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18-06-20 17:51

언론

新 금호10景(대구 구간)
아트코리아 | 조회 1,657
자연미·인공미 적절한 조화…뱃길만 열린다면…K2비행장 소음·분뇨악취만 없다면…



대구 구간 금호강 신10경은 강을 따라 팔현습지, 동촌해맞이다리, 아양루, 압로정, 화담, 하중도, 금호강교, 와룡대교, 궁산적벽과 이락서당, 달성습지로 선정됐다. 신10경의 기준은 인문·자연지리적 보존가치가 중심이 됐다. 또한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의 경관가치도 고려했다. 조선시대 일부 명승지는 택지와 산업단지 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훼손돼 제외했다. 사라진 자연미 대신 인공미를 살린 건축물을 포함했다. 교각이나 건물의 야간경관조명은 최근 에너지절감시책으로 조명이 꺼진 상태라 촬영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좋은 풍광일지라도 자연의 소리와 향기가 없으면 감동이 반감된다. K2비행장의 전투기와 경부고속도로의 자동차 소음,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냄새가 아쉬웠다.
◆제1경 팔현습지 
물억새·고니·흰꼬리수리 낙원

금호강 경산~대구 구간은 자연습지가 꽤 많다. 금호강 정비 사업으로 일부 습지가 사라지긴 했어도 하류를 따라 안심습지를 비롯해 금강습지, 팔현습지 등이 있다. 습지에는 버드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습지식물이 자생해 오염된 물을 걸러주는 필터역할을 한다. 팔현습지 위치는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과 율하동 사이다. 

팔현습지 버드나무에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은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역광에 반짝거리는 물억새는 가을이 도래했음을 알려준다. 겨울에는 고니(백조)와 흰꼬리수리 같은 보기 드문 천연기념물도 도래한다. 팔현습지와 관계가 깊은 팔현마을은 왜가리와 백로서식지로 유명하다. 먹이가 많고 산란하기에 알맞은 숲이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 농촌인 팔현마을에는 최근 패밀리파크가 조성돼 스포츠·문화휴식공간으로 수성구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에 따르면 팔현습지 주변은 율하천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대라서 강물의 유속차이로 포인트 바(하천퇴적지형)가 발달했다. 팔현습지는 역사적으로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이 깊다. 

전 교수는 “왕건은 후백제 견훤과의 공수대전에 패해 동구 평광동 시랑이에서 안심~반야월, 율하천을 따라 금호강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도강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왕건의 흔적이 남아있는 무태, 동화천 살내, 불로천 등지와 함께 역사적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팔현습지는 생태환경보전과 문화·역사적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직 강 양안이 본격적으로 개발되지 않아 습지생태경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파트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훼손될지도 모른다. 팔현습지를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는 햇살교와 범물~안심간 금호강 다리 위다.

 


◆제2경 동촌해맞이다리 
낙조와 LED조명의 조화

금호강 동촌은 대구의 대표적인 유원지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유원지로 처음 개발돼 광복 후 지금까지 대구시민의 휴식·행락처로 자리하고 있다. 여름에는 물놀이장, 겨울에는 자연 결빙된 스케이트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40대 이상 어른들은 이곳에서 얼음을 지쳤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모텔과 카페, 대형식당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동촌은 ‘불륜의 메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동촌해맞이다리는 40여년간 명소였던 동촌구름다리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다. 현재 구름다리는 영업이 중지된 상태로 출입이 봉쇄돼 있다. 보존과 철거를 두고 논의 중이다.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해맞이다리는 폭 6m, 길이 222m인 사장교(斜張橋)다. 야간에는 화려한 경관조명이 장관이다. 이 다리는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으로 난간과 주탑 부분에 LED로 된 경관조명을 설치해 동촌유원지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낙조를 배경으로 이 불빛을 담기 위해 많이 찾는다. 동구 효목동 쪽 다리 계단은 꽈배기처럼 꼬여있는 게 특징이다.

매일 저녁 무렵 금호강 산책로를 따라 산보를 한다는 지역주민 서은희씨(50)는 “구름다리 대신 해맞이다리가 생기면서 통행료도 사라졌을뿐더러 자전거도 오갈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며 “금호강 경관도 훨씬 멋있어졌다”고 말했다. 

해맞이다리의 뷰포인트는 해맞이공원이나 맞은 편 방촌동 쪽 아파트나 모텔의 옥상이다. 낙조와 구름다리, 강물을 넣고 싶다면 동쪽 둔치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하면 된다.



◆제3경 아양루 
팔공산·금호강을 한자리서 조망

금호강 동촌에서 검단토성까지 남안은 하식애(河蝕崖·하천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언덕)가 발달했다. 북안은 모래사장과 범람평야였으나 제방이 들어서고 난 뒤 주택단지로 변모했다.

