신 쫓아달라는 사람이 자꾸 늘어날 끼라예.
두고 보이소예.
휴거 카민서 하늘에 올라갈라꼬
기다리는 사람들 봤지예.
어리석어 자빠진 얼매나 약한 인간들입니꺼.
 
*1992년 10월 28일 자정에 ​ 하늘로 사람이 올라간다고한 ​ 휴거 소동
 
42.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시극.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024pixel, 세로 768pixel

사진 찍은 날짜: 2010년 05월 20일 오후 9:48
 
법왕사에서 초파일 전야제 정 숙의 시극공연 [봄날은 간다]
 
 
 
 
 
 
 
 
 
 
 
 
 
 
제비캉, 꽃뱀캉
-처용아내 65 [춤바람]
 
   지가예, 서방님 찾으러 안갔십디꺼.
       월궁캬바레예.
       불빛이 뻔쩍뻔쩍카디 마카 도깨비춤 춥디더.
       막 흔들어싸미 정신없는 기라예. 요상합디더.
       안개가 끼디
       비누방울이 지를 무지개 우에 태우디예.
       그카디예, 아 그러시 금새 또 제비캉, 꽃뱀캉,
       삥글삥글삥글 지 눈알이 막 돌아가디예.
       뺄가이 실눈 뜬 빛살들이 흐느적 흐느적카데예.

설마 서방님이 제비 아이겠지예?
       도깨비들 꼬시가 방망이 얻어볼라꼬 그캅니꺼?
       꽃뱀 비늘이 데기 이뿝디더.
  물리머, 물리머 우얍니꺼, 예?
우야꼬, 지도 도깨비 아입니꺼?
우야믄 꽃뱀이 되겠심니꺼?
아무나 몬하는 기라꼬예? 알았심더만도
지발 꽃뱀인테 물리지 마이세이.
 
 
 
 
 
 
 
44.
 
 
 
 
 
유식이 밥 묵이 주디꺼?
-처용아내 66 [양반가]
 
야? 무식하다켔니꺼?
유식이 머 뱁 묵이 주디꺼?
주개택이 애이라 대통령 기집도 몬될끼고예
시키죠도 앤할라니더.
안방 지키미 부젓가락이 지 허벅지 쿡쿡 찌리고예
뿌라지도록 이빨 빡빡 갈민서예
넘보는 데서 웃어야 되는 고런 양반은
때리쥑이도 몬하겠니더.
 
첩사이를 델꼬 들어오기만 해보소.
머리 깔지뜯어뿌고
살림 왕창 때리 뿌사뿌야 쇅 시원 앤켔니꺼, 야?
거시다켔능교? 어데예,
그케사도예, 서방님 입심따라 요래 조래 눕는
심없는 풀이파리 애잉교?
떡이파리 애잉교.
 
 
45.
 
 
 
 
 
* 금융위기와 남성의 권위 추락, 간 큰 남자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
 
벌씨로?
-처용아내 67 [호랑이 우화]
 
벌씨로 호랑이가 돼뿌냐꼬예?
그기 다 서방님 하시기 나름 아입니꺼?
지를 유리꼬뿌거치 살살 다라보이소.
누가 그카겠능기예?
입에 세거치 잘한다 아입니꺼?
근거이 입에 풀칠도 몬하던 그 시절 생각해 보이소.
쌈할 여개 없었지예.
인제 퍼뜩카믄 서방님 눈이 도끼날 세워,
생트집 잡으이까예.
서방님 늙고 빙들믄 누가 살피겠심니꺼.
시든 꽃도 꽃이라예.
심 좋을 때 잘해 주이소. 예?
 
 
 
 
 
 
 
 
 
 
46.
 
