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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문화마당] 소 그리는 화가 손만식[한국일보'08.12.26]
손만식 | 조회 1,294
소싸움 '청도' 출신의 운명?   "소띠 여자만 봐도 좋았죠"

전준호 기자 jhjun@hk.co.kr  
정경은 M+한국 기자

화가 손만식(44ㆍ미협청도지부장)은 ‘소만식’으로 불린다. 소싸움의 고장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소싸움을 보며 자란 그가 ‘싸움소’만 그리기 때문이다. 내년 기축년 소띠 해를 맞는 그는 31일부터 내년 1월7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예술가 15명과 함께 ‘더 프렌들리 카우(The Friendly Cow) 2009’ 특별전을 연다.

손 화백은 1996년부터 싸움소만 그리고 있다. 대구대 회화과와 영남대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싸움소에 빠진 것은 소싸움의 고장 청도 출신으로서 운명이나 마찬가지다.

“어릴 때 먼발치에서 소싸움을 구경하다가 싸움에서 진 소가 우리쪽으로 달려와 도망을 쳤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그는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싸움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매년 봄에 청도 소싸움축제가 열리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1990년대 말부터 매년 20여점의 초대전을 여는 등 지금까지 모두 200여마리의 싸움소를 화폭에 담았다.

“‘번개’를 가장 많이 그렸고 올해 3관왕인 ‘칠성이’도 단골”이라며 “소싸움축제때는 전국에서 몰려온 싸움소의 활력넘치는 모습을 캔버스와 카메라에 담느라 초대전에 크게 신경쓰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개인전만 16회다. 단체전을 헤아릴 수 없다. “이기고 거드름 피우는 소, 지고 도망가는 소, 상처 받은 소, 겁먹은 소들을 보고 있으면 사람과 소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싸움소에서는 보통 소와 달리 우람한 골격에서 힘이 느껴진다. 1톤이 넘는 싸움소를 보면 예술 수준이다. 그래서 그는 “한때 소띠 여자만 봐도 좋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소고기국에는 당연히 입도 대지 않았다.

싸움소를 그리는 그에게 천재화가 고 이중섭은 쉽게 넘지 못할 산이다. “이중섭의 흰소와 울부짖는 소 등은 일제 강점기 민족혼을 표출한 표현주의 작품이어서 농경생활속에서 사실적으로 그리는 싸움소와는 근본적으로 작품 세계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 하면 이중섭으로 통하죠.”

2001년 미협 청도지부를 창립해 지역 미술인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9월에는 ‘2008 러브 청도전’을 열어 청도 출신이거나 이곳에서 활동중인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특별전에는 손 화백의 ‘싸움소’와 박수근의 ‘앉아 있는 소’, 독도화가 권용섭의 ‘독도를 지키는 소’ 등 50여점이 선보인다.

손 화백은 “어느 때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내년에는 싸움소처럼 당당하고 우직하게 난관을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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