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6    업데이트: 12-12-20 17:42

작가노트

정신 물질세계의 해체와 재구성/분지의 아틀리에.이태수기자
권정호 | 조회 669
정신 물질세계의 해체와 재구성

정신세계를 해체의 상태로 파악, 회화적으로 재구성 하는 비구상계열의 서양화가 권정호는 소재나 기법면에서 독특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특이하게도 해골들을 빈번하게 소재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스피커(소리)를 떠올리는 독특한 관심의 영역을 회화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물질세계는 정신의 뿌리처럼 보이는 동양사상과 깊이 연계됨으로써 개성적인 방법론을 이끌어내고, 독특한기법을 빚고 있다.
그는 해골이나 스피커와 같이 누구의 그림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 소재들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같은 물질세계나 경험적 현상세계를 동양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음양론이나 이기이원론에 입각한 순수인식론적 세계관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그림들은 서구적인 현대감각을 강렬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깊숙이에는 우리의 전통적인 정신을 다저 넣음으로써 독자적인 영역을 일군다. 

특히 그의 근작들은 부분적으로 구상적이며 추상적이기도 하고, 상징적인 표현을 시도하는가 하면 표현주의에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와 선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여, 동양 정신에 뿌리는 두고 내재적인 표현의지를 활달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강인한 선과 찬란한 색채의 조직적인 점묘로 화폭에 분출시키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화염의 양상을 띠고, 금속성의 기하학적인 형태가 개입해 현대 물질문명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계를 떠올리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로움과 다양한 기법의 구사, 동양적인 정신과 그 속에 감추어져 있는 힘(기)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일련의 작품들은 정적인 아름다움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눈에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오며, 독자적인 회화가 갖는 낯설음을 안겨준다. 
그의 작품들 중 '해골들'이나 '소리'시리즈는 인간과 그 존재상황이 주는 갖가지 압박감과 사슬로부터 벗어나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순수추상의 세계에 몸을 던짐으로써 좀더 자유로운 삶을 표상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같은 추상세계가 이전의 해체, 재구성된 구상적 이미지와의 단절이 아니라 지속이며 연장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 그 양상은 밝고 푸른색 계열의 추상적 이미지와 이와는 전혀 무관한 듯이 보이는 해골 형상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 공존하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추상과 구상의 공존은 음과 양, 하늘과 땅, 밝음과 어둠, 삶과 죽음 등 자연의 이치가 순환적인 관계에 있듯이 서로 한 화면에서 분리되지 않고 공존하는 세계가 그의 회화이다. 

한편 '소리' 시리즈도 전자음파나 빛의 파장으로서 추상화되어 현대인의 정신적 상황과 위기의식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한다. 
1944년 경북 칠곡군 동명에서 태어난 권정호는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계명대 미대와 같은 학교 교육대학원을 나왔다. 82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86년 뉴욕 프래트연구소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돌아왔다. 70년대 초반부터 활동을 벌이면서 변모를 거듭했고, 미국에서 돌아온 후 개성적인 세계를 열어 보였다. 

대구 서울 뉴욕 등에서 여러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한국 현대미술80년대 정황전' '80년대 한국미술 위상전' '계간미술기획' '한국미술신세대16인전' '서울현대미술제' '국제임펙트미술제' '한,중교류전' 등 각종 국내외전에 참여했었다. 그는 현대 대구대 미대 학장이며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이다. 번역서 '재스퍼존스, 막스코즐로프'를 냈으며 작픔 3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영구소장되는 조명을 받고 있다. 


[분지의 아틀리에.이태수] 도서출판 나눔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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