 
눈마찼다꼬예?
-처용아내 68 [미운정 고운정]
 
기집이 사나하고 눈만 마차도 서방질이라꼬?
우짜꼬! 아래 화전놀이에서 깔쌈해서
뚝 기생 오라바이겉은 장구쟁이하고 눈마차뿟는데.
가심이 두근 반 시근 반카데. 안 쫒가내지예? 예?
그라믄 길가 나가서 지보고 돌삐 뗀지라 케보이소.
뗀질 사람 누가 있겠심니꺼?
차라리 봉사캉 사지.
그러찮심니꺼? 버버리랑 사믄 쥐영해 좋고.
서방님, 쌈 고마 하입시더.
그 칼 때가 아입니더.
미분 정 고분 정 다 들어씸더.
소문 몬들었어예?
인자 남정네들이 다부로 뚜디리 맞고
눈티가
반티된다 카는 말 말이라예.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a3c0010.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0pixel, 세로 300pixel 정 숙의 호작질 연못풍경
47.
팔짜대로
-처용아내 69 [효자이야기]
 
어마이들 젤 무서버 카는 기 먼지 아능기예?
아아들 시험치는 거 아인기예. 과거시험도 아이민서
이팔청춘 공부에 몽땅 썩하뿌는 기라예. 글 읽는
소리 얼매나 듣기 좋심니꺼. 그래도예, 서방님
배보다 배꿉이 더 크다꼬예. 버는 거보다 공부에
돈이 엄청 더 들어가이까 우짤줄 모리겠어예.
집이라도 팔아가 공부 시키고지버예. 그래가예
점 잘치고 눈치작전 잘하는 아아가 이기는 기라예.
 
찬바람이 지 망토자락 휙 들어올리믄 무서버예.
지 맴이 너무 추버 카지예.
가심이 씨리고 아푸다 카지예.
점 잘 칠 자신 없지예.
휘파람 휙휙 부는 동자점 보러갔디예
꼭 붙는다 케도 두려버예.
대학은 꼭 졸업해야 되는기예?
좋은 핵교 졸업하믄 미느리인테 뺏기고예
공부 몬하는 아아가 효자라 카데예.
어마이 탓 대지 마이소. 예?
다 지 팔짜대로 사는 기라예.
 
 
48.
 
 
*인간해방의 이념적인 모습은 자기의 올바른 발견과 실천을 통해서 보다 완성된 모습을 지닐 수 있는 것
 
서방님 우고지버예
-처용아내 70 [애모]
 
서방님, 오늘은예
서방님 가심에 낯을 푹 묻고 우고지버예.
저 빗소리가 서방님 귀에 속삭이지예.
안들리예? 서방님 얼굴 뵌지 디기 오래됐거든예.
기대리다가 기대리다 지치가 잠드고 나믄 오시지예,
아침엔 일나자 쫓어나가기 바뿌지예.
우예 실컨 보겠심니꺼.
그러이 인내들 첩사이가 되고지버 하지예.
알미는 딴데주고 껍디기만 집에 돌아오믄 누가
좋다카겠심니꺼. 지는 때론 알라가 되고지버예.
그래야 서방님 가심에 푹 안길 수 있지 싶었어예.
가아는 서방님 눈앞에서 일부러 우는 칙 하지만도
지는 속으로 속으로 얼매나 우는 지 아심니꺼?
청승떠지 쫌 마라꼬예?
서방님. 그러키 심한 말씸을?
들어보시이소.
쏟아지는 이 장대비 소리! 예?
 
 
*김수희의 노래
 
 
49.
 
 
 
팔푸이 만세!
-처용아내 71 [서방님 자랑]
 
팔푸이들 앤쌔비렀능게?
야? 마카 지 자랑 애이믄 아아들 자랑,
지집 자랑하이꺼네 팔푸이 애이고 멍게?
"지는 서방님 숭을 어시기 해샀는데 집안 우새한 기
애인지 몰때이"
시상도 사람도 마카 쬐매끔 돌안 기 애잉게?
"사민서 한짝 눈깜고 사는 기 앤 맞능게?
좋은 거만 보고 사문 되는 기라."
맞니더, 종일 지 옷깃이나 다듬다
지 멋대로 날아댕기는 제비 쫌 보소.
해 빠지믄 꼭 끈티는 집에 앤 돌아가능게.
지가 서방님 미버 구쿠능기 애인줄 잘 앤아능게.
애이라예, 기다릴라느메. 서방님, 지는 집 지킬라느메.
팔푸이 될라쿠믄
"온 시상 여핀네들이 불버하는 우리 서방님 만세!"
 
