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0    업데이트: 24-02-23 09:56

언론&평론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 - 김명숙
관리자 | 조회 596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 - 김명숙
글/ 박준헌(미술이론)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면 느끼는 것은 진실이 된다. 실재(實在)하는 것이 보여지기 때문에 우리를 믿게 한다면 보이는 것 너머의 느낌과 감동은 대상의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때문에 믿음이나 확신이 부족한 이는 보이는 것이나 보여지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되고,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이는 마음이나 감정이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우리는 모든 것을 보게 됨으로써 믿게 되고 확인할 수 있다. 가상의 것이라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존재할 수 있고 믿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보이는 것이 먼저인 시대이고 보여지는 것이 소비되는 세계이며 보일 수 있는 것만의 세상이다. 감동을 전제로 한 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보는 것이 중요해져 갈수록 우리에게 진실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의 기관이 발전하면 다른 기관이 퇴보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속도가 빠르면 아스라한 풍경을 놓치듯 보는 것에 대한 믿음이 확고할수록 나의 감정과 진실은 그만큼 멀어지기 마련인 것이다. 김명숙의 작품은 보이는 것이 우선시 되는 지금의 세상에서 느끼는 것이 무엇이며 감동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한 예술가의 집념이 응축된 어떤 결과이다. 보이는 것에 대한 믿음을 최대한 절제한 그의 작품은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데, 그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깔려 있기에 가능하다.

그의 작품은 소박한 실내의 정물이나 도시의 귀퉁이 풍경이다. 지나치다 아주 잠깐 시선이 머무는 것들이다.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들이다. 그의 작품은 보이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구축된 세상이 아닌 결점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불완전한 인간의 흔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작가이고 그 각별함이 작품의 바탕이 되는 작가이다. 거미한테 가장 어려운 것은 거미줄을 안 뽑는 거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이 그에게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일 수도 있겠다. 그는 그런 사랑으로 희망이 없어 보이는 현실이지만 담담하게 화면을 일구어 내고 있으며, 바로 그것이 최선의 예술이라 믿는 작가이다. 그는 진실한 작품을 얻기 위해서는 우린 모두 결점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서로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아는 작가다.
그의 작품이 다른 정물이나 풍경 작업과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우선 작가의 자장 내에 있는 소재들이라는 점이다. 작가는 그것을 존중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삶의 한 부분으로 투영시키고 밀어 넣음으로서 추억이나 사연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한다. 그렇게 해서 그는 전통적으로 회화가 가지고 있는 한계,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뛰어넘고자 하는데 이러한 시도는 그의 작업이 갖는 장점이자 매력이며 그의 회화가 갖는 속성이기도 하다.

김명숙의 작품은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부박한 가식들을 제거하면서 거기에 맞설 수 있는 하나의 인상적인 길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보이는 것의 허위와 아름다움에 대한 통념을 직시하게 하는데 이미 언급했듯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가장 따뜻한 시선과 연민이 있기에 진실하고 설득력이 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서만 작가를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김명숙은 연민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에서 작은 친절과 용서를 베푸는 작가이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것들을 조용히 맞이하며 우리의 언젠가를 위한 약속장소로 안내한다.
작게 조금씩 그의 화면으로.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