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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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67    업데이트: 14-02-20 15:52

작품방

여름
노현수 | 조회 989

여름

   

잠시

바람이라도 왔다 갈 것이지

막바지 더위에

여름이 온통 녹아 내린다

 

귀로콩국수집

매미소리와 선풍기 바람이 뒤엉키고

삐딱한 의자가 덩달아 삐걱거린다

한쪽 구석 침침한 자리

땀에 찌든 셔츠의 김노인이

입을 훔치며 작은 문짝을

느리게 빠져나간다

 

뒷모습이

먼 길 떠나는 사람처럼 쓸쓸하다

 

평상에는 손자의 여름을 쫓는

할머니의 우멍한 눈 속에

간간이 부채만 흔들린다

내리꽂히던 햇살은 어딘가 깊이 박혀 있고

사람들 아직도 지쳐 있는데

어둠만 숨막히게 찾아오는

해거름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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