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23-05-02 19:39

연인있어요

‘처용단장님’께 [정 숙]
관리자 | 조회 188
 
‘처용단장님’께
-처용아내가
보들레르의 그로테스크와 ‘부다페스트에서 소녀의 죽음’이 스승님의 얼굴을 바람처럼 흔들리게 했나요? 자유를 찾아 총탄에 쓰러진 열세 살 소녀에게서 두 딸의 미래를 걱정하는 아버지, 그 손짓과 목소리는 늘 나침반의 바늘로 떨고 계셨습니다. 미지를 위해 전율을 멈추지 않으려는 날갯짓이겠지요.
처용이 노래한 짤막한 시에서 드디어 ‘바다가 생쥐 같은 눈을 뜨게’*되어 말이 자유를 찾았지만, 저는 무식하게 처용아내라며 낱말의 의미만 주워 담습니다. 날마다 장구장이들의 소란에 끌려 다니느라 떨림을 모르는 제 무딘 감각이 치를 떨고 있습니다.
 
*김춘수의 처용단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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