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5    업데이트: 24-01-15 11:36

평론 언론

경북신문 2019.12.18 서양화가 김정기, 잃어버린 자연 속 순수 캔버스 속에 피워내다
아트코리아 | 조회 1,371

고향 산하서 보고 느낀 서정적 이미지
산·바다·늪·시골길 등과 같은 자연
화풍에 옮겨온 듯 풍경이야기 '다수'
자연 소리 느끼게 하는 것 '그림 철학'
대구 수채화 전국공모미술대전 열어
수채화 위상 높이고 창작활동에 도움


[경북신문=서인교기자] 김정기 작가는 안동 촌놈이다. 촌놈이기 때문에 촌스러운 그림을 그린다며 겸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김 화가를 촌놈으로 보기엔 여의치 않다. 글자를 아는 순간부터,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화가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막연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단다. 그야말로 천재성을 가진 작가임에 틀림없었다. 소재, 소질 등 화가 그 자체였다. 김 작가의 작품소재와 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김정기 작가의 칠곡 작업실은 대구 도심보다는 공기가 청량하다. 고집이 꽤나 있어보였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을 보면 분명 고집은 있다. 만화를 유독 잘 그렸던 형을 따라 만화를 그리면서도 그의 꿈은 화가였다. 맞벌이 하는 부모님이 늦게 들어오시는 집에 혼자 들어가기 싫어 골목에 앉아 흙그림을 그렸단다.

↑↑ essence-100M
김 작가는 부모님의 반대는 지속됐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 집에 몰래 화구를 갖다 놓고 그림을 그렸고 안동에서 객지인 대구로 나온다. 계명대학교 서양화과에서 그의 청년그림은 시작된다. 삽화, 차트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객지생활의 외로움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그에겐 최고의 행복이었다. 그는 다작을 한다. 나무에도 캔버스에도 수채화 유화……. 젊다는 것으로 에너지를 자극했고 많은 전시회에 참가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고향의 산하에서 보고 느낀, 몸에 베인 서정적인 이미지가 화풍에 옮겨온 듯 그의 작품엔 풍경이야기가 많다. 그는 산과 바다, 늪, 시골길 등과 같은 자연이 좋단다. 화가에게 있어 스케치 여행은 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에너지라는 그는 1년에 꼭 한번은, 같은 자연이라도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강원도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고 여름이면 섬진강을 따라 사진 여행을 간다.

↑↑ essence-순수
그는 "자연을 따라가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며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 물론 소리를 담을 수는 없지만 그림을 통해 그 소리를 느끼게 하고자 하는 것이 제 그림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예술이 그렇듯 감동이 살아있는 그림, 나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자연을 감상하고 잃어버린 추억도 순수도 찾아가길 바라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 essence-열정
도시화라는 거대한 철거 속에 자연은 고른 숨을 쉬지 못한다. 문명이라는 이기적인 현실은 자연에게 상처를 남겼지만 김정기 화가는, 사라지기전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하듯 캔버스에 고스란히 보존했다. 사라져가는 고향집, 잃어버린 나무숲, 말라버린 내(川)가 흐르고 있었다. 잃어버린 '그곳'을, 우리들에게 그림이라는 창을 통해 찾아주었다. 그의 그림에선 시골 고향집 부엌에서 저녁밥 짓는 구수한 냄새가 난다. 어머니의 따스한 젖무덤 같은 그리움도 있다.

김 작가는 "그림은 나를 발산 하는 에너지"라며 "내 젊음과 열정, 세상과 마주하는 내 삶의 소통창구"라고도 했다. 애인 같은 수채화와 부인 같은 유화가 있고, 어린 시절 흙 그림을 그리면서 수없이 뭉개고 그리기를 반복하던 그 즐거운 놀이가 지금도 화가로 살게 하고 있어 감사하단다.

↑↑ essence-질투
대구수채화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 각가에게 '대구수채화 전국공모미술대전'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는 "수채화의 위상을 높이고 수채화 전문작가들의 창작활동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싶어 공모전을 열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지방에서 처음으로 수채화 공모전을 가졌다. 현재 전국에서 열리는 수채화 공모전은 서울지역 미술단체에서 주최하는 2개가 있을 뿐이다.

김 작가는 "대구에 서양화가 도입된 것은 1920년대로 볼 수 있다. 1927년 대구 근대미술을 이끌어온 서동진 선생이 처음 수채화 전시를 열어 전국에 대구 수채화의 수준을 알렸다"며 "그 뒤에도 이인성 등 근대 대구화단은 물론 한국화단을 움직였던 작가들이 수채화를 다양하게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깊고 튼튼한 뿌리를 가진 수채화의 위상이 최근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대학입시에 수채화가 필요하다보니 수채화로 대학을 가기 위한 기초단계로 여기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대부분 유화를 그리지, 수채화를 그리지 않는다. 현재 지역에서 유화를 그리는 화가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수채화 전문화가는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기 작가는 안동 출신으로 고교시절을 마친 후 대구로 유학했다. 계명대 미술대학 및 예술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28회, 아트페어 20여회 참여, 미의본질과해석전(부산), 현대미술의조망전(대구), 대구·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교류전(러시아), 한·중미술교류전(중국), 한국현대미술의장(서울) 외 500여회에 출품했다.

김 작가는 대구수채화협회 회장과 대구청년작가회 회장을 역임하고 2011대구미술발전인상 수상, 2016대구미술인상 수상, 2019정수미술대전초대작가상을 받았다.

또 김 작가는 대한민국, 대구, 경상북도, 부산시, 울산시 미술대전과 신라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 등의 운영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사)한국미협 대구지회부회장, 대구사생회 회장, 대구수채화협회 자문위원, 한국정수문화예술원 초대작가, 공익과예술의만남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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