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    업데이트: 22-12-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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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일상서 벗어나 자유 누리는 은행잎 박길자 화가, 오랜 시간 수묵담채에 전념_소비라이프Q(2010.12)
관리자 | 조회 655
  닫힌 일상서 벗어나 자유 누리는 은행잎

박길자 화가, 오랜 시간 수묵담채에 전념


 신항섭·미술평론가

재료는 화가의 조형적인 사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묵과 유채는 전혀 다른 물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두 재료를 써서 그리는 그림 또한 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수묵과 아크릴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작가가 재료를 바꿀 경우 조형적 사고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재료가 가진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까닭이다. 
박길자는 오래 동안 수묵담채에 전념해왔다. 수묵담채로 산수화를 그려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돌연 아크릴물감을 쓰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는 화단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 화제가 될 것도 없다. 하지만 그 자신으론 대단한 각오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어쩌면 이전의 작업자체를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겠기에 말이다.

전통적 기법과 다른 시각의 산수화 그려

실제로 그는 아크릴을 사용, 아크릴이 갖고 있는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끌리고 있다. 조형적 변화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쩐지 그의 새 작업에선 이전의 이미지가 묻어난다. 성질이 완연히 다른 재료를 쓰면서도 이전의 작업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재료특성에 따른 획기적 조형의 변화를 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경우처럼 차라리 자신이 익숙한 제재를 다루면서 새 재료에 적응해가는 게 순서인지도 모른다. 
이전 수묵담채화의 전통적 기법과는 다른 시각의 산수화를 그렸다. 개자원 화보(편집자 주: 芥子園 畵譜란 중국 청나라초에 간행된 화보다)에 준하는 전래필법 및 화법과는 다른 묘사기법이었다. 재료는 수묵담채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는 사실주의화풍에 가까운 것이었다. 선묘를 중심으로 하되 수묵의 농담을 조절, 명암효과를 얻는가하면 입체적 이미지를 중시했다. 
따라서 농담의 변화와 세부적 묘사, 사실적인 공간감이 강조되는 수묵산수였다. 게다가 옥수수를 전면배치하고 배경을 풍경으로 설정하는, 즉 근경과 원경을 대비시키는 독특한 구도를 즐겼다. 
이렇듯 그의 수묵산수화는 애초부터 전통적 산수화의 조형개념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뭣보다도 수묵의 농담변화에 따른 공간적 깊이를 중시, 선묘중심의 전통적 화법과 차별화된 산수화가 가능했다. 공간적 깊이를 중시한 그의 화법은 전래의 삼원법과는 확실히 다른 시각적 이미지 및 정서를 나타내는데 효과적이었다. 
수성이면서 채색재료인 아크릴은 발색이 화려해 현대미술에서 각광받는 물감이다. 수성이기에 작업이 빠르고 쉬우며 수정작업 또한 간편하기에 그렇다. 더구나 채색재료이니만치 색채이미지를 중시하는 작업에선 아주 매력적·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크릴 쓰면서 현대적 미적 감각 반영

그 또한 이런 아크릴 특징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기존의 소재 및 제재를 따르면서 새 재료를 진지하게 탐색한다. 실제로 수묵산수화에서 즐기던 자연풍경을 제재로 선택, 기존의 조형적인 사고 연장선상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아크릴을 쓰면서 역시 조형적 해석에서 좀 더 현대적인 미적 감각을 반영하는데 적극적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형태해석에서 벗어나 단순화하고 생략하는가 하면 재해석한다. 또 서로 다른 소재를 병치하고 평면을 도입하며 다채로운 구성적 화면을 펼친다. 
풍경을 부분적으로 확대시켜 은행잎을 배치하는 식으로 대담하고 간결한 이미지의 작업은 그의 조형적 사고가 새 재료와 만나 얼마나 자유롭고 거침없이 내닫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여기에서 은행잎이란 소재를 통해 이전의 작업과 연관성 없는 새 조형세계에 진입했음을 역설한다. 이전의 수묵담채의 풍경 위에 노란 은행잎을 여러 방식으로 배치, 초현실적화면구성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때 은행잎은 어떤 리듬 또는 질서를 갖고 배치된다. 여기엔 상징적 의미가 담겨있다. 어쩌면 은행잎은 전통적 습속에 갇혀 있는 자신의 미의식 및 미적 감정을 해방시키는 자유의 상징인지 모른다.
은행잎 존재방식 통해 대리만족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자유롭게 있는 은행잎의 존재방식을 통해 그는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은행잎이 갖고 있는 독특한 형태미가 되풀이해 등장하면서 화면은 초현실적이고 환상적 분위기를 지니게 된다. 상식을 깨는 은행잎의 자유로운 유희는 확실히 긴장감을 풀어주면서 시각적 개방감을 준다. 이처럼 그는 새로운 조형의지를 은행잎에 담아 닫힌 조형적 사고 및 일상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Who is 작가?
박 길 자
 
http://www.sobilif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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