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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문학세계사, 이태수 열아홉 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 출간 / 경북일보 2022년 10월 7일 금요일
아트코리아 | 조회 491
경북일보 2022년 10월 7일 금요일
  
문학세계사, 이태수 열아홉 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 출간
 
승인 2022년 10월 06일 19시 41분 / 지면게재일 2022년 10월 07일 금요일 


 
나를 찾아가다 표지.
 
 
 
2018년부터 해마다 시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이태수 시인이 올해 연초에 출간한 ‘담박하게, 정갈하게’에 이어 열아홉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 (문학세계사)를 냈다.

‘그가 나를 부르지만’, ‘머나먼 꿈길’, ‘칩거하다가’, ‘산중에 깃들다’, ‘법당 연못’, ‘고탑 앞에서’, 눈새기꽃’, ‘찰나’, ‘부활’, ‘빗방울 전주곡’ 등 시력(詩歷) 반세기를를 앞둔 올해 봄부터 쓴 신작시(新作詩) 75편을 실었다.

‘실존·현실·초월’을 기본 명제로 한 철학적 사유를 부드러운 서정적 언어로 형상화해온 그의 이번 시집은 삶과 존재 문제에 대해 한결 깊고 그윽하게 성찰하면서 생철학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간다.

삶의 다양한 울림에 귀 기울이며 근원적인 자아를 찾아 나서는 꿈에 부단히 불을 지피는 그는 이 여정에서 자연을 매개로 삶의 활력을 되찾기도 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을 끌어안고 부활의 눈부신 지평에서 변증법적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감동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이 시에는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길’이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삶에 대한 허무와 외로움, 낯선 시간 의식 등을 그윽한 서정적 울림들과 다채로운 빛깔로 떠올린다.

특히 ‘길’을 모티프로 한 고적한 방랑자 의식과 자기동일성 회복에의 간절한 염원,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존재의 비상 꿈꾸기 등 더욱 웅숭깊은 시 세계를 구축해 보이는 실존적 비망록이자 생철학으로 읽히게 한다.

멀리도 온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 같다
가도 가도 거기가 거기다

반세기에다 스물다섯 해
구부러지고 이지러진 길

돌아보면 그런 무명 길을
속절없이 떠돌고 헤매온 것일까
미망의 꿈결 같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간다
다시 돌아온 봄날
아지랑이 저 너머로 가보려고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간다

거기가 거기라고 알아도 간다
꽃이 피고 이내 지고
흐리다 개다가 다시 흐려지는
이 풍진세상 길을
나는 덧없이 오늘도 간다
-‘덧없이’ 전문

시인이 돌아보는 지난날들은 무상감을 대동하며 존재의 부조리한 처지에도 직면해 있다. 기실 그가 걸어온 길은 고난과 역경의 여정이다. 이 뒤틀린 운명의 부조리에 대해 시인은 “돌아보면 그런 무명 길을/속절없이 떠돌고 헤매온 것일까/미망의 꿈결 같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시인은 길 위에 그냥 피투된 존재로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깨달음과 그 의지를 완강하게 끌어안는다. 주체적 시간성을 깨어 있는 현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추구한다. 자신 앞에 주어진 길이 “이 풍진세상”의 먼지투성이 길이지만, 미지의 새로운 ‘저 너머’의 세계를 동경하고 갈망하며, 언제나 깨어 있으려는 강인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한다.

시인이 꿈꾸는 미지의 세계는 주체의 결핍을 채워 줄 듯한 환상을 자아내는 욕망의 환유를 떠올려 보게도 한다. 그 꿈은 아무리 애써도 기표가 기의를 완전히 취하거나 소유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일는지 모르지만, 결코 이 초월에의 꿈꾸기를 접지 앓는다. ―곽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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