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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23, 6,22,용학도서관 이 달의 시인, 정 숙 시인과의 대화 자료,/ 21일 경산 장산 도서관 특강 자료
관리자 | 조회 160
2023, 6, 22 용학 도서관 이 달의 시인, 정 숙
#별들이 밤 내 빛 굴리는 소리 들어본 적 있는가
#시는 감동이 있어야 하고 아니면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
#당신도 시인이 될 수 있다
#
1.일상어를 사용하지 말 것
2.새로운 리듬 창조
3.주제의 선택을 자유롭게
4.이미지를 제시할 것
5.조각같이 확고하고 눈에 명백히 보이는 시를 지을 것
6.집중을 할 것
7.막연하고 보편적인 것을 취급해서는 안된다
8.정서의 객관화
 
22, 정 숙 시인 최근 약력
관리자 | 조회 186
시인 [정 숙, ] (jungsook48@hanmail.net)
본명 정 인 숙 ,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
1991년 우리문학 등단,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신처용가>1996 <위기의 꽃>2002 <불의 눈빛>2006 <영상시집>2005<바람다비제>2009 <유배시편>시집 2011과 [DVD] 출간 2012<시선집-돛대도 아니 달고> 제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5 전자시집 <그가 날 흐느끼게 하네><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9) <연인, 있어요>(2020)
1997년 [김재홍의 ‘시어사전’]에 정 숙의 많은 경상도 사투리 시어 수록,
1997년 TBC TV방송 신처용가 소개 인터뷰
1998년 [김재홍의 ‘현대시 100년 한국 명시 감상’]에 첫 시집 ‘신처용가’(1996 년 발간 ‘웬 생트집이 수록
2000년 현대시학 신작소시집 향피리 시리즈 발표
2002년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이란 시가 실림, 삼초삽삼겹살 전국 식당에 걸림 , 저작료
2010, 1월 만해 ‘님’ 시인 우수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
2012년 만해마을 박물관 '선묘의 섬' 육필 새긴 징 전시
2015년 12월 23일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
2020,경맥문학 가족상
대구문학아카데미 회장 시와시학 시인회 전국 회장,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회 회장 역임
포엠토피아 포엠스쿨 정숙반 강의. 시마을 인터넷 강의, 서부도서관, 청도도서관, 북부도서관 시강의, 공무원 연금센터에서 강의
본리도서관, 대구문학아카데미 현대시 창작반 강의, 중구청 시강의 녹향에서 ,동도초등학교에서 강의
범물 시니어 복지회관에서 내 인생의 꽃에 대한 강의
2000년 ‘찾아가는 시’ 행사에서 [봄날은 간다1]극본, 공연[경산여고 강당에서]김재홍 최동호 정호승 시인 모심, 한국문화예술 위원회의 지원 250만원 받음
2011년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성공적 개최 기원 [봄날은 간다1] 정 숙극본과 이병훈 연출, 최경자 낭송가들과 시극공연
2016년, 2017년 5월 ‘봄날은 간다 2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극 극본 과 연출,
             상화네거리에서 공연, 본리 구립 도서관 시와 낭송 수강생들과
2016년 5월 방천연가에서 처용아내와 장구쟁이 마당극 공연
2016년 본리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울산 처용암 현장답사, 경화여고생들과 신라여왕과 여성의 향기 현장답사 [백률사와 선덕여왕릉]
2017년 문학청춘 봄호에서 집중조명
2018년 신나는 예술여행, 녹색문화콘텐츠 개발연구원 주관, 시극 공연
2019년 대구칼라풀축제에서 대구문인협회 주최로 정 숙 극본 ‘봄날은 간다1’ 시극공연, 최경자 시극단과 공평 네거리에서
2022년 경주 펜문학에서 웬생트집 시를 [경주를 노래한 한국의 명시로 지정]
2021년 4분기 부터 용학 도서관에서 현대시의 이해현대시 창작 강의 중
20 21, 대구문학 10, 정 숙의 문학적 자전과 이구락시인의 시 해설
2022 대구문학 178 / 20227월호 /대구문학의 터 .15 박주일 _정숙
20221013일대구문학관 대구의 힘문학의 힘 특강*봄밤이라예처용아내, 삶의 리얼리티 
2022년 대구문협 주최 대구 출신 유명인 조명 '유치환 시인을 기리며'[대구에서 살아온 사람들]
2022, 수성문화원 수성문화인의 날 _ 한국예총 대구광역시 연합회장상 정숙 시인
2023, 첫시집 신처용가를 백석대학교 [산사 현대시 백년관]에 영구 보존 결정
2023, 4월부터 6월까지 용학도서관 이 달의 시인 시라키비움 전시와 강연 
2923, 4월 경산문협에서 [처용아내 삶의 리얼리티] 강연
 
