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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

대구의 근현대기 서화(書畵)와 문(文)의 문화(24)_클래식 미술, 서예와 문인화 2015년 12월(361호)
아트코리아 | 조회 698

대구의 근현대기 서화(書畵)와 문(文)의 문화(24)_클래식 미술, 서예와 문인화

 

 

 

서예와 문인화

클래식 미술

 

작년부터 이 지면을 통해 ‘대구의 근현대기 서화(書畵)와 문(文)의 문화’를 이야기하였다. 근현대기 대구의 서예와 문인화,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힘이었던 문(文)의 문화는 한국인인, 대구 사람인 우리가 알아야할 의미와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술이 곧 서양미술로, 회화가 곧 유화인 것으로 이해되는 현재 한국의 현저한 비대칭적 상황에서 지필묵연의 예술은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서예와 문인화는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최상위 레벨의 조형예술이었고 그 역사만큼이나 누적되고, 침전되어온 아름다움의 역정이 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버려두는 것은 한국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먹과 붓이 이룩한 서화의 세계는 한자문화권 궁극의 예술이다. 그러나 조선이 망하면서 그 문화는 단절되었고 근대화, 서구화로 일로매진하였던 20세기를 통해 무시되고 평가절하 되었다. 근대(modern), 근대성(modernity)의 이름으로 소외되고, 짓밟혔던 가치가 무엇이며, 진정한 전통이 무엇인가를 사유할 수 있는 거리와 여유가 이제는 있다. 전통은 근대의 반대말이 아니다. 지금도 향유되는 전통적인 것의 핵심이 고전이다. 고전의, 클래식의 층은 본디 넓지는 않다. 문학에서도,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클래식 음악도 있고, 대중음악도 있고, 월드뮤직도 있지만 지금 사람들의 음악 소비에서 클래식 음악이 점유하는 비율이 그리높지 않을 것은 짐작되는 일이다. 그러나 존중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한국의 클래식 미술, 서예와 문인화는 존중되지 못하고 있다. 지필묵연의 서화는 중국에서 서법(書法)과 국화(國畵)로, 일본에서 서도(書道)와 일본화(日本畵)로 불리며 동시대 미술로서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딴판으로 한국의 서예, 문인화, 한국화(韓國畵)에 대한 인식과 성취는 20세기 대부분의 기간을 열악한 상황에서 악순환하였다. 전통문화에 대한 무지, 서구중심주의 가치관 등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한국미술사, 대구미술사로서 서화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제고하고자 한 것이 이 지면이었다.

 

그간 언급한 작가는 석재 서병오, 회산 박기돈, 긍석 김진만, 기석 허섭, 경재 서상하, 죽농 서동균, 희재 황기식, 긍농 임기순, 해정 홍순록, 천석 박근술, 소헌 김만호, 팔하 서석지, 환경스님, 석정 변성규, 청남 이상정, 운재 정용기, 태당 서병주, 운강 배효원, 소당 김대식, 성암 주병환, 한솔 이효상, 무위당 이원세, 우송 신대식 등이다. 서화를 애호하고 후원한 대구의 문화 인물도 많다. 영남대학교 박물관 ‘오정ㆍ소정 컬렉션’의 기증자인 오정 이종면과 아들 소정 이근상, 우현서 루를 설립하여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의부(義富) 금남 이동진과 아들 소남 이일우, 남평문씨 인수문고의 주인공 후은 문봉성과 아들 수봉 문영박 등은 부자가 대를 이어 사회적 공의(公義)를 실천한 위선위공(爲先爲公)의 대구 사람들이다. 필자의 식견이 짧아 미처 알지 못한 인물도 있을 것이며, 자료의 부족으로 언급하지 못한 작가도 있다.

 

이러한 인물들과 아울러 문우관 강회, 교남 시서화 연구회, 아양음사 등 여러 사람이 참여한 단체가 있었고 우현서루, 문우관, 광거당, 아양루 등 대구의 정신적 랜드마크인 문화적 장소들도 많았다. 근현대기 대구 서화는 서예, 사군자화 뿐만 아니라 산수화, 기명절지화 또한 고유한 지역적 특징을 가지고 전개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이 가히 근현대기 대구의 서화와 문(文)의 문화가 융성했다고 할 수 있음이다. 우리의 미술 전통이, 지역의 미술 전통이 소중한 것은 한국인인, 대구 사람인 우리에게 외국의 것만큼이나 우리나라 것이, 서울의 것만큼이나 대구의 것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있는 민족이라면, 뿌리가 있는 지역이라면 그 나라의, 그 지역의 고유한 미술과 미술사가 없을 수 없다.

 

“셰익스피어라 할지라도 오늘의 작품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지금도 대구에는 서예가, 문인화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힘든 환경이지만 그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전통을 재구축하기를, 이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필묵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개척하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2년간 읽어주시고, 성원해 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리며, 짧은 지면에 눌러 담았던 24개의 주제를 다시 음미해 본다.

 

글|이인숙 한국학 박사, 대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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