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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

대구의 근현대기 서화(書畵)와 문(文)의 문화⑬-오정·소정 컬렉션, 오정(梧庭) 이종면과 소정(小庭) 이근상 부자/ 이인숙 2015년 1월(350호)
아트코리아 | 조회 507

오정·소정 컬렉션,
오정(梧庭) 이종면과 소정(小庭) 이근상 부자

 

글|이인숙 한국학 박사, 대구대 강사

 

  지난해 이 연재를 시작할 때 첫 등장인물이 석재 서병오였고, 서병오가 남긴 많은 글씨와 그림 중 1926년 이일우에게 써준‘ 소남서소(小南書巢)’를 이야기하였다. 1926년은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개벽』 70호에 발표된 해이다. 상정, 상화, 상백, 상오 4형제는 단명한 아버지를 대신한 큰아버지 이일우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 대구가 자랑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일우는 자수성가한 아버지 금남(錦南) 이동진의 뜻을 받들어 우현서루(友弦書樓)를 세워 영남의 정신과 문(文)의 문화를 기울어져 가는 국운 속에서 보존하려 노력했다.
  금남(錦南)-소남(小南) 부자는 의부(義富)의 명예를 실천하였고, 오정(梧庭)-소정(小庭) 부자는 대를 이어 지역 예술인을 후원하였다. 영남대학교 박물관에 기증된 ‘오정·소정 컬렉션’이 그것이다. 오정 이종면(1870~1932)은 삼천석 대지주로 대구협성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자 경제인으로 활동하였고, 한편 동호인들과 시사(詩社)를 결성해 400여 수의 한시를 남긴 한시 작가였다. 외아들 소정 이근상(1903~1934)도 동아일보에 시를 발표한 시인으로 이상화, 백기만, 이장희 등과 절친했고, 이근상과 동갑인 죽농 서동균도 이들과 함께 어울렸다. 오정과 소정은 지역 예술인들과 어울린 문학인이자 부유한 지역 유지로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며 후원하였다. 이 컬렉션에는 서병호의 서화 60여 점, 서동균의 서화 30여점, 허섭의 산수화 30여 점 등과 박기돈, 서병주, 이원일, 이용준, 신대식 등 대구 작가들과 김가진, 지창한, 오세창, 이도영, 김규진, 유창환, 김돈희, 김태석, 김진우 등 서울 작가들의 작품이 있고, 고서화도 약간 있다. 총 319점의 서예와 전통 회화가 이 컬렉션의 핵심을 이룬다.
  서화 소장품을 보면 이종면과 이근상이 각각 친하게 지냈던 서병오, 서동균을 중심으로 당대에 현역 작가의 작품을 구입해 준다는 뜻에서 모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서병오가 회장을, 박기돈이 부회장을 맡았던 대구 서화인 단체 교남시서화연구회가 1922년 창립을 앞두고 모임을 가졌던 곳도 동성로에 있던 이종면의 저택이었다.

  ‘묵죽’은 이웃해 살았던 이종면에게 서병오가 어느 해 가을을 맞아 노년의 심정을 대나무에 얹어 그리고 시를 함께 써서 보낸 만년의 명작이다. 옆으로 긴 횡축에 중간부분을 클로즈업 한 묵죽의 유난히 긴 죽엽을 천연한 농묵으로 죽죽 쳐내었고, 그 옆으로 써내려 간 자작의 시는 화면의 삼분의 일이 넘는 공간을 차지하며 시서화가 편안하게 어울렸다. “가을이 와도 할 일 없는 늙은이 심사 느긋하여, 우연히 벼루를 향하여 대나무를 그려 보았소. 은근히 서쪽에 이웃한 벗에게 보내니, 한번 생각날 때 한번 보시게나. 석재가 아울러 시를 지어 써서 오정에게 드린다.”
  소남 이일우와 오정 이종면은 1870년생 동갑으로 1913년 대구은행 창립이사로 참여하여 일제에 맞서 민족자본으로 대구 경제를 성장시킨 경제인이었고, 지역 서화인을 지원한 후원자였다. 금남과 소남, 오정과 소정은 위선위공(爲先爲公)을 실천한 근대기 대구의 멋진 문화인 부자이다.
  2015년 한해 더 ‘대구의 근현대기 서화(書畵)와 문(文)의 문화’에 대한 스토리를 이어가려 한다.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의미 있는 지면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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