왠생트집[처용아내 1]
             
가라히 네히라고예?
     생사람 잡지 마이소예
    달이 휘영청 청승떨고 있지예
     밤이 어서어서 다구치미 깊어가지예
     임카 마시려던 동동주 홀짝홀짝
     술삥 지혼차 다 비았지예
     용광로 부글부글 끓는데
     임이 안 오시지예
     긴 밤 지쳐 살풋든 잠 찔레꽃 꺾어든
     귀공자를 잠시 반긴 거 뿌인데예
     웬생트집예?
     셔블 밝은 달아래서
     밤 깊도록 기집끼고 노닥거린 취기
     의처증 된기라예?
     아, 사철 봄바람인 사나아는 간음 아이고
     외로붐에 속 골빙든 예편네
     꿈 한분 살짝 꾼 기
     죈가예. 예?
 
휴화산이라예 [처용아내 2]
 
             
보이소예
지는예, 서답도 가심도 다 죽은  
사화산인 줄 아시지예?
       이 가심 속엔예 안죽도 용암이
       펄펄 끓고 있어예
       언제 폭발할지 지도 몰라예
       울타리 밖의 꽃만 꽃인가예?
시들긴했지만 지도 철따라 피었다 지는 꽃이라예
       시상에
       비랑끝의 꽃이 이뻐 보인다고
       지를 꺾을라카는 눈빠진 싸나아 있다카믄
       꽃은 꽃인가봐예?
봄비는 추적추적 임발자국 소리 겉지예
벚꽃 꽃잎은 나풀나풀
한숨지미 떨어지고 있지예
혼차 지샐라카이 너무 적막강산이라예
봄밤이라예
안그래예?
 
 
 
 
 
 
뿌리에도 땀방울이 있는가
-정 숙
이제사 눈이 뜨이는지
아침 산책길, 벚나무에 옹기종기 앉아
하늘 우러러 기도하는
하얀 봄들이
꽃이 아니라 새삼 뿌리의 땀방울로 보인다
봄을 꽃피우기 위해
겨우내 어둔 땅 속에서 곡선으로 서로 엉켜
다독이다가, 뾰족한 돌멩이를 끌어안거나
직선으로 무작정 바위를 뚫으면서
온갖 몸부림치며 불을 지폈을 텐데
결코 나서서 생색내지 않는 걸 보면서
이 봄, 캄캄한 내 어둠을 뭉쳐 언젠가
자잘한 풀꽃이라도 피워
속눈썹 밑
불 밝혀보리라 발가락 끝에 힘을 줘본다
이제껏 뿌리 없는 꽃이라도 피우겠다고
마른 나무 가지에 매달려 허둥거리던
내가,
 
 
 
기다림
 
아이구, 저 인내
안방 문짜기 고러키 홀딱 여러 노코
우야노, 우얄라꼬!
발자죽 소리만 시아리고 인노
홍매, 니! 니!
속곳 쫌 챙기라잉
담 너머 엿보는 저 늘근 머슴아
지글지글 신천의 봄, 밤
단내미에 빨가이 디이겠구만도
 
