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7    업데이트: 21-12-14 13:49

법문 한자락

​일곱 번째 법문 한 자락...
관리자 | 조회 271
일곱 번째 법문 한 자락...
 
정선스님 出家記(출가기)
 
나의 스승 고암 큰스님이 그립습니다
 

 

 
似海之深이요 如山之固로다.
 
左旋右轉에 不去不住로다.
 
出窟金毛獅子兒가 全威哮吼衆狐疑로다.
 
深思不動干戈處에 直攝天魔外道歸로다
 
.....................................................나무아미타불!(목탁송)
 

 
사해지심이요 여산지고로다.
 
좌선우전에 불거불주로다.
 
출굴금모사자아가 전위효후중호의로다.
 
심사불동간과처에 직섭천마외도귀로다
 
.............................................................탁!탁!탁!(주장자)
 

 
바다같이 깊고 산같이 견고하며
 
좌우로 돌고 가지도 머물지도 않도다.
 
굴에서 나온 금빛 사자 새끼가 온전한 위세로 포효하니
 
뭇 여우들이 의심하도다.
 
깊이 생각하여 무기를 쓰지 않는 곳에
 
바로 천마외도를 포섭하여 돌아가도다
 
.....................................................나무아미타불!(목탁송)
 

 

 
오늘은 저의 은사 고암 큰스님의 기일을 맞아 큰스님과의 첫 인연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나의 출가 이야기는 초심으로 가는 여행에서 밝힌 바가 있으나 전국에 계시는 카페의 독자를 위하여 몇 자를 옮기겠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출가하여 해인사에서 행자 생활을 하고 돌아온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세상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았고, 세속을 떠난 사람들은 무엇을 하면서 살고 무엇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지 궁금하였습니다.
 

 
나는 해인사에서 하산 후, 학교 공부를 마치고 다시 출가할 때까지 수많은 불교 서적을 읽고 하나의 의문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죽으면 極樂(극락)을 간다는데 극락이라는 곳이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극락이라는 곳을 찾으려고 몇 날 며칠을 씨름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극락이라는 곳은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마음속에 의문만 더 커졌습니다.
 

 
어느 날 나는 답답한 머리를 식히기 위하여 表忠寺(표충사)로 올라갔습니다.
 
그때 한 수좌스님이 산길을 거닐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생각하기를, 저 수좌스님은 극락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그 스님 앞으로 뛰어가서 물었습니다.
 
“스님, 극락이 어디에 있습니까?”
 
스님은 나를 보더니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나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스님에게 떠나려고 인사를 하는데 스님은 나를 보고
 
“출가해서 아미타불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 자연히 극락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 기분이 새로워지면서 일전에 해인사에서 출가하여 행자 생활을 해본 터라 무언가 머리를 탁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표충사에서 돌아온 뒤 다시 入山(입산)할 계획을 세우고 혼자서 산에서 살아갈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出家(출가)라는 것은 世間(세간)으로부터 모든 인연이 끊어지고 다시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며 새로 탄생한 것이다.”라고 하였듯이 나는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법을 만나 새롭게 다시 살고 싶었습니다.
 
나는 출가할 날짜를 부처님처럼 부처님이 출가하신 2월 8일로 잡아놓고 배낭을 걸머지고 전국에 있는 사찰과 큰스님을 참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혼자 계곡에서 참선도 해보고 산 정상을 타고는 극락이 어디에 있는지 불러도 보았으며 바위 밑에서 잠도 자보고 참선도 하며 나 자신을 찾는 데 열중하였습니다. 처절한 고행과 역경 속에서 여러 스님을 만났는데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큰스님이신 고암 스님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와 수행담을 듣고 큰스님을 찾았습니다.
 

 
그 시절 위대한 도인이셨던 큰스님은 종정을 지내셨고 仁慈(인자)하시고 德望(덕망)이 높기로는 제일이며, 시대의 禪僧(선승)으로 후학을 잘 提接(제접)하신다는 말을 듣고 용탑선원에 갔다가 범어사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 범어사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꾸불꾸불한 비탈길을 조그마한 버스가 한참 가더니 범어사 입구에 나를 내려놓았습니다. 나는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범어사 경내로 들어가 바로 고암 큰스님이 계신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조실이신 큰스님이 다행스럽게 방에 계셨습니다. 시자 스님의 안내를 받고 나는 큰스님께 인사를 드리며 당돌하게 물었습니다.
 
