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서 -薄明의 시 . 4 이구락 해 넘어 간다 개펄엔 노을 혼자 남아 놀고 있다 피 흘리며 퍽퍽 흐느끼는 갈대밭, 때 놓친 노을이 물웅덩이에 갇혀 퍼덕인다 웅덩이 아래 개펄 속에서, 갈대 뿌리 슬그머니 뻗어나와 서로를 불끈 끌어당기자 툭툭 뿌리의 매듭들이 끊어진다 그때마다 물웅덩이는 어둠 한 모금씩 울컥울컥 게워낸다 멀리 와온 마을에서도 등불 하나씩 조용히 켜지고 있다 어둠은 푸르고 따뜻하다 저 등불처럼 푸르고 따뜻한 어둠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어제 꾸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다 오솔길 따라 발자국소리 죽이며 깨금발로 걸어나오던 봄바람, 그만 이마 위로 떠오른 몇 점 별빛에 휘청거리며 갈대밭 오래 헤맨다 그럴수록 일몰의 시간도 미로에 갇혀 길게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