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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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67    업데이트: 14-02-20 15:52

작품방

살아있어 아픈
노현수 | 조회 836

살아있어 아픈 

 

저 어둠 같은 대낮 환하게 불 지르고 싶다 살아 있는 듯 죽은 듯 서 있는 검은 가로수, 노숙자의 망가진 겉옷처럼 자꾸 헐렁해진다 겨누어야 할 敵도 없는 저 수굿한 몸, 모진 바람에도 그저 침묵뿐이다 검은 비닐봉지 가볍게 허공에 날린다 저것도 무거운 짐 내려놓고 쉬려나보다 흙바람 성가시게 내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길 밖으로 어둠 같은 대낮을 어슬렁거리는 새끼 밴 줄무늬고양이 절룩이는 다리가 내 다리처럼 무거워 보인다 손 끝 시린 겨울 너무 길고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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