 
지퍼를 열다
 
 연다는 것은
갇혀 있던 것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세상 사는 일이
문이나 지퍼, 아니면 단추를
제때에 잘 열고 닫는 일 아니겠는가
 
요즘 바지 지퍼 관리를 못해 하루아침에
추락하거나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는
미투의 유명인들
그것은 몸의 일부분뿐 아니라
제정신의 문을 조절할 줄 모르는 비극인 것을
 
연다는 것은 벽을 없앤다는 것인데
재울음 우는 징소리 같은
내 사유의 지퍼는 언제 열릴 것인가
내 성질의 지퍼 관리를 되돌아보는 겨울밤
코로나19를 가둘 지퍼는 또 어디 없겠는가
 
그립고 그립다는 뜻은
바람 따라 눕는 풀이파리의 촉각이 오직 한 사랑만 바라기하고 있어, 홍매 심연이 먹물 머금은 것처럼 흑매로 점점 변해간다는 것
 
오늘 /정숙
하나님이 쏜 화살보다 더 빠르게
빛, 시간을  배달하기 위해 
눈먼 심해어 사이에서 잠든
해, 건져 올리는
택배기사
지구의 어깨
-유배 시편 67
 
저 가녀린 어깨에 얼마나 큰 무게 실려 있었던가
초가을 별빛 줍느라 잠은 밤새 돌아오지 않는다
흰 바람벽에 멱살 잡힌 옷걸이 하나
싸늘하게 눈동자 깜박이는
열아흐레 달빛을 입어 더 핼쓱하다
한 쪽 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지구의 어깨
낮엔 왜 보지 못했던 것일까
너덜너덜 껍질마저 벗겨진 채 깡통으로 찌그러져 있다
 
날마다 허영의 공깃돌 한 주먹씩 쥐었다가 흩어버리는 나의 낚시 바늘들 그 바늘이 물고 있는 그의 시간이, 돈다발이 그 살의 뼈 벗기며 끌고 다녔었지 한 때 내 배꼽열쇠가 그의 비밀금고 빗장을 열고 들어가거나 압력솥의 추 끓어오르다가, 뾰족 손톱이 그의 어깨 피 흐르도록 할퀴어대기도 했었지
 
 2.
 
그 소리 요란하기 만한 난바다 산 같은 파도 헤치며 몇 사람의 밥통 지키느라 짓눌렸을 저 가장의 무너져 내리는 어깨, 소설 몇 권치 삶을 짊어지고 불면으로 깊어가는 밤을 헤아리며 벽 못에 물려있다
 
뿌리 없는 내 허망의 귀틀집에 감금당한 저, 뼈 속까지 구멍 난 남자 이제 살집 두툼한 내 어깨에 찢어진 그의 날갯죽지 뼈대가 기대어야 할 때인가 저, 열아흐레 달빛 옷걸이는 은근히 그것을 내게 강요하고 있는데
 
 
 
 
돛대
--유배시편 10

삶의 전쟁터에서 뒤처져버렸다
디지털 속도 따라잡지 못해
한 집안 맏이로서 마지막 보루인
양반 뼈대 지키기 위해 제 안에 담 쌓은
늙은 소나무 하나
겨우 세평짜리 안방에서
뼈만 앙상한 제 면적조차 과분하다며
허옇게 이파리 떨어뜨린다
한 때 바람의 길 찾아주는 길잡이로서
노란 송화 가루 뿌려대던 시절 말아
혓바닥에 돌돌 연기 동그라미
허공에 굴리는 저, 사내
부러진 돛대의 자존심 어루만지는가
찢어져 간간이 펄럭이는 무명 돛에 남은
생의 뽕잎을 천천히 갉아먹고 있다
흐린 술 몇 잔으로
낡은 햇볕과 바람에게 감사 편지 쓰면서
늦가을 세한도 완성해가고 있다
 


