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    업데이트: 21-05-20 11:16

보도자료

[김수영의 그림편지] 노중기 작 ‘인연- 좋은 만남’ 김수영기자 2018-08-31
아트코리아 | 조회 940
 
 
 
노중기 화가는 저의 평가에 대해 조금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노 화가의 첫 인상은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얼굴에서 너무 강한 이미지가 풍기는데 그 강한 이미지에는 괴팍스러움 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 듯 했습니다. 이런 인상을 주는 데는 그의 눈빛이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유달리 빛을 발하는 그의 눈빛은 쉽게 다가서기 어렵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사람의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굉장히 섣부른 행동인줄 알면서도 어리석인 인간의 틀을 벗지못하고 그 이미지를 제 기억 속에 저장해버렸나 봅니다. 몇 차례 그를 만나면서 강한 인상만큼이나 직설적인 어투가 나의 어리석은 판단에 더욱 신뢰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의 판단이 어느 순간 뒤바뀐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60대 중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간직한 그의 눈빛이 개구지게 느껴지고 직설적인 화법에서는 솔직담백함이 풍겨져 나오는 듯 했습니다. 왠지 남다르고 특별해보였던 사람이 평범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는 의미이겠지요.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김수영의 그림편지’를 취재하면서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서너개의 면 분할과 하트라는 모양을 통해 ‘인연’ 시리즈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는 자신의 삶의 흐름이 이 시리즈를 만들게 됐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지만 그림을 처음 그릴 당시만 해도 아주 도전적으로 작업하고 삶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주위에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좀 받아서인지 그림을 잘 그리면 단박에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고 미친 듯이 잘 그린 그림을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빨리 성공해야 그것이 행복한 삶인 줄로 착각했지요.”

그랬던 그가 어떻게 변했을까요. “아등바등 살아도 별 볼일 없더라고요. 세상에서 많이 얻어맞아보고 나이가 들어 눈이 어두워지고 근력도 떨어져보니 천천히, 돌아서가는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 뭐 별거 있습니까. 주변에 있는 것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좋지요. 사람도 좋고 자연도 좋고. 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삶이 결국 행복한 삶이더군요.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림작업이고요.”

이렇게 생각이 바뀌니 그의 작품이 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안하면서도 왠지 모를 활력이 느껴지고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작품으로 전진해갔습니다. 

“나같이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산다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행복을 찾게 되었지요.”

충만한 사랑, 행복은 자연스럽게 그림에 묻어나왔고 깔끔한 색의 바탕화면에 풍성한 하트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을 변화시킨 요인 중 하나로 20여 년 전 가창으로 작업실을 옮긴 것이라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욕심, 자만에 차있던 그가 가창의 숲 속에 작업실을 두면서 자연을 통해 배운 것들이 바로 세상을 가장 쉽게 살아갈 수 있는 진리였습니다. 소박하고 자족하며 사는 것.

가창 이전의 작업이 어떤 대상과 목적을 가지고 그린 것이라면 그 이후의 작업에서는 가창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연스레 화폭에 담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과 사람과 교감하고 좋은 만남을 가지며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그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쉽게 그린 그림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별다르게 용을 쓴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절대 편하게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그가 만들어낸, 넓은 색면으로 화면을 나누고 그 위에 하트를 얹는 과정에는 결코 평안하지 않았던 자신을 가라앉히고 다듬어내면서 만들어진 고뇌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런 노중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기까지의 긴 여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면 그의 그림을 제대로 본 사람일 것입니다. 

주말섹션부장 sykim@yeongnam.com

#노중기 화가는 영남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1990년 이목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2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대구미술의 사색’(대구미술관) 외 기획 초대단체전 및 그룹전에 300여회 참여했다. 한국미술협회, 영우회, 그룹TAC,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