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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01-06-04 한겨레-산죽화가 설희자씨, 서울갤러리서 개인전
설희자 | 조회 945
산죽화가 설희자씨, 서울갤러리서 개인전

사람의 발길이 뜸한 산허리에 숨은 듯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죽. 작고 보잘 것없어 행인의 시선이 비껴가기 쉽다.

우리 산하의 자생식물이 대개 그렇듯 산죽 역시 요란하지 않으면서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서양화가 설희자(47)씨는 3년 전부터 이 산죽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설씨는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산죽으로 특선(1999년)과 우수상(2000년)을 받은 작가. 사실적 작품성도 그렇지만 독특한 소재가 더 공감을 얻은 것같다.

그는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갤러리에서 산죽 전시회를 연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처음 갖는 개인전. 모두 30점 가량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그래서 작가에게더욱 가슴벅찬 데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산죽은 우리 민족과 매우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만 자라는데다 생존 방식이 특이한 식물이다.

산 중턱에서 주로 자라는데, 높이1-2m에 50년 가량을 산 뒤 조용히 생명을 거둔다.

죽기 직전에 처음으로 꽃을 한번피우고 열매를 떨어뜨려 대를 잇게 한 뒤 고요히 말라 가는 것이다.

조상들은 이 산죽을 생활 속으로 가까이 끌어들였다.

밥 지을 때 쓰는 조리를만들었고, 울타리나 지붕의 재료로도 이용했다.

청정한 기운이 도는 곳에서만 자라기 때문인지 잎새 역시 투명하다 싶을 만큼 파릇파릇하다.

생명력도 무척 강해 웬만한 대는 겨울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지만 산죽만은 의연하게 이파리를 키워 낸다.

국내에 산죽을 그리는 작가는 거의 없다.

특히 서양화로 산죽을 표현하는 화가는 설씨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한국화의 주 소재로 대나무가 사랑받지만 산죽 작품은 퍽이나 드물다.

설씨는 그 이유에 대해 산죽이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자생하지않기 때문인 것같다고 설명한다.

특히 눈 내리는 겨울산에서 푸르름을 자랑하는 것은 산죽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산행을 하다가 우연히 산죽의 청초함에 매료됐다.

보통 대나무가 4-5장의 잎을 달고 있는 것과 달리 산죽은 1-2장의 이파리를 가녀린 가지에 틔워놓아 더애틋한 정이 쏠렸다.

이후 오대산, 설악산, 속리산, 가야산, 지리산, 조계산 등 산죽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찾아 다니며 캔버스에 그 아름다움을 담았다.

설씨가 산죽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그 삶이 마치 이름없이 살아 가는 서민의 그것과 닮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꿋꿋하게 생존해 가는 강인한 생명력에 콧날이 시큰해졌다.

그 싱싱한 기운을 시멘트 공간에 사는 현대도시인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는 열망도 그를 부지런히 산행길에 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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