 
 
 
 
 
 
50.
 
 
 
누구 좋으라꼬
-처용아내 72 [자살미학]
 
야시비 보실보실 내리네예. 모리실끼라예.
오늘 지 건디리지 마이세이.
건디리기만 하믄 빠이롱 시루는,
애간장 타는 소리가 날끼라예.
어느 비 오는 봄날,
빈 마음 가눌 길 없던 실버들이예
비루다 비루다가 수성못에 퐁당 빠짔디예.
억신 손아구가 떠억 껀지뿐거 있지예.
그카고 머라카능기 아이라
"아지매, 고러케 빠지 죽으믄,
홀랑 빗기놓고 온갖 사람들이 다 들다 보능기라"
애고, 죽기도 애러버예.
 
죽기는 말라꼬 죽어예. 우째든지 살고볼끼라예.
누구 좋으라고 죽는다 말인기예?
미쳤다 그카시지 마이세. 서방님예.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a3c0018.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18pixel, 세로 300pixel
 
와 카능게?
-처용아내 73 [압구정동에서]
 
오렌지족은 머고, 낑깡족은 멍게?
진짜 맛있는 우리 제주도 귤은 울리고
와 카능게.
남정네들 삐삐에 핸드폰 카는 거까지
차고 댕기민서 해논 일
고작 고깅게?
너무 나라 참깨조차 다 사들라 *[농산물 수입]
우쨀라 카능게?
우리 몸엔 우리끼 좋은 기 안 맞능게.
새빠지게 농새짓는 사램 우예란 말인게.
꺼실었다꼬 깔보는 깅게 멍게?
자가용 타는 사램만 잘난 기 아이고
리아까 타는 사램도 어시기 잘난 기라예.
아능게? 모리능게?
촌구석 압구정에는 아이 고 못땐
한명회의 억씬 바람이 불고 있능게?
야?
 
 
 
52.
 
 
 
 
 
 
 
 
황혼이 아름다불라 카믄
-처용아내 74 [길 끝에서]
 
 
늙는다 카믄 계급 오리는 기 아이고
유세할끼 하나또 없는 기라.
책임만 더 무거버지는 기지.
황혼빛이 아름다불라 카믄 옳고 그린 걸 잘
헤아리야 안되나.
그랄라 카믄 정신이 맑아야 되는 기라.
젊은이보다 더 참아야 되이 속을 더
끓이야 되지.
그케야 아름다분 노을이 되지
이래저래 골 아푸제. 참으세,
 
젊은 아아들 저거꺼리 잘 살믄 되지
욕심부리지 쯤 마세.
당신 맘 고럽기만 하지.
아무 씰데없는 기라.
늙으면 와 고집만 자꾸 피우는지 몰라.
그래가 우째 자식들보고 훈계하제. 간섭하지 마세.
짤낀하지만 우리는 우리 인생이 있고
저거는 또 저거 길이 있는 기라.
늙는다 카믄 더 참을 수 있다 카는 거 아이가?
 
"자네도 늙어바라, 안늙어 보믄 모린다."
 
53.
 
 
 
 
사랑쿠는 거
-처용아내 75 [마처족]
 
짤다쿠믄 짜린 인생, 와 그리 찡그리가 넘 잘못만
따지고 사니꺼. 답따버래이. 사랑쿠는 거 우옌니꺼.
사랑이 없는 사람은 디기 추접고 불쌍해 비니더.
우야문 그러쿰 지 맘대로 지껄이고, 노고지부믄 노고
우고지부믄 막 떼씨미 우고,
핑생 큰소리 치미 사니꺼?
지는 부러버니더. 시상이 참말 고리잖데이.
 
서방님, 마처족이라 쿤다는 그 억울함
와 모리겠니꺼?
구쿠더라도예 우린 우리 할 도리를 해야지예.
눈뜨고 보문예 참 아름다분 기 시상이시더.
사랑이 지 나레를 피믄 모두 향그러부니더.
눈 쪼매 크게크게 떠 보시이소.
마음의 눈, 말이시더.
 
