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23-08-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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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 미술사박사 ) 평론글 중 일부
아트코리아 | 조회 169
Into the Memories – Drop time
2022년 07월 12일(화)~2022년 07월 17일(일)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6전시실
 
 
Into the Memories – Drop time
작가의 작업은 강한 색조 물감의 흔적과 시계가 등장한다. 화면은 확 뿌려진 듯한 흩어진 물감이 만들어낸 동세와 부드러운 질감의 흑백의 시계 표현이 함께해서 효과적인 대조를 이룬다. 이는 순간에 벌어진 일의 흔적, 우연히 벌어졌던 흔적으로 남는다. 되돌릴 수 없었던 사건의 의미를 강하게 예시한다. 그 강렬함은 흩어진 순간을 짧은 시간과 강함을 함께 나타낸다. 짧은 찰나의 시간으로 움직임을 따라가는 시계가 가리키는 관계를 설정한다. 그려진 시간은 그림이 만든 형태를 통해 언어적으로도 상동 관계를 만들고 있다.
 
대조되는 표현 방식은 던지듯 확 뿌려져 강렬한 색조가 흩어진 화면 모습의 상황과 목탄을 주로 사용하여 형태를 드로잉한 시계의 모습이다. 시계 표현은 목탄 입자가 부서지면서 표면에 정착하는 과정이 있다. 바탕 화면 결의 미세함도 결국에는 바탕에 고정하기 위해 적절한 압력과 농도의 변화로 분산되거나 손끝에 묻혀 꼭꼭 눌린 입자로 남는다. 그 바탕 결에 스며 정착한다. 이번 주제는 색과 질감의 대비로 시간성의 순간이나 찰나를 강하게 드러내며 ‘시간’이다. 고정되지 않지만 그림의 시간은 고정하려는 작가의 손결처럼 ‘그때’에 머물게 한다.
 
작가는 시간의 의미를 채플린의 ‘모던타임즈’와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소설과 영화의 의미에 공감한다. 이런 공감은 작가가 생각한 시간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데 일조한다. 시간도 깊이를 줄 수 있고 확장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된다. 이 순간이 영원하기만 바랐던 그때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이 있다. 작품에는 모던타임즈가 알려준 근대의 기계화된 생산 방식으로 인간이 기계에 예속되기도 한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간을 불안하게 한 시간 방식이 있었다. 이런 방식은 노동의 자기실현을 할 수 없고 잉여 생산을 만들어 임금 노동하는 노동자는 노동 강도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된다. 이러한 노동 속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모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그 소외를 넘어서 예수형은 작가의 꼭꼭 누른 손결의 온기가 접촉한 시간을 보여준다. 집중하고 자기의 손길을 기억으로 남기는 온전한 방식이다.
 
지금은 비어있는 것을 기억하고 그때를 함께 했다는 것은, 그러한 관계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어찌 보면 행운일 것이다. 시간의 관계를 느끼게 하는
예수형의 작업이 평면의 공간을 넘어 가슴 속으로 들어오길 기대한다.
 
양준호 ( 미술사박사 ) 평론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