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장정희는 색에 대한 끊이멊는 향일성을 지녔다.
대체로 욕심이 없고 간결한 편이지만, 그림에 대한 집착만큼은 강한 그가 세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개인전은 벚꽃이 필 무렵 창원 에서의 '대안공간 마루' 초대공모전 으로 먼저 시작한 후
대구로 이어진다.
그의 그림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그럼에도 애잔한 섬세함이 베어 있는데, 때로는 그 섬세함이 처연함으로 비추어 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산길, 호수, 꽃, 나무 등 비교적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화폭에서의 느낌은 두고온 샹그리아처럼 아련합을 준다.
아마도 그 대상 속에 숨어있는 본연의 신비로움을 잘 포착해 색으로 승화 시켰기 때문이리라.
또 그의 그림들은 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머리로 정리한 후 비로소 전해지는 그림이 아니라 한 순간 가슴으로 스며드는 따스함이 있는데
그것은 작가 시선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설명과 이해가 필요한, 그래서 난해한 그림에서 오는 이질감 을 버리고 아늣한 기분으로 상념에
잠길 수 있다는 점 이 참으로 인상 깊다.
지금껏 그래 왔지만, 앞으로의 그림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추구가 기대된다.
2003. 3. 박 정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