--유배시편1

살얼음이 칼바람 물고 달려드는 밤
서울역 지하도에 웅크린 사람들
세상사 뭐든지 꿰매고 깁던 버릇 버리지 못해
긴장된 순간들을 모아 시간 조각보 박음질하네
가슴 속 낡은 생의 미싱 바퀴를 돌리고 있네
침침한 바늘귀에 실 꿰어
지친 손가락 마디 호고 감치네
끝내 바늘귀를 찾지 못하고
헛바퀴만 몇 바퀴 드르륵 돌리다가
무연히 드러눕는 사람들
찬 바닥 신문지 몇 장 깔고 누워
허공으로 둥둥 지상의 가족을 내려다보네
미안하다, 사랑한다, 틀 바늘은
간간이 헛소리 하는 제 주인의 꿈 깨우지만
드르렁, 컹, 컹 코고는 소리만
지하도의 밤 울리며 지나가네
속절없이 무너진 가슴 속 세상을 돌리며
길을 묻는 재봉틀 헛바퀴 소리
그 신음 속 밤의 폐부를 가르는 바람소리
부러진 돛대 지키느라 너덜너덜 헤진
저 돛, 누가 촘촘히 박음질해 이어줄 것인가
 
봄비
 
옥황상제님 처용 색시캉 거시기 황감했던지
간밤에 비 흠뻑 내맀어예
바람도 없이 봄비가 촉촉히, 아주 촉촉하게
가뭄에 쩍쩍 갈라졌던 논빼미 새로
논고디가 타는 갈증을 적시디예
3년 과수 꼬장주도 젖어 신나게 쌕쌕카는데
오래뜰 쓰는 싸리비의 휘파람 소리 흥겨버
추녀 끝 밀고 옆의 옆 홀아버니 댁
흙담 밑 홀아비좆을 사알살 간지리데예
봄비!
니, 니, 그 칼래?
 
뒷모습
       ㅡ가설무대 15
 
천사의 날개 속 깃털 같은
저 하얀  결정체
손길 닿기도 전에 사르르 녹아내린다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를
구원의, 천사의 손길 닿는 듯 서로의
가슴에 꽃으로 피어난다고
날개가 돋아난다며
끝없이 함께 날아오르기도 한다
그것도 한 순간인 걸 알면서
희다는 것은
온 몸 숨구멍마다
검은 눈빛이 숨어있다는 걸 잘 알면서
저 하얀 웃음이 금방 폭설이 되어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되기도 하는데
깊은 산 속 소나무 몇 그루
설해목이 되어 울고 있는 줄 모르고
눈먼 사랑은 흰 눈빛에 환호하고 있다 
강아지들처럼 꼬리로 캉, 캉 짖으며
 
 빨래판을 깨우다-가설무대 1
 
한 겨울 오목천 냇물 얼음을 깨어
양잿물에 삶은 무명적삼을 치대고 또 치대면서
엄마는
봉화라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여자의 한 시절을 방망이로 두드려 흘려보내고
친정기억의 환한 끄트머리를
뿌리 채 뽑아 싹싹 비벼대셨는데
 
난 지금 무명을 치대어 훌렁훌렁 흔들고 있다
날카롭게 굴곡진 골마다 박힌
내 어둠의 정체를 잡아 깨워야한다며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아직도 그 물때를 알아차리지 못하니
내 생의 빨래판은 소리만 요란하다

 인생1
 
 의자 하나 끌고 가려다
의자에 끌려 다닌다
 
 어린 엉덩이조차 제대로 걸칠 수 없는
작은 의자
 
 평생 마음 편히 앉아보지 못한 채
내가 끌려가는
 
 한 생애
 
 흰 소의 울음징채를 찾아
                          
 딸아, 네 몸도 마음도 다 징이니라
 
 한 번 울 때마다 둔탁한 쉰 소리지만 그 날갯죽지엔
잠든 귀신도 깨울 수 있는 울림의 흰 그늘이 서려 있단다
 
 살다 보면 수많은 징채들이 네 가슴 두드릴 것이니
봄눈 이기려는 매화 매운 향이 낙엽까지 휩쓸어 가려는
높새바람의 춤이 한파를 못 견디는 설해목의 목 꺾는
울음소리가
 
