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23-05-02 19:39

연인있어요

향촌연화 1, 2 정 숙
관리자 | 조회 213
향촌연화1

피난민 시절, 옛 시인들의 막걸리 애환이
소복이 담긴 좁은 골목길
그 발자국 감히 밟으며
녹향에서 마리오란자의 축배로
서로의 두 눈빛에 불기둥을 세웠다
백조다방에서 대여선생님께 들켜
쓴 커피를 달게 얻어 마셨다
줄장미가 살금살금 담장을 넘어가는 달밤
무슨 혁명을 꾸미려는지
뻐꾸기 뻐꾹, 뻐꾹 애타게 조심스러웠다
사랑채에선 가위가 긴 머리카락 잘라버리겠다
으르렁, 봄밤을 싹둑 잘라버리더니
그렇게 봄바람은 지글지글 끓으면서도 
추위에 떨며 떠나더라
내 풋사랑 향도 이끌고 서럽게 가버리더라
그리움의 흔적엔 유통기한도 없이
향촌동 내 인생, 오월의 아리랑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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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촌연화2


옛 향촌거리 녹향에서 처용아내 강의를 하고
시낭송을 가르친다니!
시간은 냉정히 떠나가면서도 내게 기회를 주었다

북성로 세운상회도 지금 사라졌지만 
추억의 옷을 입고 아련한 미소 지으며
찻집 고우에서 
북 콘서트를 응원하는 함석지붕 봄비소리
창 넘어 경상공원의 
왕벚 꽃송이들 짙은 분홍빛 가운으로 
봄밤을 기다리고 있다
봄밤을 연주하는 빗소리는 처용아내의
읊조림을 불러온다

봄비는 추적추적 임발자국 소리 겉지예
벚꽃꽃잎이 나풀나풀
한숨지미 떨어지고 있지예
봄밤이라예!
안그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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