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대신동 육교 계단 위
죽은 듯 둥글게 구부린 봇짐 같은,
삐죽 내민 시퍼렇게 얼어터진
맨발
깜깜하다
세상 끝으로 밀려난
노숙하는 겨울
희미해진 불빛 아직 살아있다
가난은 남의 것이라고
슬쩍 눈길 돌려보지만
내 적의의 침묵 닮은 난간에도
때 절은 얼룩
맨발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