 
*마처족:어른 섬기는 마지막 세대, 자식한테 대접 못 받는
처음 세대
 
 
 
 
 
54.
 
 
 
보고지버지네
-처용아내 76 [허깨비의 꿈]
 
가심이 아풉니더. 서방님,
가실 바램이 살랑살랑 꼬랑지 흔들어싸이
또 보거지네예. 그 귀공자 말입니더.
지가 서방님 사랑 안하는 기 아이고예
꿈꾸는데 먼 죄가 됩니꺼.
고것도 없는 사람은 허깨비 아이겠심니꺼.
꿈 묵고 사는 사람은예 눈이 별거치 빤짝거립니데이.
카고보이 하늘에 별도 참 많네예.
지 별이 어느 기까예?
꼬리 길게 끌민서 사라지는
저 별 아이까예?
꿈을 찾으러 가는 갑심더.
몬전디게 그리버 떠났는지 몰라예.
옴마야, 또 하나 서방님꺼지 떠납니꺼?
 
 
 
 
 
 
 
 
 
55.
 
첩사이라꼬예1
-처용아내 77 [여성해방]
 
첩사이나 간첩이라꼬?
낮에 집 지키는 사람을?
우야다 그래됐는공?
재주라곤 살림하는거 뿌인데 밖에서 머하끼예?
그라고 보이 식당, 꼴푸장, 수영장, 노래방 모두
여자들이네. 여자들이 버글버글하네.
시상 천지예, 언제 시상이 이래됐는공?
서방님, 지보고 집 안지키믄 쫓가낼 듯 카시디
우예된 깁니꺼.
피바가지 모린다꼬 천대,
춤 몬춘다꼬 괄시, 지는 갈 데가 없어예
식당 거치 반찬 몬한다 괄시 마시고
한분 델꼬 가보이소.
가마 집 지키고 있으믄 빨리 노망든다꼬?
역신강 노닥거린다꼬? 천지가 노래지네.
퍼뜩 그케주지 이 빙시이를 인자 우야노?
 
 
 
 
 
 
 
 
 
56.
징그럽다 쿠니꺼?
-처용아내 78 [사랑받는 아내]
 
아빠!
어데예, 아이라예, 그지예
지서방보고 아빠라 쿠이 디기 세련돼 비디더.
 
아베!
이쿠이 어떤교, 괴얀니꺼?
야? 징그럽다 쿠니꺼?
뱀이 다리를 칭칭 휘감는다꼬예?
 
알겠구마. 쫌 살살 말하소.
귀창 터지겠구메이. 서방님,
옆집 새댁맨치로 애교 쪼매 떨어볼라 쿠는데
고러키 괌질러야 되능교? 야?
둘만 모지믄 쌈하는 거거치 와 고래 시끄러분교?
지발 사리살살 말하입시데이.
야?
"자네가 더 시끄럽다 쿠이!"
 
 
 
 
 
57.
 
 
 
시상에 우야머 좋노?
-처용아내 79 [해금연주]
 
야꼬, 야꼬, 우야노!
시상에 우야머 좋노?
서방님 그 홍도화겉은 뽈때기가 하야이
기운이 없어 비네예.
어젯밤 어데 갔십디꺼?
밤드리 해금 연주를 하싰다꼬예?
그 오묘한 소리!
기똥차더라꼬예?
우야제,
해금 연주는 氣가 마이 상한다 카던데.
이따구로 펵 퍼지민서 말라꼬 연주했심니꺼?
언제예,
그기 아이고예.
재미는 딴데서 실컨 보시고예 그 뒷감당은
지가 하이꺼네 기가 안차겠심니꺼.
바까서 생각 쫌 해보이소. 예?
간드러지는 지 향피리 소리가 훨씬 좋을낀데......
 
 
 
 
 
 
 
58.
 
