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9    업데이트: 22-09-07 10:51

병풍화

138 x 33 cm 12폭
관리자 | 조회 232

 
若非太華峰頭見
會向天竺寺裏看
 
만약 태화봉1) 정상에서 볼 수 없다면,
천축(天)의 사찰 속에서 볼 수 있으리라.
 
1) 태화봉 : 중국의 오악(五岳) 중 서악(西岳)의 봉우리를 지칭한다. 그 산의 중봉(中峯)을 연화봉(蓮花峯)이라고 하는데, 그 위에 못이 있어 천엽(千)의 연꽃이 핀다는 전설이 있다. 한유(韓愈)의 시「古意에 “태화봉 꼭대기 의 옥정에서 자라는 연은, 꽃이 피면 열 길이요 뿌리는 배와 같다네.[太華峯頭玉井蓮, 開花十丈藕如船.]”라고 하였다.
 
始憐幽竹山窓下
不改清陰待我歸
 
산골 창문 아래 가녀린 대나무 처음엔 가련히 여겼더니.
맑은 그늘 변함없이 내가 오기를 기다리네.
 
枝生大地山河影
根老層雪雨露春
 
가지는 대지에 있는 산하 그림자 속에서 자라고,
뿌리는 높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이슬 맞으며 늙어가네.
 
正色黃爲貴
天然白亦奇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국화는 표준 색깔인 황색을 귀중히 여기지만,
흰 색을 타고난 것도 기이하도다.
세상 사람들 국화를 구별하여 보지만,
모두 서리를 이기는 기상이 있다네.
 
色且勿論香可愛
衰猶如此盛當知
 
색깔은 물론이거니와 향기도 사랑스러운데,
시들어도 이와 같거늘 풍성할 때는 어떨지 마땅히 알리로다.
 
自隨博望仙槎後
詔許甘泉別殿栽
박망후 장건(張騫)이 서역에서 포도를 가져온 후에, 2)
감천궁(甘泉宮) 별전에 포도를 심도록 하였네.
 
2) 한(漢)나라 장건(張騫)이 서역의 대원(大苑)에 갔다가 돌아올 때 포도의 열매를 가져다가 이궁(離宮)의 별관(別館) 주위에 모두 심었다고 한다. 박망(博望)은 박망후(博望侯)인데, 장건에게 봉해 준 벼슬 이름이다.
 

繞身無數靑羅傘
風不來時也自香
 
몸에는 무수한 푸른 비단 우산 두르고,
바람 불지 않아도 스스로 향기 풍기네.
 
西樓漸覺夜微凉
斜月橫河近人窓
已過三更人定後
不知琴韻是何鄉
 
서쪽 누각에서 밤이면 점점 시원해지는데,
기우는 달빛 강을 건너 창문으로 들어오네.
한밤중 통행금지 시간 이미 지났는데,
거문고 소리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네.
 
我愛幽蘭異衆芳
不將顏色媚春陽
西風寒露深林下
任是無人也自香
 
나는 난초가 다른 꽃과 다름을 사랑하노니,
봄볕에 아첨하는 표정 짓지 않음이라.
가을바람 불고 찬이슬 내릴 때 깊은 숲에서,
그저 아무도 없더라도 절로 향기롭네.
 
似共東風別有因
絳羅高卷不勝春
芍藥與君爲近侍
芙蓉何處避芳塵
 
봄바람 함께한듯한 특별한 인연 있는데,
붉은 비단옷 말아 올리고 춘흥을 못 이기네
작약은 그대에게 가까이 모시는 시종이 되었는데,
부용은 어디에서 꽃다운 명성을 감추고 있나.
 
翠色本宜霜後見
清聲偏向月中間
 
푸른 빛은 서리가 내린 후 보아야 마땅하고,
맑은 소리는 달이 뜬 후 들어야 어울리네.
 
俄疑繡口脂含雪
轉訝香腮粉帶霞
 
잠시 입술에 구지(口脂)3) 바르고 눈을 머금었는가 의심했고,
향기로운 뺨에는 노을빛 분을 발랐는가 생각하기도 하였네.
 
3) 구지(口脂) : 입술이 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약이다. 당나라 때에 납일(日)이 되면 궁중에서 신하들에게 입술이 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구지(口脂)와 얼굴에 바르는 면약(面藥)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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