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    업데이트: 12-06-12 17:31

신작시(미발표작)

순천만에서
이구락 | 조회 819
순천만에서 -薄明의 시 . 4

이구락

해 넘어 간다 개펄엔 노을 혼자 남아
놀고 있다 피 흘리며 퍽퍽 흐느끼는
갈대밭, 때 놓친 노을이 물웅덩이에 갇혀 퍼덕인다
웅덩이 아래 개펄 속에서, 갈대 뿌리
슬그머니 뻗어나와 서로를 불끈 끌어당기자
툭툭 뿌리의 매듭들이 끊어진다 그때마다
물웅덩이는 어둠 한 모금씩 울컥울컥 게워낸다
멀리 와온 마을에서도
등불 하나씩 조용히 켜지고 있다
어둠은 푸르고 따뜻하다 저 등불처럼
푸르고 따뜻한 어둠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어제 꾸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다
오솔길 따라 발자국소리 죽이며
깨금발로 걸어나오던 봄바람, 그만
이마 위로 떠오른 몇 점 별빛에 휘청거리며
갈대밭 오래 헤맨다 그럴수록
일몰의 시간도 미로에 갇혀 길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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