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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을 태도로 사는 사람들 / 매일경제 / 2021.07.15
관리자 | 조회 461
명랑을 태도로 사는 사람들


꽃 / 김명숙 작가 / 직접 촬영
 
귀여운 사람을 좋아한다. 예쁜 것보다 귀여움이 한 수 위다! 라고 주장한다. 나도 귀엽다. (죄송합니다.) 김명숙 작가는 우리 나이 육십이 넘었다. 대구 억양이 리듬처럼 느껴져 이런 말 실례인 줄 알지만 귀엽다. 늙어서 귀여워진 것은 아닐테고 김명숙 작가의 삶의 태도일 것이다. 친근하게 먼저 다가와주고 유쾌하게 말 걸어 주고.

그녀의 작업실은 대구 주변 현풍에 있는 꼬마 건물 1층이다. 어찌나 아름답게 꾸며 놓았는지 들어가자마자 탄성이 터졌다. 김명숙 작가의 그림들은 온통 꽃이다. 크고 작은 꽃다발의 즐비는 흡사 꽃가게를 통째로 옮겨놓은 것 같다. 나는 그림에 색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좀 어지러웠다. 그런데 신기했다. 김명숙 작가의 그 현란한 꽃밭 한가운데 서 있는데 어지럽긴 커녕 어디서 솔솔 꽃향기가.

이제 늙은겐가, 내가. 꽃 좋아하면 늙은거라던데, 몇해 전부터 꽃만 보면 달려가 찍고, 아침이면 꽃톡 보내고. 세상 없어 뵈는 게 꽃 사진에 '오늘도 행복' '하트' 넣어 단체방 올리는 것이라던데 어느새 내가 그러고 있다. (웃음) 그래도 어쩌라고. 꽃이 좋은 걸. 한껏 흥분하며 작업실을 구경했다. 이 곳은 보이는 모든 게 분홍 분홍, 자주 자주. 명랑하고 발랄했다. 그림은 분명 그린 사람을 닮는다. 김명숙 작가가 딱 그러한 분인거지.
ㅡ저는 맘이 요만큼이라도 불안하면 붓을 못 잡아요.

최상의 컨디션, 최고의 상태일 때만 그리죠. 그래야 그림 속에 마음이 술술 풀려나오더라고요. 하하하.

긍정이 훅 끼친다. 그림 속 강렬한 에너지의 정체는 긍정의 기운일테다. 화려한 색들은 응축된 끼일테고. 그녀의 그림은 저 혼자 젊다. 저 혼자 기운이 넘쳐 작가를 마구 끌고 간다. 프랑스 고성으로도 가고, 대구의 미술관, 여러 전시회들로 끌고 다닌다. 김명숙 작가가 프랑스 고성에서 전시했던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 곳도 그림도 사랑과 기쁨이 넘친다. 그녀를 알면 알수록 더 귀엽다. 나는 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생의 명랑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젊음은 마음의 상태라잖아. 우린 대화를 하며 농구공, 배구공처럼 통통 튀어 올랐는 걸! 김명숙 작가와 얘기하다 보니 자꾸 따라 웃게 된다. 처음에 작품을 보고 어? 작가 나이가 좀 많은데 그림이 왜 이리 젊지? 했는데 내가 틀렸다. 작가가 젊으니 작품도 젊은 것이다. 마음이 분홍 보라빛이니 그림도 색을 겁내지 않는 것이다.

생의 태도로 명랑을 선택한 사람들은 밝은 에너지를 선물로 받는다. 하지만 때로 깊이에의 강요처럼 스스로를 얽매기도 한다. 명랑과 깊이가 반대 개념이 아닌데도 자기 검열의 ?C이란. 언제나 그렇듯 평균대 위의 일상이다. 떨어져도 그만이지만 나만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해. 우리는 심호흡 한 번 하고 방긋 웃으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꽃 / 김명숙 작가 / 직접 촬영
 

임지영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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