아양루는 아양교 부근 금호강 남안 구릉에 위치한 누각이다.

아양(峨洋)이란 이름은 중국 진나라의 거문고 명인 백아와 그의 친구 종자기의 ‘지음(知音·서로를 잘 알아주는 친구)’고사와 관련이 깊다. 종자기의 칠언시 ‘아아호지재고산(峨峨乎志在高山)’과 ‘양양호지재유수(洋洋乎志在流水)’에서 ‘아(峨)’와 ‘양(洋)’을 따왔다. 아양루에서 거문고의 음률 속 높은 산은 팔공산이고 넓은 강은 금호강인 듯하다. 아양루는 영남사림의 후예들이 광복 후 아양음사(峨洋吟社)를 결성해 시문을 짓던 곳이다. 1956년 누대와 부속건물을 개축했다. 현재 아양음사는 담수회로 이어지고 있다.

아양루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팔공산의 고봉준령이 뚜렷하다. 지금이야 고층아파트와 빌딩에 묻혀있지만 옛날에는 아양루가 우뚝했으리라. 피서를 온 노인들이 누각에서 시문을 짓는 대신 화투를 치며 소일하고 있다. 아양루 바로 옆에는 2009년 완공된 인공폭포가 운치를 더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절약시책으로 폭포는 가동되지 않는다.

동촌에는 범선이나 조각배 대신 유람선과 오리배가 다니고 있다. 강물이 깨끗해지면서 대구지역에 연고를 둔 카누팀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아양철교 명소화 사업이 완공되면 뷰포인트가 하나 더 생긴다. 아양루에서 팔공산을 조망하거나 아양루 맞은편 둔치에서 카누 선수와 폭포를 넣고 아양루를 촬영하면 좋을 듯하다.




◆제4경 압로정 
조선때‘영남 제1의 정자’ 명성

금호강이 휘돌아 감싸는 검단동은 하천퇴적지형과 배후의 낮은 구릉지로 이루어진다. 압로정(狎鷺亭)은 금호강과 불로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검단동 왕옥산 구릉지에 위치하고 있다. 

압로정은 1561년 유학자 채응린이 건립한 정자다. 원래 소유정(小有亭)이란 정자와 같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대구 도심이 생기기 전 이곳의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을 것이란 짐작이 든다. 지금은 불로천과 이시아폴리스가 바로 앞에 있고 멀리 팔공산이 보인다.

압로정은 2010년 인천채씨 문중이 중수해 말끔히 단장하고 중수기념비를 세웠으나 기념비에 백로, 해오라기 등과 ‘친하다’‘익숙하다’는 뜻의 ‘압(狎)’자 대신 ‘누르다’는 뜻의 ‘압(押)’자를 써놓아 아쉽다. 현재 살림집이 압로정에 붙어있다. 압로정은 주변 환경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어지럽다. 게다가 K2비행장의 전투기굉음이 귀를 째지게 한다. 

이정웅 대구생명의 숲 운영위원은 “압로정이 역사·문화적가치가 있음에도 대구시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있다”며 “몇년전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 검단동사무소 동장조차도 이곳을 모른다고 하더라”고 개탄했다. 

구본욱 대구향교 운영위원은 “조선시대 압로정과 소유정은 당시 ‘영남 제1의 정자’로 평가받을 정도로 풍광이 수려해 경상도관찰사가 부임하면 이곳에 들른 기록이 있다”며 “노계 박인로의 가사작품을 비롯해 이곳의 풍경을 읊은 시만 해도 수백편이 전해온다”고 밝혔다.




◆제5경 화담 
배만 있다면 '하식애' 감상할텐데…

압로정과 금호2교를 지난 강물은 가람산의 바위벼랑에 부딪혀 역‘U’자형으로 굽이돈다. 포인트바(하천퇴적지형)는 검단들녘이지만 현재 길고 높은 제방이 가로막고 있다. 맞은편은 하식애다. 

이 벼랑에 붉은빛의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었다고 해서 ‘화전담(花田潭)’또는 ‘꽃밭소’로 불렸다. 나중에 화전담은 화담으로도 통칭됐다. 지금 이곳에는 진달래가 없다. 배를 타고 지나면 하식애를 감상할 수 있으나 현재 배는 다니지 않는다. 최근 남안 둔치에 자전거길이 완공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다. 화담은 무태까지 10리에 걸쳐있다. 한때 동변동 금호강변에는 세심정(洗心亭)이란 정자가 있었다. 

