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    업데이트: 25-11-06 13:55

작가노트

이창효 작가노트 | 자두 – 추억의 색
관리자 | 조회 7
이창효 작가노트 | 자두 – 추억의 색
 
전통과실인 오얏(자두)을 주제로, 그 싱싱함과 새콤달콤한 감정을 화폭에 담았다.
자두 밭에서 막 수확한 듯한 생동감, 자두 표면에 맺힌 뽀얀 분의 싱그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집중하였으며, 붉은 자두와 푸른 잎의 보색 대비를 통해 그 생명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자두를 담은 그릇으로는 전통 옹기나 함지박, 도자기 등을 사용하여 한지의 따스한 질감과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정감 있고 인간적인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
기억 속 유년 시절은 늘 따뜻한 정이 깃들어 있었다.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놓고 자식의 안녕을 비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고향의 향수는 내 작업의 바탕이 된다.
화면 가득 담긴 자두는 정월대보름의 둥근 달처럼 넉넉하고, 고향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던 축제의 기쁨을 상징한다.
그 풍요로움은 고향이 주는 추억의 충만함이며, 자두는 그 감정을 전하는 매개체이다.
자두의 붉은색은 오방색 중 하나로, 예로부터 집안의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며 잡귀를 물리치는 의미를 지닌다.
나는 자두에 ‘추억’을 대입하며 부감법 구도를 통해 풍요를 극대화하고, 행복에 대한 염원을 담고자 했다.
 
모내기가 한창이던 초여름, 고향에서는 자두를 ‘에추’라 불렸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제일 먼저 익어가던 과일이 바로 자두였다.
빨갛게 익기만을 기다리며 자두나무 아래에서 침을 삼키던 어린 시절,
벌과 나비, 풍뎅이들이 먼저 맛본 자두를 우리도 함께 먹으며 웃던 그 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과즙이 턱 밑까지 흘러내리던 그 감각,
자두를 한 보따리 메고 집으로 돌아오던 여름날의 발걸음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외가집과 자두밭, 친구들과의 추억, 돌아갈 수 없는 시골의 풍경을 다시 여행한다.
그 잊을 수 없는 맛과 향,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행복의 감정을 화폭 위에 되살린다..
자두를 보면 유년의 여름이 떠오르고, 장독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처갓집에도 보기 좋은 자두나무가 뜰에 한그루 있었다.
빨간 자두가 탐스럽게 많이도 열렸었고
잘익은 자두를 골라 따서 아이들에게 주고 함께 먹으며 행복했다
가족들과 함께 먹으며 느꼈던 그 행복은 지금의 나를 그리움으로 물들인다.
자두 한 알을 집으면 눈이 즐겁고 손이 행복하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터져 나오는 향기와 새콤달콤한 과즙은 입안 가득 축제를 펼친다.
빨강은 여름의 색이며, 자두의 맛은 곧 행복의 맛이다.
그 강렬한 색은 열정과 생명력,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희망을 상징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끼고,
내 작품을 통해 관람자 또한 그 행복과 풍요 그리고 따뜻한 고향의 기억을 함께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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