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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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8    업데이트: 13-10-16 12:32

마음의 시

검정 털신
정하해 | 조회 892
검정 털신

정하해

재래시장 신발 가게 앞에서
촌스럽고 우중충한 털신에게 눈이 간다

신발의 입술에서 부스스하게 박힌 털이
소박해서만 아니다
어느 발을 위해 저리 다소곳한지 생각할 뿐이다
째지고 트실한 그런 발을 가진, 한 사람이 생각난다
발개진 양발을 하고 세상을
건너가던 그가 새로 산 털신은
언제나 집만 지키게 했다
그렇게 건너다보면 시린 정도는
시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다
그런 줄 알았다
문득, 시려서 모든 게 시려서
그만! 이라는 그를 마지막이자 처음인 불을 안겼다
폭설이 퍼붓던 그날
따뜻한 화덕으로 그를 넣었다
그에게 불을 질렀다
참 따뜻하게 살길 바라면서
다시는 부딪치지 말자 그랬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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