구본욱 대구향교 운영위원은 “서사원, 곽재겸, 손처눌 등 대구 유림들이 압로정에서 배를 타고 화담에서 놀다 세심정에 내려 서변동 연경서원까지 갔다는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니버시아드선수촌아파트에서 화담마을까지는 포장이 돼 있다. 하지만 화담마을 끝은 벼랑이라 길이 끊긴다. 수년전만 해도 이 마을에는 나룻배 1척이 있었다. 나룻배를 타고 벼랑을 돌아 산비탈 어귀에 있는 밭에 농사를 지었다. 화담마을은 현재 7~8가구가 있다. 축사가 있어 옛 정취를 찾아볼 수 없다. 

구 위원은 “화담마을은 임진왜란 때 우락재 최동보가 이끌던 대구의병이 왜적을 맞아 첫 승리를 했던 곳”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화담과 전탄(箭灘·살내라고도 함. 왕건과 견훤이 금호강과 합류하는 동화천 하류에서 강을 마주보고 화살을 쏘며 전쟁을 벌였던 곳)을 엮어 스토리가 있는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제6경 하중도 
미래적 가치 지닌 대구의 아일랜드

대구에도 섬이 있다. 일명 ‘대구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금호강 하중도(河中島· 강 가운데 퇴적물이 쌓여 생긴 섬)다. 
하중도는 북구 노곡교와 팔달교 사이에 위치한다. 길이 1.1㎞, 폭 260m, 전체규모 22만2천㎡로 대구권 하중도 중 가장 넓은 면적이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이곳은 비닐하우스와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있었으나 4대강사업과 연계해 243억원을 들여 650동의 비닐하우스가 말끔히 철거됐다. 노곡교와 금호강변 부엉듬 황씨동원각에서 내려다보는 하중도의 풍경이 멋지다. 하중도 상류에는 인공돌무지를 이용해 수달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하중도는 금호강오염의 주범이었으며, 대구북부관문의 이미지를 흐리게 했다. 또 홍수 때는 강물이 범람해 비닐하우스가 잠기기도 했다. 

대구시는 이곳을 개발해 대구의 랜드마크로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하천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대규모 개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다 하중도의 높이가 25.5m로 금호강의 홍수위(28.44m)보다 2.94m 낮아 나무나 꽃을 심기에도 부적합한 상황이다. 대구시는 일단 하중도에 별다른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봄·가을에 유채와 코스모스 씨앗을 뿌려 자연적인 조경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미래 하중도 활용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곳에 대구읍성을 복원하자는 제안도 있고, 보리나 갈대 등을 심어 겨울철새도래지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하중도가 금호강의 신10경에 들어갈 만큼 미래의 경관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제7경 금호강교
길이 380m·O자 주탑 3개 웅장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2014년 6월, 대구시민은 도시철도3호선의 모노레일을 타고 팔달교 옆 금호강교를 지나며 금호강 하중도의 만발한 유채꽃을 감상하며 탄성을 지를 것이다. 야간에는 금호강교 주탑과 케이블에서 화려한 조명이 연출된다.
도시철도3호선이 완공되면 대구도심의 풍광이 획기적으로 변할 게 분명하다. 모노레일 구간은 북구 동호동에서 수성구 범물동까지 23.95㎞다. 도시철도3호선은 지상 10m 높이의 고가 구조물 위로 3량의 모노레일이 달리게 되며 매연은 물론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도시철도3호선 4공구(팔달로 구간)에서 건설되고 있는 금호강교는 엑스트라도즈교다. 이 다리는 사장교가 변형된 교량이다. 케이블을 단면바깥으로 돌출시켜 주탑에 연결시킨 형태로 케이블이 상부하중의 70%를 분담하고 슬라브가 30%를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다. 금호강교의 길이는 380m로 도시철도교량의 랜드마크인 셈이다. ‘O’자 형태의 주탑이 3개, 교각의 높이가 팔달교의 2배 수준이다. 현재 공정은 75%, 내년 4월 준공예정이다.

500여년전 서거정은 이곳 금호강 팔달진 나루터에서 이별을 하는 장면을 보고 노원송객(櫓院送客)을 지었다. 바로 대구10경 중 제8경이다. 노원은 조선시대 북쪽 관문으로 영남대로가 지나는 교통요지였다.
이종근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건설부장은 “금호강교의 콘셉트는 ‘금호강에 핀 도시철도3호선의 꽃’”이라며 “주탑 3개는 팔공산, 비슬산, 앞산을 상징하며 꽃봉오리를 닮았다”고 말했다.



◆제8경 와룡대교 
화려한 불빛 아래 밤배 젓고파



서울에서 경부·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칠곡 지천을 거쳐 대구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와룡산 방천리 대구환경자원사업소와 금호강이다. 특히 야간에는 와룡대교의 화려한 불빛이 ‘고향에 도착했다’는 푸근함과 안도감을 더해준다.