 이 모든 바람의 징채들이 너를 칠 것이나
그렇다고 자주 울어서는 안 되느니라
참고 웃다가 정말로 가슴이 미어질 때
그럴 때만 울어라
 
울고 울어 네 흐느낌 슬픔의 밑뿌리까지
적시도록, 징채의
무게 탓하지 말고 네 떨림의 소리그늘이
은은히 퍼져 나가도록
 
 눈 내리는 이 밤, 아버지
그 말씀의 거북징채가 새삼 저를 울리고 있습니다
 
 인생 2
 
밥을 먹는다
밥이 나를 먹는다
 밥은 내 아버지를 먹고
또 그를 먹는다
 
먹히다, 먹히다 지쳐 뼈만 앙상한
그를 밀치고
이제 내 아들이 먹힌다
 
밥술을 놓아야만 비로소
한 마리 나비되어 날아오를 수 있는
밥은
피눈물을 부른다
 
죽음과 삶을 가르는 길목의
갑질을 위해
 
 연꽃 1
 이 여름 지기 전/ 그 사람의/ 우렁각시 되고 지고
 
연꽃 2
한 여름 대낮에/관능경을 펼치고 있는/저, 환희불들
 
풋울음 잡다
 
딸아, 아무리 몸부림쳐도 꽃이 피지 않는다
봄날이 오지 않는다 투덜투덜
꽹과리 장구 깨지는 소리 따라다니지 말아라
한 생이 자벌레 키 자가웃도 못되는데
그렇게 헤프게 울거나 웃어 보내면 쓰겠느냐
 
놋쇠는 그런 풋울음 잡기 위해
불 속에서 수없이 담금질 당하고
수 천 번 두드려 맞는단다
주변의 쇠와 가죽 소리를 감싸 끌어안고
재 넘어 홀로 핀 가시연의 그리움 달래주는
징이 되기 위해서
 
 그런 재울음은 삶의 고비 몇 고비 넘기면서 한을 삭히고 달래어 흐르는 물살처럼 부드러운 징채로 두드려야, 목으로 내지르는 쇳소리 아닌 이승과 저승의 경계 허무는 울림 징하게 터져 나오느니
 
비로소 햇살이 그 소리 비집고 들어 네 둥근 항아리 속 그늘진 도화 꽃 몽우리를 햇살로 피워 올릴 수 있는, 시의 참다운 징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
 
 달빛화간 1 [정 숙]
길다
길어도 너무 길다
혀끝을 깊숙이 밀어 넣어 꿀을 빨아먹기 위해서 인가
꽃 대궁이 속 타액은 원래 나비의 것인데
달은
꽃을 탐하여
그렇게 혀를 길게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 달콤한 순간을 기다리는 달맞이는
밤마다 제 몸을 열어 서로 연민의 깊이를 음미한다
이제껏 보름달과 꽃의 표정이 좀 수상하다 했더니
그런 부적절한 관계였나
그 까닭으로 달뜨는 밤이면 많은 이들이 가슴 설레고
늑대울음을 우는 것이었구나!
내 시의 혓바닥은
여직 생각이 무디고 짧아서 맛을 음미할 줄 모른다
상처만 주지 내통이 잘되지 않는다
이 외사랑, 아득하여라
 달빛 화간 2 [정 숙]
 
