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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평론

물빛 달항아리에 능소화 여린 꽃들이 가진 강인함 / 대구신문 / 2016.05.26
관리자 | 조회 383
여류화가 류시숙 개인展

29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캔버스에서 금방이라도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능소화가 땅 위 식물이 아닌 수생식물 같은 착시마저 든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하면 능소화와 도자기만 존재하는 신비의 세계 물속 왕국에 온 것도 같다. 이처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인은 ‘물의 느낌’이다. 아크릴 재료에 물을 적극 끌어들여 유희적인 놀이인 흘리기, 붓기 뿌리기, 덮기, 긁기 등의 기법으로 청량하면서도 신비로운 화면을 연출했다. 여류화가 류시숙의 신작들이다.
“아크릴에 물성을 이용해 칠하면 자연적으로 자기들끼리 진하고 연한 색들이 만들어진다. 이번 전시작들은 초여름의 계절적인 느낌을 물의 조합으로 충분히 살렸다.”

류시숙이 천착하는 소재는 자연, 그 중에서도 만개한 능소화다. 동양의 색인 오방색과 여백을 능소화와 함께 조화롭게 배치한다. 특히 아크릴화이면서도 수채화의 순수와 한국화의 고즈넉함을 품은 것이 특징이다.


동서양의 조화로 신비로운 그녀의 능소화는 이상세계의 현현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고통과 번뇌가 사라진 청정한 이상세계를 표현했다면, 류시숙의 능소화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여 극복해가는 의지가 꿈틀대는 보다 능동적인 이상세계를 담고 있다.

그녀는 “세상은 희(喜)·노(怒)·애(哀)·락(樂)이 뒤섞여 있다. 즐겁고 기쁜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슬프고 아픈 일들도 내가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환희가 될 수 있다”며 “내가 능소화에 담은 이상세계는 어렵지만 극복해 가는 의지의 세계”라고 설명했다.

‘의지’의 다른 이름은 에너지다. 작가는 하늘로 솟구칠것 같은 만개한 능소화 가지의 꿈틀대는 기개와 정면을 직시하는 능소화의 꽃잎에 강한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류 작가는 결코 여리거나 우유부단하지 않은 동양적인 역동성을 기운찬 능소화 속에서 찾고 있다.

“삶의 질곡을 환희로 승화하며 이상세계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화폭에 생동하는 기운은 에너지의 집중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맑고 청아한 물의 느낌과 청자, 백자, 달항아리 등의 도자기가 능소화와 조화를 이루는 신작들을 들고 왔다.

특히 달항아리를 투명하게 처리해 풍만한 느낌을 더한다. 선비들의 꽃인 능소화와 선비의 칼칼한 기품을 대변하는 도자기는 선조들의 명예와 품격을 은유하는 재료들이다.

작가 역시 “옛 선조들의 명예와 품격의 향기를 백자나 청자, 달 항아리와 함께 기백이 넘치는 능소화로 조화시켜 보았다”고 답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이 가진 아름다운 서정성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해온 작품 20여점을 걸었다.

전시는 29일까지 수성아트피아 멀티홀. 053-668-156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류시숙은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경북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보리갤러리, 남해바람흔적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작품은 경북대미술관, 경북대병원, 안동병원 등에 소장되어 있다.

출처 : 대구신문(http://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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