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    업데이트: 22-05-10 14:34

보도자료

자유로움으로 充溢한 繪畵 - 이 영 훈(공산 갤러리 수석큐레이터)
아트코리아 | 조회 921

  

 

   김상용에게 있어 그림은 그가 대상을 보고 얻은 느낌을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 드러내는 그 무엇이다. 이것은 수잔 랭커(Susanne K. Langer)가 그녀의 <藝術이란 무엇인가?>라는 著作에서 “藝術은 感情의 表現이다”라고 한 바의 선상 위에 있다.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의 사건, 행위, 사고들과 더불어 파생되는 그리고 곁들이는 마음의 움직임이 감정이라 한다면 심리 상태는 사건들의 침전물이라 하겠다. 그러한 측면에서 존 듀이(John Dewey)는 藝術을 經驗의 산물이라 하였다. 하지만 경험은 수많은 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情況들이 표현되기 위해서는 일종의 거름 장치를 필요로 하며 그 濾過物은 어떠한 방식을 통하여 外華된다. 再現的인 表現을 主軸으로하는 김상용도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업하길 원하며 내부의 드러냄을 통해 그는 루카치(G. Lukacs)가 규정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全形”을 이루려 한다. 

   풍경화 아니면 인물화로 이루어진 김상용의 작업은 심각하고 현실 참여적인 표현을 담고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心琴을 울리는 작품이라면 그것은 그 어떤 政治的인 구호보다도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Claude Monet의 <낫가리> 連作이자연풍경임에도 깊은 감동을 주는 것처럼 김상용의 작업도 외견적으로 평범한 인물이나 풍경이지만 헤아릴 수 없는 審美性을 띠고 있다. 그의 그림에 도입된 이미지들은 매우 편안한 상태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 간다. 그것은 화면과 거기에 수용된 대상이 차지하는 몫과 표현양태의 관계성에 기인한다. 이에 관계된 그의 전형적인 표현방식의 하나는 적당한 거리에 있는 대상들의 표현이다.
   권투로 치자면 인파이팅은 아니지만 근접전을 벌리고 있는 형국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주기적으로 뻗는 잽과 가끔 옆에서 다가오는 감동의 펀치를 내보내는 화면은 시각의 편안한 초점 거리에 있어 우리가 고생하며 다가가지 않아도 되고 또 너무 가까워 거리를 필요로 하는 近親的 威脅性을 지니지 않은 편안한 만남이 마련되도록 한다. 그래서 김상용의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크나큰 짐을 우리에게 지우지 않고 곁에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정겨운 친구와 같이 친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或者는 평범한 느낌만을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주는 감동은 때로 무심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때 받는 역습적인 感動을 그야말로 전율 그 이상이다.
   이미지의 수용거리 이외에 초기의 작품에서부터 있어져 오는 표현특징 중의 하나는 강한 대비의 사용이다. 묵직하고 힘있는 표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리적 안정감과 표현의 깊이감을 느끼게 한다.그 강열한 명암의 대비를 통한 표현은 수채화 표현이 갖기 쉬운 輕量感을 보완하고자하는 그의 무의식적인 造形意志의 반영인 듯 보인다. 격한 대비를 통해 조성된 화면은 이중으로 나뉘어져 보인다. 하지만 화면의 兩分性이 단순한 대칭적 화면에 그치지는 않는다. 그것은 화면 무게의 편중을 통해 정지하고 고정되며 영속적인 표현으로의 지향성을 갖는다. 대비적 표현양상은 빠르고 감정을 드러내는 기민한 붓질과 활동적 색채로 이루어진 표현으로 대비적 표현에서 조금만 보여준 화려하고 활력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의 <봄> 이라는 題下의 작품은 발현된 색채의 화려한 조화와 자유로운 활달함으로 심원한 흥미를 자아낸다. 색채구사가 세분화되고 명료하여 효과적인 색깔의 집적을 명쾌히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에서 억제되지 않은 활력적인 붓놀림은 어떠한 소재의 표현에서든 깊은 感興을 불러일으킨다. 자유로움은 이러한 그의 표현에 가득 차 있으며 滑水함은 김상용의 표현기제가 지닌 큰 강점 중의 하나이다. 밝고 화사하면서 내면적 에너지의 충일에서 나오는 그의 에네르기가 실린 표현들은 그림의 경계가 제한된 화면을 넘어 더 큰 활동의 장을 포함하고 그 넓은 바탕에서 나오는 반사적인 힘은 다시금 화면의 모든 요소를 활동적으로 만든다. 얼핏 방종한 자세로도 보이는, 속 시원히 풀어내는 화면의 표현양상은 오히려 한 여름의 시원한 비처럼 사람의 마음을 온통 상큼하게 만들어 준다.
   작업의 전체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형식이나 내용의 外化는 경직되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때로 작품을 엄격하고 敎條主義的인 Dogma의 희생양으로 삼는 경우를 주변에서 수 없이 目睹하였다. 그 같은 Dogma는 때론 詛嚼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작가들의 표현기도에 주입되었고 그 결과 불쾌한 트림과 소화불량의 모습들을 지나치게 양산하였다. 그렇다면 유동적인 상태를 김상용은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 화면으로 들어온 이미지들은 이미 그의 내면에서 부유하고 있다. 김상용은 그 유동성에 기꺼이 자신의 붓을 던지고 그 활력이 화면에 수용되도록 한다. 풍경화를 그리든 인물화를 그리든 표현에 있어서 억지가 있어서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음은 많은 작가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자유로운 감흥과 이에서 발원된 표현 없이 어찌 다른 사람의 감흥이나 인식의 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자유로움이라 함은 열려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그것이 작가의 마음이든 표현의 개방성이든 결국은 규격화되지 않은 확장되고 확대된 상태하의 국면을 지향함을 뜻한다. 본질적으로 자유로움을 드러내는 것은 生命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상용의 회화에서 실행된 표현의 자유로움은 내부적 충실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외부적으로 개방된 서향을 지닌다. 유영함으로 화면에 포획된 그의 이미지들은 더 큰 場의 토대위에서 응집되고 확산되어 경계면에 억압되지 않고 자율을 획득한다. 이제 그의 화면은 이미 고정된 영역의 화면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화면을 넘어, 보는 사람의 시선 앞으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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