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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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03    업데이트: 22-04-04 16:03

정하해 시

국수
아트코리아 | 조회 216
국수
정하해


장날은 먼 데 사람들도 기쁘게 온다

가락이 투둑, 함부로 퍼진 그 한 그릇 먹자고

난전에 또 앉았다

등허리마다 간을 치듯 심심한 정이 그러니까

많이도 퍼져 덤이다

고만고만한 할머니들이 앉아 국수 가락처럼 맛난

사투리를 후루룩 주고받는다

입가가 볼록하도록 손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먹는

그 위의 눈망울에는 주금 지나간다

한 할머니가 긴 가래떡을 서너 개 든 봉지를 불쑥

들이밀며 '아나, 이거 뜨실 때 묵어라'

흰 떡가래가 국수처럼 이맘 저 맘 잡고 늘어진다

설이 코앞이라 보따리들이 푸짐한,

그렇게 점심나절 잠깐 나왔다

몇십리는 돌아서 갈 길이 또 저물도록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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