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9    업데이트: 22-09-07 10:51

병풍화

靑女驚烏鵲夢 / 132 x 32 cm / 10폭
관리자 | 조회 197


1
靑女驚烏鵲夢
素娥偏惜鳳凰枝
故人有約來何暮
獨立雲階影漸移
 
서리 내리는 청녀(靑女)1)는 견우직녀 만남에 잠깐 놀라고,
달 속에 사는 항아(恒娥)2)는 봉황이 앉는 오동나무
가지 보며 애석해하네.
만나기로 약속한 벗 어느날 저녁에 오려나,
구름 낀 섬돌에 혼자 서 있으니 그림자 점점 길어지네.

1) 청녀(女) : 서리와 눈을 주관하는 전설 속의 여신으로, 《회남자(淮南
子)》 〈천문훈(天文訓)>에 "늦가을에 이르면 청녀가 나와서 서리와 눈을 내린다."라고 하였다.
2) 원문의 소아(素娥)는 달 속에 산다는 선녀 항아의 별칭이다. 항아(姮娥)는 상고 시대 예(羿)의 아내로, 예가 일찍이 서왕모(西王母)에게서 불사 약을 얻어 놓았는데, 항아가 이를 훔쳐 먹고 신선이 되어 달 속으로 도망쳐 들어가 외롭게 산다는 전설이 있다.

 
2
久客偏驚歲月忙
小盆栽得數枝黃
迎霜正帶娟娟色
近榻時間冉冉香
 
나그네 생활 오래되어 세월 빠름에 놀라니,
작은 화분에 심은 국화 몇 가지 노랗게 피었네.
서리를 맞으니 곱고 고운 색깔을 가져서,
책상 가까이 두고서 때때로 은은한 향기를 맡네.
 
3
人言山徑雪初晴
爲憶芳姿踏月行
尋到林間香似海
此時心跡喜雙清
 
산길에 내리던 눈 그쳤다고 말하니,
달밤에 아름답던 매화 모습 떠오르네.
매화 숲을 찾아가니 향기 자욱히 깔려 있어,
이 순간 마음과 자취 둘 다 맑아지도다.
6
運氣自從仙掌動
天香不許世人誇
靑春有態當窓近
白髮多情挿帽斜
 
신선의 손에서 기운이 움직이는데,
타고난 향기는 세상 사람들이 자랑함을 허락하지 않도다.
젊은이도 모습을 보고 창 가까이 두려하고,
늙은이도 다정하게 모자에 비스듬히 꽂아두네.
 
7
月缺霜濃細蕖乾
此花元屬桂堂仙
鷲峯子落驚前夜
蟾窟枝空記昔年
 
달이 이지러지고 서리 짙어지니 연꽃은 시들었지만,
계수나무 꽃은 원래 신선의 집안이라네.
어젯밤에 취봉에 계수나무 열매가 떨어졌는데,
달 속에 계수나무 가지6) 없어졌으니 옛날이 떠오르네.
6) 원문의 섬굴(窟)은 달의 별칭이다. 과거(科擧)에 급제하는 것을 달 속에 있는 계수나무 가지를 꺾는데 비유하여 절계(桂)라 한다.
 
8
移取琅玗隩三五枝
半遮樓閣半遮池
瀟湘帝子淇隩客
忽捲疎簾某在斯
 
푸른 대나무 몇 그루 옮겨 심으니,
반은 누각 가리고 반은 연못 가려주네.
아황 여영 눈물 뿌린 소상반죽7)과 기수(水) 가의 푸른 대나무8),
문득 발을 걷고 보니 그들이 이곳에 있구나.
 
7) 요(堯) 임금의 두 딸로 순(舜) 임금의 왕비가 된 아황(皇)과 여(女英) 이 순 임금 사후에 상강에서 슬피 울다가 물에 빠져 죽었는데, 이때 흘린 눈물방울이 대나무에 얼룩져서 소상반죽(瀟湘斑竹)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8)『시경』「위풍(衛風) 기욱(淇奧)』에 “저 기수(淇水) 물가를 보니, 푸른 대가 아름답고 무성하도다.[瞻彼淇奧 綠竹猗猗]" 라는 구절이 있다.

 
9
東籬處士今安在
惟見黃花谷谷開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 따던 도연명은 지금 어디에 있나?
골짜기마다 피어있는 국화만 보이네.
 
10
渭濱若更招賢相
好作漁竿係釣絲
 
위수 물가에서 다시 어진 재상 될 인물 초대한다면9),
이 대나무로 낚싯대 만들어 낚싯줄 묶으리라.
9) 강태공(姜太公)이 위수(渭水)에서 낚시를 하다가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초빙을 받아 낚싯대를 거두고 벼슬길에 나가 주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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