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8    업데이트: 24-02-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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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호작질, 횡설수설하다」전문
관리자 | 조회 158
검은 폭우가 쏟아지는데
 
태양이 떠오른다
 
빗줄기 사이로 비칠락 말락 하는 가녀린
 
햇살 한 가닥 잡으려는 웃음, 색칠한다 
 
물감이 번져내려 함부로 흐트러진
 
광기의 눈빛
 
그 색조는 검으면서도 새하얗다
 
뺨과 입술은 다홍빛이지만
 
금세 흘러내리면서 핏물 같은
 
얼룩으로 번진다
 
창 바깥은 이팝 꽃가루 흩날리는 오월
 
코로나19의 사십 일째 
 
나는 그 무게에 가지 부러진 설해목
 
내 호작질은 자가 격리하느라
 
다시 횡설수설이다
 
두꺼운 한지, 먹물붓질이 미친 듯 거칠다
 
마중물이 될 햇살 한 줄기 남겨둔 채
 
화폭 전체가 깜깜하다
 
 
- 정숙, 「호작질, 횡설수설하다」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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