와룡대교는 북구 금호동(금호택지지구)과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를 연결한다. 이 다리는 2010년 대구에서 처음 사장교 형태로 건설됐다. 길이 420m, 폭 32m 규모로 다리를 쇠줄로 당겨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2개의 기둥은 66m(22층 빌딩높이)에 이른다.

금호강물은 팔달교를 거쳐 와룡산과 사수동을 지나면서 와룡대교 아래를 지나간다. 와룡대교가 우뚝 선 이곳은 옛날 모래사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열 구비 사수가에 배를 대니 크고 넓은 유학의 도가 만년이 지나도 새롭구나.’

200여년전 도석규가 지은 금호강 서호병10곡(西湖屛十曲) 중 제10곡 사수빈(泗水濱)중 초장이다.

이 일대는 17세기 초 한강 정구가 말년에 사양정사에 머물며 저술활동을 했던 곳이다. 한강은 와룡대교 인근 지암에서 7일간 낙동강 뱃길을 이용해 부산 동래로 온천욕을 갔다. 그는 한달간 요양한 뒤 다시 뱃길로 사수동까지 도착했다.

이정웅 위원은 “금호강 서호는 이곳 사수에서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일컫는다”면서 “보(洑)의 설치나 준설을 통해 수량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사~검단~안심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뱃길을 열자”고 제안했다.



◆제9경 궁산적벽과 이락서당 
中 적벽보다 아름답다


계명대를 활같이 감싸고 있는 산은 궁산(弓山)이다. 궁산은 파호동과 호산동에 걸쳐 있어 옛날엔 이곳을 파산(巴山)이라고도 했다. 궁산의 오른쪽은 절벽이다. 바로 밑에는 금호강이 도도하게 흐른다. 이 절벽은 퇴적암으로 형성된 하식애다. 높이 60~80m, 길이 450m 정도로 붉은 빛을 띠어 전 교수가 ‘적벽(赤壁)’이라 이름 지었다. 사실 적벽은 중국 후베이성 가어현의 서쪽에 있으며 조조와 손권·유비 연합군 사이에 적벽대전이 벌어져 더 유명한 곳이 됐다. 



전 교수는 “중국의 적벽보다 궁산의 적벽이 더 아름답다”고 거들었다. 강창교에서 바라보면 궁산의 절벽이 강물에 반영돼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몇년전만 해도 강물이 탁해 반영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수질이 좋아졌다는 방증이다. 서거정, 정구, 서사원, 도석규 등 대구의 유림들이 배를 타고 이 절벽 아래를 지나면서 어떤 감회를 느꼈을까. 



이락서당(伊洛書堂)은 궁산의 절벽 귀퉁이에 있다. 이천(伊川)과 낙동강의 첫 글자를 따 이락서당이라고 부른다. 대구를 대표하는 유학자 한강 정구와 낙재 서사원을 기리는 11개 마을 9문중의 유림이 뜻을 모아 학계를 조직해 서당을 건립했다. 2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서당에서 대구의 유림들이 강학을 하고 있다. 이락16경 등 이곳의 풍경을 노래한 시가 여러 편 전해온다.

뷰포인트는 절벽 맞은편 둔치나 강창교다. 인근 주곡산 모암봉에서 보면 궁산과 절벽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제10경 달성습지 
문화·생태 관광루트 개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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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를 달린 금호강은 강창을 지나 다사에서 거대한 낙동강과 합류한다. 주곡산 정상 모암봉과 화원동산 상화대에 서 보면 거대한 두 강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두 개의 강이 만나 큰 규모의 하중도를 만들어냈다. 이 하중도가 바로 달성습지다. 일반적으로 낙동강 달성습지라고 하지만 금호강이 없으면 생기지 않았을 섬이다. 이 섬을 비롯해 주변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요, 강물을 필터링하는 콩팥역할을 하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지난해부터 이곳에 경작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습지에는 다양한 수생식물을 비롯해 수많은 종류의 어류, 조류, 포유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달성습지와 화원동산, 새로 건설된 강정고령보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특히 달성습지와 화원동산은 문화·생태적 가치를 지닌 천혜의 자연자원이다. 화원동산과 고분군, 상화대는 고대 신라와 가야에 대한 역사스토리가 무궁무진한 곳이다. 



이상원 대경습지보존연대 대표는 “달성습지는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류함으로써 생긴 생태지형이다. 한때 흑두루미와 같은 세계적인 희귀조류가 도래하는 등 생물종 다양성이 확보됐으나 난개발로 인해 이들을 쫓은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4대강사업으로 유지수가 확보되면서 달성습지의 생태계가 되살아날 조짐이 보인다. 철새가 도래하는 겨울 시기를 피해 뱃길로 금호강 하류와 달성습지, 화원동산, 사문진나루터를 잇는 문화·생태 관광루트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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