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8    업데이트: 17-07-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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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같은 삶 속에서 번져오는 난향
아트코리아 | 조회 1,075
난초같은 삶 속에서 번져오는 난향


 9월 24일부터 10월 4일까지 대구목연갤러리에서 대구문인화협회 시리즈전의 일환으로 난정 이미란선생의 초대전이 열렸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97년 발표한 작품에서 진일보한 양식을 선보였다. 이전의 전시가 전통적인 문인화의 표현에 중심을 두었다면, 이번의 전시는 난을 주제로 색점을 부가하여 현대적인 난초의 이미지를 살린 전시였다. 그의 작품전시장을 찾아 작가를 만나보았다.


정:언제부터 문인화를 시작하였습니까?

이:33년 동안 초등학교에 근무하였는데 틈틈이 문인화 공부를 하였습니다. 붓을 잡은지는 수십년이 되었는데 96년 계명대학교 예술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에서 문인화를 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인화단에 몸을 들여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이번 작품전의 주제는 무었입니까?

이:이번 전시에서는 소재상 난 한 종류만 그렸습니다. 전통의 난화법에 현대적인 색점을 화심을 처리하듯이 한점씩 찍어 여백을 색점으로 처리해 보았습니다. 오방색과 일곱가지 무지개색을 중심으로 여백을 색점으로 하였더니 검은 난의 먹으로 된 획질이 더 살아나는 듯하고, 회화적인 이미지와 작품에 정성을 더 들였다는 느낌을 얻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나 타장르에도 관심을 환기시키고 전통적인 작업을 하는 문인화가와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정:평소에 난을 직접 기르신다고 들었습니다. 난의 생장을 지켜보면서 가꾸는 일이 그림과 연관이 있습니까?

이:저는 한국춘란을 좋아해서 집에서 직접 많은 난을 돌보고 있습니다. 춘란의 생태를 소상히 알고 있기에 난을 재배하면서 얻은 영감이나 체험을 통해 얻은 느낌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난을 생태를 잘 알기에 그림으로 발표하기 쉽고 그림속의 난을 통해 내면세계를 표현했다고나 할까요. 난은 인간이 지닌 내면세계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 그리움 등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성을 드러내는데 적절한 화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한 이름과 호에도 난이 있어서 누구보다 난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정: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면 무엇이겠습니까?

이:전시공간에 작품을 디스플레이 할 때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아주 넓은 한쪽 벽면에 소품 하나를 걸어서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게 해 보았고, 한글화제를 채용하여 쉽게 읽혀질 수 있는 그림이 되도록 해 보았습니다. 저의 그림에서 한글화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읽혀지지 않는 한자보다 접근이 용이하고 우리의 정서가 배인 한글 가운데 평소 독서중에 눈여겨 둔 내용을 그림과 잘 어울리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특별히 난초만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습니까?

이:저는 그림을 그릴때 주제와 소재를 미리 정해놓고 표현합니다. 예컨대 ‘행복’이란 주제가 정해지면 행복이란 이미지를 집약한 소재를 찾아서 주제와 화제내용과 구도까지 종합적으로  많은 생각을 한 뒤에 작품화합니다. 주제가 ‘승무’인 경우에는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에 부합되는 난의 느낌들을 하나씩 모아 그림으로 재현해 봅니다.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난이란 식물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이미지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로 가장 쉽게 바꿔서 드러낼 수 있기때문이죠. 저에게 있어 그런 차원에서 난만큼 고귀한 식물은 없다고 보거든요.



정:평소 작업에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요?

이:저는 작업에서 주제를 선정하는 문제가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작품의 주제에 맞게 표현하려다보니 주제가 쉽게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리고 표현기법을 연마하고,  작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데 필요한 미학적 사고 등이 확충해야할 과제입니다.


정:서화외에 다른 취미가 있습니까?

이:교대에서 성악을 전공하여 음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가곡이나 동요을 좋아합니다. 어린왕자가 자기세계를 구축해 가듯이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취미는 서화를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취미에서 얻은 여유를 서화작업에 투입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고나 할까요. 


정:영향을 받은 작가나 화풍이 있다면요?

이:지도해주고 계시는 학정선생님의 작품을 통해 기본을 닦았습니다. 그리고 추사와 대원군의 난을 많이 모사해 보았습니다. 조희룡과 민영익의 난에서도 많은 자양분을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앞으로 작가로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이번 전시에서 과감하게 색조를 그림에 넣어 도전하였더니 평이 좋은 듯 하였습니다. 앞으로 수묵일변도의 문인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칼라를 활용해 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모필의 특성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이미지와 현대적인 기호를 재해석하여 작품에서 표현해 보고자 합니다. 또 음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가곡에 나오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살려서 음악적인 절주와 문인화가 주는 운을 합성시켜서 저 나름대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시정과 음악성이 녹아있는 그런 그림을 추구해 보고 싶습니다. 


 난정선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필자는 문득 파스칼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간다.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조용히 앉아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기에 남의 작품을 모방하기에만 급급하다. 그렇지만 난정선생은 느리게 천천히 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현기증 나도록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에도 작가는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 느림속에서 진정한 사유가 일어나고 그 속에서 작가적 개성이 자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난정선생의 개성미가 다음 전시에서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 지켜보고자 한다.


삼도헌에서 정태수(이 글은 월간 서예문화 2005년 11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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