자갈마당이 어덴공?
-처용아내 80 [태산이 높다하되]
 
서방님이 등산 간다 카고,
뒷잡이 꽃밭에 물주러간다 카고,
앞집이 경마장 간다카미 나갔다 카는데
자갈마당이 어데 있는공?
 
집안에도 두리뭉실한 산이 있고
빌로 볼품없어도 꽃밭과 튼튼한 말 안있나?
동네 싸나아들 와, 해필 와, 자갈마당에 가노?
집에서 냄비따고, 굴뚝 소지하믄
덧나능가 머?
 
눈물로 핀 들국화가 더 애처럽고 더 이뿌다꼬?
길섶에 채송화가 더 근지러분데 잘 긁어준다꼬?
 
싸나아들이 철드자 망령든다 카디
갈수록 태산 아이가.
지 암만 노푸다 케싸도 다 내 손 안에 안있나.
부처님 손바닥 아잉가베.
 
 
 
자갈마당:대구에 있는 색시집 동네.
 
 
59.
 
통시깐에서 웃는다꼬예?
-처용아내 84 [다시 사랑가]
 
보약이라꼬예?
자민서 지가 헛소리 자꾸한다꼬예?
서방님......
지 달구똥 겉은 눈물 딲아주시이까 디기 더
서러버지네예.
산다카는 기 한바탕 꿈이라꼬예?
빈 하늘이라꼬예?
떫은 감이라꼬예?
꽃이라 카는 거는 마카 꺾어봐도
지 낭게꽃이 젤 좋다꼬예?
툭수바리 딘장 끓는 냄새가 오늘따라
더 구시하다꼬예?
아이 서방님, 와 이카십니꺼. 누가 보믄 우얄라꼬 예.
여핀네 골로가믄 통시깐에서 웃는다 케도
순 거짓말이지예? 맞지예? 맞지예?
"아따, 어징가이 지꺼리라! 짐 마카 샌다고마."
"암딱이 우믄 집구석 망군다 카는 거 니 모리나?“
 
 
*아내가 죽으면 남편이 화장실에서 웃는다는 그 당시 유행어
 
 
60.
 
 
 
절시구! 좋다!
-처용아내 81 [장구춤]
 
서방님,
자갈마당에서 등산하니라 줄줄 땀 흘리실 때
지는 장구쟁이인테 갔디더.
첨엔 간지리 듯 뚜디리디예
점점 중중모리에서 휘몰이로
소리하미
장단 마추미
몰아치미, 하도 기막히서예
지 궁디이가 지절로 춤을 덩실덩실 추디더.
절씨구! 좋다!
소리가 절로 나디더.
지화자 좋다!
서방님예,
지캉 장구춤을 추시는 기 더 안낫겠능게?
 
 
61.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a3c0009.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024pixel, 세로 768pixel
 
구립 본리도서관 개최, 길 위의 인문학, 울산 처용암에서 관객 모두 어울려 마당극 공연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36309d89.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00pixel, 세로 300pixel
봄밤이라예 정 숙의 시 낭송
 
 
 
 
 
 
 
 
 
 
 
 
 
 
 
 
 
 
 
*시(媤)집살이가 시집(詩集)을 낳다 [피플지 기자 남지민의 글 중]
 
거물 뗀지놓고 있으믄
-처용아내 85 [행복찾기]
 
태어나면서 받은 지
백지에
부모님, 선상님
서방님 기리라시는 대로
기리려했심더
화분에 심은 소나무거치
가시게로 짜리믄 짜리는대로
가마 있으믄,
강물에 그물만 뗀지놓고 가마 있으믄,
행복이 걸리드는 줄 알았심더
 
얼매 남지 않은 백지 우째 다
채우지예?
호작질하기엔 너무 소중한 백지라예.
인자 지 손으로
지 마음 대로 한분 기리볼끼라예.
바우틈에 핀
난초 고 해맑게 웃는 눈빛을 꼬옥
기리보고 싶어예.
 