잠든 듯 넘실대는 밤 파도를 밟고
달은 금빛 머리카락 출렁이며
춤을 춘다
춤사위 속 몇 올은
달맞이 꽃입술에 달린 종을 흔든다
애틋하게 서로의 눈부처 바라본다
이제야 달이 둥글게 차오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간절한 그리움이
죽고 싶도록 휘휘한 적막에 녹아들어야
빛이 되고 생명이 된다는 걸
저들은 나 보다 먼저 깨달은 것인가
어둠은 또 다르게 치열한 삶의 현장
메두사가 풀어놓은 뱀들이
달빛인양 춤을 추다가 지쳐 쓰러진다
대낮에 햇빛을 받으려 전을 펼치던
연들은 제 꽃입술을 새촘히 오므린다

  배달민족
---유배 시편 28[김배달]
달려라!
너, 김 배달
오늘도 오천년 배달민족의 바톤을 들고 달려야 한다

물려받은 씨앗 잘 갈무리하여
주춧돌인 두 아들에 살림밑천인 딸도 두었고
별 볼일 없는 간판의 회사지만
명문이라 우기며
아래 위 서류전달도 어지간히 해댔지만
이제 겨우 세상맛을 알만한 나이인데
밀려나
세월 오토바이를 탄다
부릉! 부르릉!
온 몸 솜털이 곤두서서 춤을 춘다

이 나이에 배달민족의 근성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잠시 죽었던 한 남자 다시 일어선다
그 고사목에 새 잎이 돋아난다 

연인 ,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이요
선물인 그

내 색의 골짜기에 숨겨둔 내연남, 그는
담쟁이가 미루나무 등걸에 살며시 발을 걸치는 때
느티나무가 달빛을 갈아입는 시간
또는 초승달이 서해로 안기는 그 순간에도
시시로 찾아와 달콤하거나 쓰리거나
뭔가 속삭여주길 나는 애 태운다
그 품엔 늘 투창이 이를 갈고 있는데도
 
비워도 너무 비웠다

삼월 생기에 푸욱 젖어들고 싶은 날
경산군 남산면 반곡지에서 바람을 맞았다
까막새 옛 친정을 지나온
내 물결, 고요하였다. 바람이
속 다 비운 뚝버들 자궁 속으로 들어왔다
몇 백 년 묵은 버드나무,
나무의 큰 입술은 닳고 닳아 매끄러웠다
서로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던 중, 아뿔싸!
나무는 사방 문설주까지 다 썩혀
하늘을 송두리째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거,
비워도 너무 비운 거네. 우리는 말없이,
아, 두 고요가 만났으니
저 작고 숱한 나뭇잎들까지 파도치는 걸까
바람의 색안경 속 눈부처가 반짝거렸다
이 비밀의 닻을 내릴 곳은 어디?
텅 빈 나무는 물 위에 누운 채 나룻배가 되어
바람, 바람이 날 적시며 밀고 간다
(시집『연인 있어요』2020. 시산맥)
 
「번개탄, 이봉화전」
 
한 세기 봉화 불 켜들고 남편과 자식들, 아래위 이웃에 꺼진 불붙이려 동분서주하던 번개탄, 이봉화 여사
 벚나무 환히 불밝혀 놓고 당신의 생애 불 끄느라 숨결 깊이 몰아쉬더니 
땅 속에서 하늘로 길 닦아 세상 어둠에 불붙이려면 봉화, 다시 필요하다며 두 손에 불의 씨앗 될 묵주를 꼭 움켜쥐고 떠나가신다

「수선하다」

 “봄날도 여름도 가을까지 다 그냥 보내 버리고 
찬 서리 겨울 늦바람에 몸부림치는 
여자의 몸과 골진 마음을 
다시 화사한 봄날로 수선해 줄 수는 없나요?”