“큰스님, 극락이 어디에 있습니까?”
 
고암 큰스님은 인자하신 모습으로 나를 보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되물었습니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큰스님 방에 있습니다.”
 
다시 “어디서 왔는가?”
 
“밀양에서 왔습니다.”
 
그때 고암 큰스님께서 큰 소리로 “할”을 하면서 손바닥을 방바닥에 쳤습니다.
 
적막이 흘러갈 때 큰스님께서
 
“방금 이 방에 있던 놈이 잘도 밀양까지 가는구나... 극락은 이 속에 있느니라.”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깨달은 바가 있어서 저는 일어서서 큰 절을 세 번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하니
 
큰스님께서
 
“獅子窟中(사자굴중)에 出金毛獅子兒(출금모사자아)라. 사자굴에 황금털 사자 새끼가 출현했네.”
 
하면서 그때 당시 교무스님이신 전 범어사 주지 성오 스님을 불러 저를 상좌로 인가하였습니다.
 

 
출가해서 수행한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오늘은 큰스님의 기일이라 큰스님의 인자하신 모습이 내 마음을 다 채우는 것 같습니다.
 
부디 사바세계에 다시 오셔서 어리석은 중생을 깨우쳐 주십시오.
 

 
우리 스님이 그립습니다.
 
하늘과 같은 은혜를 입었는데 그 절반의 반도 수행하지 못하였으니 하늘을 우러러볼 수가 없습니다. 저를 꾸짖어 주세요.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오늘따라 큰스님의 그늘이 더욱 커져 보입니다.
 

 
큰스님께서 부산 보타원에 계실 때 대중들에게 법문을 하셨습니다.
 
“보살과 수행자는 항상 보름달과 같은 얼굴을 하고 사람들을 접하거라.”
 
그리고는 손으로 虛空(허공)을 움켜잡았다 놓은 뒤
 
“어떠한가? 지금 내 손안에는 허공이 들어 있는가? 보살과 수행자는 공덕을 베풀기를 허공과 같이 하고 인자하고 자비한 마음으로 마음을 내고 그 마음은 허공과 같이 상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금가루가 귀하다고 하나 사람 눈에 들어가면 독이 되나니” 하시던 그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큰스님을 모시고 전국을 주유하면서 侍奉(시봉)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많은 것이 부족한 저에게 한 번도 성을 내지 않으셨고 시봉하는 동안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으셨으며 오히려 저에게 부드러움과 미소로 항상 미안하다는 말만 하셨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어리고 지혜가 부족하여 무언가를 꿰뚫지 못했는데, 지금 다시 큰스님을 시봉할 수 있다면 한 소식뿐만 아니라 심안을 열 수 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큰스님의 걸망 메고 따라다닐 적,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큰스님이 미국에 가실 적에 시봉하러 따라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가슴속에 한이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큰스님께서 생전에 법문하시는 모습은 참으로 자비하신 慈悲菩薩(자비 보살)이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얼굴을 갖는다는 것은 그가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함축됨을 말합니다. 그 속에 인격의 향취를 맡을 수 있으니까요. 불교를 믿는 사람은 큰스님의 말씀처럼 보름달처럼 훤한 얼굴을 가져야 합니다. 달처럼 수줍고 부드러우며 겸손한 그런 얼굴 말입니다.
 

 
우리 스님은 그런 얼굴을 가지셨고 인자하고 자비한 얼굴은 부처님 같았습니다.
 

 
나는 지금 그런 얼굴을 가졌는가?
 
나는 지금 자비심을 가졌는가?
 
나는 지금 허공처럼 넓은 마음을 가졌는가?
 

 
큰스님의 足跡(족적)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큰스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큰스님 부디 이 사바세계에 환생하셔서 저를 깨우쳐 주소서…
 

 

 
四海에 浪靜龍檼睡하고 九天에 雲淨鶴飛高로다.
 
사해에 랑정용은수하고 구천에 운정학비고로다.
 
.....................................................나무아미타불!(목탁송)
 

 
사해에 물결이 고요하면 용이 숨어서 잠을 자고
 
구천에 하늘이 개면 학이 높이 날도다
 
..............................................................탁!탁!탁!(주장자)
 

 
忌祭日(기제일)에 즈음하여 은사 스님을 다시 뵈오며
 
막내 정 선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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