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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인터뷰] 소박함이 어색해진 세상을 어루만지다. 서정도 작가展 - 데이터뉴스
서정도 | 조회 1,366

[인터뷰] 소박함이 어색해진 세상을 어루만지다. 서정도 작가展 ‘소박한 초대’

데이터뉴스 | 2014.08.19 00:00:00

 

소박하다. 어쩐지 요즘 세상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하지만 위로받고 돌아왔다. 서정도 작가의 작품에 나타나는 나무는 사람들의 마음이며 즐거움이다. 행복한 생각과 즐거운 상상에서 비롯된 포근한 고향의 전경이 된다. 마냥 크게만 느껴졌던 버드나무와 플러터너스, 유원지 강가에 줄지어 서있던 아카시아. 어린 시절 나무 위에 올라가 매미를 잡느라 바쁜 여름날들을 보냈고 늘 그늘에서 뛰어 놀며 우리와 함께 성장했고 그 때와 다름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전시 ‘소박한 초대’, 서정도 작가와 소박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전시 타이틀 ‘소박한 초대’에 담긴 속뜻이 궁금합니다.

A. 아직 정리되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삶의 공간에 문득 반가운 손님이 방문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했어요. 대접할 것 하나 없어 주위를 살피다 오래된 탁자 하나를 발견하죠. 물로 씻고 닦았더니 쓸 만해요. 오히려 정감 있는 거죠. 지금은 꽃가루가 날린다고 베어져 많이 사라졌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플러터너스 나무는 흔한 가로수였어요. 초등학교 교정에는 언제나 아름드리 플러터너스 나무가 있었어요. 어느 곳에서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유년시절의 추억과 기억을 오롯이 담았어요.

Q. 작가님 작품의 주 소재가 되는 플러터너스 나무,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아주 흔한 나무예요. 정신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어릴 적 꿈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기도하죠. 플러터너스는 껍질이 벗겨진다 해서 우리말로는 버즘나무 라고도 해요. 아, 저의 고향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Q. 작품들이 생동감은 넘치지 않지만 정적이지도 않아요. 중점을 두고 작업하신 표현기법이 있으신가요?

A. 특별한 표현기법은 없는 것 같고 섬세한 표현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어요. 작품과 어떤 이면에 내재되어있는 감성들이 중요해요. 단순하게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것 보다는 좀 더 깊은 정서를 디테일하게 잡아내고자 했어요.


Q. 작품들이 대개 구름과 함께 보여요.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나요?

A. 사물 뒤로 비껴 보이는 구름은 힘들고 불안한 현실을 그려내고자 했어요. 앞으로 전개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기대, 희망 또는 불확실성에서의 두려움과 삶에 대한 성찰 이런 것들로 채워져 있죠. 빛은 꿈과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우리의 간절한 염원, 기다림의 또 다른 모습 이예요.

Q. 그림마다 현실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이상적인 세계를 엿보는 기분이 들어요.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삶의 기운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A. 우선 작품을 관람해 주시는 관람객들과의 공감,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나무는 너무 친숙해서 그 존재감을 쉬이 깨닫기 어렵죠. 소중함을 느끼기도 어렵고요. 사람들의 무심한 지나침 속에서도 그 자리에 서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어낸 자취들을 의연한 형상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쩌면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할 테니까요.

Q. 요즘, 세상을 굳건히 지켜주는 나무 한그루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A. 요즘 참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죠. 굳건히 내 중심을 지키며 산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 되었어요. 그런 고뇌에서 탄생된 작품들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의연함을 느껴주시고 조금이나마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어요.


Q. 작가님에게 이번 전시회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직업이고 삶이고 가치 그 자체예요. 전시 때 마다 늘 기대하고 늘 불안하고, 큰 의미를 부여 한 다기 보다 매 전시마다 테마를 정하고 돌파구를 찾으며 행복한 부담감을 느끼며 살아요. 또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들과 더욱 큰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제 자신에 대한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죠.

Q. 다음 전시 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이신지.

A. 알 수 없어요. 어떻게 소통할 지에 대한 부담감, 무형의 감정적인 실체를 잡아내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작품에 툭 던져 놓으면 개개인들이 받아들이는 게 다르니까요. 그냥 그 순간에 보이는, 느껴지는 그대로를 감상해주세요.

서정도의 작품에는 인간의 근원적 존재방식이 숨어있다. 지금보다 나은 미래의 정신가치와 현재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철학적 해법이 있다. 자신의 예술관으로 작품을 제작하지만 그것은 이미 개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함께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더 포근하고 행복하다. 전시 ‘소박한 초대’는 정수화랑에서 8월 21일까지 열린다.

자료제공 : 씨즈온
문화취재기자 김소희 ( myseizeon@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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