 「간통」

“시인은 외간을 사랑해야지//눈앞에 있는 사랑초 꽃송이 품에 들어/내연의 관계 뜨겁게 애걸해야지/둘 사이에 변종이 태어나 멱살을 잡더라도/그 변종을 잘 보살펴야지//내 시가 풋풋해질 수 있도록/통, 통, 서로의 비밀스런 정을/ 글로써 간통簡通해야 하리”
 

여름비
 
가뭄의 소나기, 그 빗줄기 속엔 
불이 들어 있는가
  
풀뿌리들이 젖은 흙덩이들과 
애무하러 허겁지겁이다 
나뭇잎들이 입술 내밀며 흐느적거린다
 
그래, 살다가 저렇게 너 나 없이 스며들어 
절정에 몸 부르르 떠는 때가 있어야지
그래야 짧은 삶도 살맛이 나지
 
(이하 부분 생략 )
 
무궁화 꽃송이들만 스며들 줄을 모른다 
서로 똑똑한 척, 비가 물이지 
불이냐고 싸움질이나 하면서
 

화간
 
낮엔 새침하더니 요상하다 
달빛 끌어당기는 꽃잎의 눈빛, 
 
오월 담장에 기대서서 바깥을 살피는 
흔하디 흔한 장미꽃인데 
어느 품이라도 마구 파고드는 색골 
달의 끝없는 곁눈질에 그만 빨려드는지
 (이하 생략)
 달빛은 도톰한 꽃입술을 만져본다 
몇 겹의 꽃잎 헤집으며 
자신을 밀어넣는다
 꽃잎은 더 진한 향을 내뿜으며 
붉어진 눈빛으로 온몸을 부르르 떤다

 밤의 내통을 은근히 즐기는 변태의 관음증 
달빛도 꽃도 나무도 다 나의 외간들이니 
어쩌랴, 거부할 수 없는 이 색정, 
강간이 아닌 원죄를 위한 자연이니 
색정은 내 시의 길이자 천형인 것을
 
 
ⅰ) 사랑하는 이들 사이 애증과 / 꽃과 꽃가시 사이 / 해맑은 웃음과 눈물 사이 / 모든 틈새에 벽지를 발라 위장해야 한다며 / 없는 벽, 쌓기도 하는 난 허술하고도 / 시시한 시, 도배장이 (「도배장이」 부분)    
 
ⅱ) 시인은 / 날개 없이도 날아오를 수 있다는 걸 / 사유라는 날개는 하늘 끝까지 / 아니 그 뒤안길까지 / 하루 몇 번씩이라도 날아갈 수 있다는 걸 / 알면서 또 애써 날개를 펼쳐보는 것이다 (「날치」 부분)     
 
ⅲ) 시인이란, 반구대 바람내장 안 누드로 숨어 있는 선사시대의 향유고래 축제와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과 사랑의 아우성까지 귀담아 잘 읽어내야 한다. (「울산 반구대 암각을 읽다」 부분)
 
ⅳ) 이슬 같은 여자, 푼수 같은 여자 / 애교 많은 여자, 가슴 큰 여자, 못 말리는 여자, / 솔직하면서 인색하지 않은 여자 / 눈물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여자, /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늘 행복해하는 여자 / 쪼다 같은 여자, 그래서 귀여운 여자 (「밀서와 검은 비닐 봉다리」 부분)  
 
 ⅴ) 옛 향촌거리 녹향에서 처용아내 강의를 하고 / 시낭송을 가르친다니! / 시간은 냉정히 떠나가면서도 내게 기회를 주었다 // ... / 찻집 고우에서 / 북 콘서트를 응원하는 함석지붕 봄비소리 / 창 넘어 경상공원의 / 왕벚 꽃송이들 짙은 분홍빛 가운으로 / 봄밤을 기다리고 있다 (「향촌연화 2」 부분)  
 
“어느 소설가는 자기가 돼지처럼 느껴질 때 / 시를 읽는다고 했다 / 난 돼지가 되기 싫어 시를 쓴다 / 미적지근한 내 안을 더듬어 본다 / 어디를, 무얼 찔러야 하는지 샅샅이 뒤진다 / 더듬다보니 명색이 예술가라며 / 먼 허공 옆구리만 주무르고 있는 그림이 잡힌다”(「까르페디엠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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