 
 
63.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a3c0007.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25pixel, 세로 300pixel 1968년 경북대학교 문리과대학 예술제, 국물있사옵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a3c0011.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0pixel, 세로 225pixel
 
인사동 찻집에서
 
 
 
 
 
 
*2000년 드디어 여성 상위 시대가, 최불암의 간 큰 남자 시리즈 유행
직장 생활을 하는 90년대 젊은 가장들을 풍자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치맛바람
-처용아내 86 [암딱소리]
 
와 이래 씨끄러부냐꼬예?
집집마다 암딱 우는 소리 아인기예.
인자는 암딱 소리가 젤로 큰 집이 잘 사데예
칼 빼내삐린 남정네들이 가마 구경하다가
떡만 자시믄 되는 기라예.
소리 큰 암딱은 손 크지예,
또 치맛바람은 얼매나 씨다꼬예? 아씨예?
고 치맛자락 펄럭일 때마다
아파아트 한 채가 왔다리 갔다리 안합니꺼.
장딱만 믿고 잠자던 암딱들이
칼 때신에 손톱 끝 기게, 날카롭게 갈민서
마카 꼬꼬댁! 꼬!꼬!거리야 잘 사는
시상이, 시상이 진짜 왔단 말이라예.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a3c0014.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0pixel, 세로 170pixel
페브릭아트 처용무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a3c0013.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18pixel, 세로 300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36300001.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68pixel, 세로 300pixel
1996 시와 시학사에서 발간,신처용가 시집 속 정 숙의 사진
 
[김재홍 평론가의 신처용가 해설 마무리 부분]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이 시집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처용 아내라는 여성 화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아가는 것도 그렇지만 문체와 어조를 경상방언으로 이끌어가는 점이 특색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현대시사에서 방언을 활용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소월과 백석의 평안방언 활용이 그렇고 영랑과 미당의 전라방언 취택, 그리고 목월의 경상방언, 그리고 김광협의 제주방언 활용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경상방언의 경우 목월이 <경상도의 가랑잎> 등에서 적극 활용하였지만 이번 정숙 시인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내용에 해당한다. 정숙 시인의 경우는 그야말로 능동적, 의도적으로 경상방언을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언 활용은 무슨 시적 의미를 가질 것인가? 한마디로 그것은 주변부의 중심부화를 겨냥한 것이고 지역적 평등의 보다 적극적인 실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보다 생생한 생활감각과 민중정감에 구체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안간힘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어떤 지역의 삶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지역의 삶과 서로 대등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 지역의 언어는 다른 지역의 언어와 평등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이 점에서 정숙 시인이 경상 방언을 의도적, 적극적으로 활용한 의미가 드러난다고 하겠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어를 시 속에서 갈고 닦음으로써 민족어 완성을 지향하고, 아울러 자신의 삶을 보다 중심부에 놓기 위한 의도적, 능동적인 배려라는 뜻이다.
삶에 있어서 제일 소중한 덕목이 바로 믿음의 확립과 사랑의 실천인데 결국 이 시들은 자기를 올바로 실현하고 또 다른 자기로서 남을 바르게 이해하고 존중하며 믿고 사랑함으로써 비로소 바람직한 인간해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다양한 제재와 소재로 펼쳐보여 준다고 하겠다.
 
이렇게 본다면 <신처용가>는 여성을 중심으로 하여 90년대의 삶, 오늘의 풍속도를 처용과 그 아내로 비춰봄으로써 진정한 여성해방, 인간회복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온갖 타락과 부패한 사랑이 범람하는 시대에 여성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도 그냥 수동적으로 체념하지 않고 남성 중심 사회의 각양각색의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판함으로써 인간해방의 길로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a3c0015.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0pixel, 세로 225pixel
2011년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시극공연 대구 시의회에서 후원, 정 숙의 [봄날은 간다 1] 공연 뒤
 
3.21세기 초 아이엠에프와 남성의 권위 추락, 간 큰 남자 시리즈가 나오 면서 처용아내 탓인가 하여 대숲과 남성을 위로하는 내용
1998년 현대시학 신작 소시집에 게재된 연작시 10편 중
 
