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    업데이트: 22-05-10 14:34

보도자료

빛과 어둠의 변주(變奏),그 암시적 공간제3회 개인전 - 윤 진섭 ( 미술 평론가 )
아트코리아 | 조회 1,480

 

 

  모든 “보는 것”은 세계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라고 했던가. 얼핏 보기에 진부한 인물과 풍경을 素材로 한 그림들이지만 김상용의 화면에서는 외부세계를 내다보는 凡常치 않은 視線과 傳統的인 造形어투를 뛰어넘는 예리한 感性의 폭을 느끼게 된다.
화가의 力量이란 흔히들 치우치듯이 奇拔한 소재나 技法 등에서 가늠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첫 전시에 선보이는 작가의 몇몇 인물 드로잉은 단지 인물表現의 한 過程이나 단면으로서보다도 形象을 해석하고 그것을 繪畵平面에 飜案해내는 화가의 基本力量을 端的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예컨대 木炭의 선획만으로 그려진 웅크리고 있는 인물상에서 작가는 苦惱하는 인간의 전형성을 捕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굽은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空間의 弛緩感을 통해 감추어져 있는 인물의 表情까지 聯想케하는 暗示的인 繪畵空間을 演出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공간의 創出은 油畵물감으로 形象化한 인물상이나 누드에서는 劇的인 明暗對比效果를 통해 극대화되는데, 전통적인 화법에서 본다면 과도한 對比라든가 누드의 主觀的인知覺方式이 눈에 거슬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작가의 力量은 남다른感受性과 그 특유의 造型語套에 있음을 看過해서는 안된다.

  그의 화면들은 인물묘사의 고전적인 規範을 이미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新表現主義 系列의 작품에서와 같이 인간의 心的 狀況을 연출하기 위한 어떠한 文學的, 敍述的 장치도 고려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人物描寫의 古典性과 心的狀況 表出의 象徵性이 함께 느껴지는 것은 무엇에 起因하는가. 그의 붓 터치는 冷淡하고 거의 中性的이면서도 때로激情의 痕迹을 그대로 露出하는 兩面性을 보인다.
  이를테면 빛에 露出된 人物의 纖細한 描寫는 종종 극대화된 어둠 속에 溶解되고 마는데, 이러한 어법이 결코 任意的인 것은 아니다. 화면 밖으로까지 擴大되는 인물의 차가운 視線은 激情을 안으로 다스리는 理智的인 意味層의 空間을 示唆한다. 모든 작품이 작가의 자화성이라고 한다면, 김상용의 인물들은 세상읽기의 회화적 언어를 빌린 자신의 心象을 반영한다. 요컨대 빛과 어둠의 變奏를 통해 화면공간을 암시적인 공간으로 變容시켜가는 그의 화술이 일종의 문화적 장치인 셈이다.
 

  그러므로 破格的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누드상들에서조차 官能的인 인상보다 理智的인 인상을 더 강하게 받게 되는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화면들은 상투적인 지각방식을 인식의 차원으로 급전시키는 회화적 변용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어떠한 論理的인 수속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인물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직관적인 형식으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상용은 인물의 표현이야말로 인간의 연구이며 바로 한 세상의 해석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는 작가이다.
다양한 삶의 질감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란 아무리 그려도 다 읽어 낼 수 없는 암호와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작가는 인물표현에 있어 직시적인 조형기호의 차원을 넘어 화면에 암시적인 행간을 만들어 놓고 있는지 모른다. 어디까지나 그 행간을 읽어내는 것은 관중의 몫이다.
 

  특히 여러 인물상들을 한 화면에 병치시켜 다양한 삶의 잉태를 짐짓 하나의 무대공간 속에 끌어올려 보여주고 있는 인물군상에서 우리는 앞으로 그의 회화세계의 또 다른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개개 인물의 존재성을 암시하는 심적 공간은 인물들의 배치구도에서 느껴지는 상대적인 긴장관계에 의해 더욱 심화되며, 빛과 어둠의 변주는 “造形的 演奏” 라고도 할 수 있는 형상들의 일정한 旋律的 질서 속에 흡수된다. 
 
이번 전시에서 함께 선보이고 있는 몇 점 풍경 수채화에서도 여전히 그의 역량을 일어낼 수 있지만, 앞으로 “인간연구”의 話頭를 내려놓지 말고 지속적으로 작업해 가길 바란다. 인물의 暗號를 解讀하는예민한 감수성과 畵業에 임하는 진지함을 바탕으로 앞으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대한 관심을 더해간다면 이 작가는 필시 독보적인 회화세계를 열어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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