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털신 정하해 재래시장 신발 가게 앞에서 촌스럽고 우중충한 털신에게 눈이 간다 신발의 입술에서 부스스하게 박힌 털이 소박해서만 아니다 어느 발을 위해 저리 다소곳한지 생각할 뿐이다 째지고 트실한 그런 발을 가진, 한 사람이 생각난다 발개진 양발을 하고 세상을 건너가던 그가 새로 산 털신은 언제나 집만 지키게 했다 그렇게 건너다보면 시린 정도는 시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다 그런 줄 알았다 문득, 시려서 모든 게 시려서 그만! 이라는 그를 마지막이자 처음인 불을 안겼다 폭설이 퍼붓던 그날 따뜻한 화덕으로 그를 넣었다 그에게 불을 질렀다 참 따뜻하게 살길 바라면서 다시는 부딪치지 말자 그랬다 그런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