제 옥문 깨뜨리셔요
------향피리 1
이 몸, 그대가 불어주지 않으면 한갓
죽은 대나무일 뿐
 
다시 혼불 지피며 되살아나고 싶어요
석양을 지우면서 밤이 번져나고 있어요
어서 입김을 불어 넣어주셔요 뜨거이
더 뜨거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쓰레기 더미에서 치민 그대 분노 곰삭히며
마침내 혼절할 듯 떨리는 몸짓으로
차갑게 굳은 제 살에 숨결을, 피를 돌게 해주셔요
 
동짓달 긴 겨울 밤바람에 시달리면서
부대끼면서 막힌 숨구멍의 석녀, 하도 허망해서
더 이상 소리 내지 못했어도 한 때 떨림의
황홀함 잊지 못하는 밤의 낭떠러지
쌓인 미움 다 태우며, 그 벼랑 끝이
비록 명부일지라도 활짝 꽃피우렵니다
 
차갑게 닫힌 제 옥문 두드리셔요.
살이 떨리면 두근두근 심장이 깨어나지요
톡, 쏘면서 질 붉고 달착지근한 꽃뱀처럼
속 파고들어 꽁꽁 언 가슴 녹여드리겠어요
그득히 채워드릴래요 그대,
어둔 밤 달아오르기 기다리는
이녁은 향피리여요
 
 
2, 수필 같은 느낌의 시를 위해
 
우포늪에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던 것이다. 생각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흐르는 물은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을,
푸우욱 썩어 늪이 되어 깊이 깨달아야 겨우
작은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리라
퍼뜩 생각났던 것이다
사오천 만 년 전 낙동강 한 줄기가 무릎을
탁, 쳤을 것이다. 분명히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릴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
제 속에 썩혀서 어느 세월엔가
연꽃 한 송이 꽃피울 꿈을 꾸었던 것이다
제 조상의, 조상의 뿌리를 간직하려고
원시의 빗방울은 물이 되고
그 물 다시 빗방울 되어 떨어져 물결 따라
흘러가기를 거부한 늪은, 말없이
흘러가기를 재촉하는 쌀쌀맞은 세월에
한 번 오지게 맞서 볼 작정을 했던 것이다
때론 갈마바람 따라 훨훨 세상과 어울리고저
깊이 가라앉아 안슬픈 긴긴 밤이었지만
세월을 가두고
마음을 오직 한 곳으로 모아
끈질긴 가시들을 뿌리치고, 기어이 뚫어
오바사바 세월들이 썩은 진흙 구덩이에서
사랑홉는 가시연꽃 한 송이 피워내고 만 것이다
 
[제 2시집 위기의 꽃]
 
 
미루나무와 담쟁이
 
도난당하고 있었다
미루나무는 지
삶을
야금야금 훔쳐 먹는 담쟁이를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방관자가 되었다
솔직히 처음 그들이 슬쩍 발을 걸쳤을 때는
반가웠고, 외롭던 참에 당연히 손 내밀었다
얄궂게도 차츰 밟고 오르면서
그의 삶을 조금씩 훔쳐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리를 지어, 수만 개의 손으로
그의 얼굴을 지우면서 머리끝까지 올라가
생긋이 미소 지으며 담쟁이는
더 밟고 올라갈 곳을 찾느라
두리번두리번 세상을 향해 손 흔들고 있었다
여름 이파리들이 하마 노랗게 떨어지는데
한 발 양보가 백 발 양보라는 것을 미루나무는
진작 몰랐던 것이다
아매도 늦은 밤 불면의 파도에 시달리며
지금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겠지
소사스레 담쟁이는 인제 옆 나뭇가지를 향해
애처로이 손 내밀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애써
누군가를 저리도 막 짓밟고 올라가야 하는가?
어린 왕벚나무와 하늘이 대책 없이
방관자인 것이다, 다만
바람이
가끔 부르르 떨며 나무를 흔들다가 갈 뿐,
그래도 나무는 덩굴이 떨어질까
지 발등에 힘줄 세우며 떠억 버티고 서 있었다 [제 2시집 위기의 꽃]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