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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6

번영은 절체절명의 과제 ----------경북신문 2022.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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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은 절체절명의 과제

----------경북신문 2022. 12. 22
 
 

  조선조 중기의 학자 퇴계 이황은 나라의 힘을 키우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전국에 신작로를 동서로 다섯 개, 남북으로 세 개를 만들고, 집집마다 소를 두 마리씩 기르자고 조정에 건의했다. 하지만 큰길을 내면 오랑캐들이 쳐들어오기 쉽다는 이유로 대신들이 반대했다.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적인 발상에 부닥쳤던 셈이다.
  이 문제를 두고 삼성그룹의 고 이건희 회장이 한탄하면서 경제가 크게 발달할 수 있는 실용적인 자본주의 원리가 받아들여졌더라면 우리 역사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우리의 선비정신은 사회 지도자로서의 직분을 제대로 하며 국민과 함께 역사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희생정신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신이 사라진 자리에 소인 정신과 배금주의, 보신주의가 깊이 들어와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니었던가. 국가의 번영은 사회 지도층의 역량과 변화를 추구하는 빼어난 정신에 달려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도약은 이건희 회장 이전에 이미 눈부셨다.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은 인재를 중시하는 ‘인재경영’으로 국내 최고의 대기업을 일구고 이끌었다. 그 경영 정신을 이은 이건희 회장은 빼어난 인재를 받드는 ‘천재 경영’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위상을 더욱 끌어 올렸다.
  20여 년 전 ‘나라 위한 천재 키우기’를 위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어라”며 ‘양에서 질에로의 변화’를 외쳤던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10주년’을 맞으면서 내세웠던 화두는 길이 귀감이 돼야 한다. 그는 그 당시 노사 문제나 집단 이익을 위한 사회 혼란이 급감할 수 있는 2만 달러 시대에 돌입하려면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할 때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당시보다 아미 10년 전부터 앞서가는 경영을 펼쳐왔다. 외형을 중시하는 우리 경제계의 풍토에서 품질과 기능을 중시하는 변화의 추구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덕분에 외환 위기를 극복했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도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삼성은 1993년 이후 매출액을 연간 141조 원으로 3.4배, 세전 이익은 14조 원으로 무려 28배나 늘렸다. 수출액도 전체 국가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312억 달러를, 상장사 주가 총액의 27%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삼성은 이미 2010년의 비전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정하고,그 비전을 향해 매진했다.
  많은 사람들이 ‘국제화’를 내세웠지만 그 준비를 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됐던가. 지난 5년 동안 나라가 크게 흔들렸던 것도 ‘아마추어리즘’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경제적 환경은 비전을 가진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도자들은 그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역행하기만 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퇴계보다 훨씬 앞서서 인재 얻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가려내어 적절하게 배치한 임금이 있었다. 조선조 제4대 임금 세종은 일을 기획할 수 있는 안목과 관리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인재에게 위임하는 ‘천재경영’과 맡겨진 일을 충실하게 성취하는 유능한 인재를 부리는 ‘인재경영’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세종은 탁월한 인재에게 지휘권과 인사권을 통째로 위임하고, 유능한 인재에게는 구체적인 임무를 적절하게 배당해 일을 성취하게 함으로써 나라의 벼리(기강)를 세우고 태평성대로 이끌었다. 이 같은 세종의 국가 경영은 체계가 바로 서고 민심도 모이게 했다. 세종은 일을 잘한 인재들에게는 칭찬하고 후한 상을 주었으며, 일을 잘못한 관리에게는 서릿발같이 엄격하게 벌을 주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부정 사실이 드러난 관리들을 유배 보내거나 파직하고 귀양을 보내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어도 갈등 속에 살아야 하던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송구영신, ‘말 따로 행동 따로’ 윗물부터 악취가 진동하고 서민들에게 박탈감의 골을 더 깊게 했던 시대는 가고, 새로운 비전의 시대를 맞이하고 싶다. 탁월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나라의 벼리가 바로 서고 국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새로운 신명에 불을 지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새해의 새로운 국가 번영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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