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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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웃음이 인색한 - 2014-01-15 - 영남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861

깨지는 건 그릇뿐만이 아니다. 웃음도 깨지는 수가 종종 있다. 어떤 사물의 아름다움을 보면 웃음을 띠는 게 사람이다. 마음이 시키는 일, 즉 저절로 우러나오는 얼굴의 표정, 얼마나 다정하고 푸근하고 타인을 따뜻하게 하는 심성인가. 그런데 살다 보면 웃고 싶지 않을 때가 수도 없이 생긴다.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이 겪고 산다고 치자. 그러나 우리는 웃음에 인색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사람의 얼굴은 말이 튀어나오는 벽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웃음이 튀어나오는 벽도 된다는 셈이다. 물론 마음에서 어떤 동요가 일어나야 되는 것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먼저 웃어주는 일, 우리가 사는 데 있어 겸손이라는 게 있다. 사람의 지위가 높든 낮든 그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덕목 중 하나다. 멀뚱히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렇다고 자신의 인격이 올라가는 것 또한 아니다.

웃음은 정말 돈 안 들이고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일본 평론가의 ‘오리엔탈리즘’을 보면 노벨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와 프랑스의 클로드 시몽이 벌인 논쟁에서 ‘괄호’라는 말이 나온다. 전체를 보되 다른 특징은 괄호 안에 묶어 두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만약 사람에게 웃음만 떼어 괄호 안에 넣어버린다면 뭐가 될까. 모두가 성난 표정과 그런 인간관계 속에서 그 어떤 것도 나눌 수 없는 삭막하고 무서운 사회가 된다면 누구든 함께하고 싶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꽃이 웃는다고만 생각한다. 그것은 아무 거래가 없기에, 우선 밝고 예쁜 색을 가졌기에 당연히 웃는다고 여긴다. 그러나 사람도 면면이 살펴보면 각자 가지고 있는 색깔이 있다. 그런 아름다운 색을 칭찬하며 웃어주는 일, 적선 아닌 진심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따뜻한 사람으로 채워진 하루가 되겠는가.

내가 던진 부메랑이 결국은 나를 찾아 날아와서야 쓰겠는가. 미래에, 아니 내일 당장 내가 우울하거나 힘이 들 때 누군가의 웃음으로 내가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을 위해, 웃음을 나누는 일이 바로 미래의 나를 향해 보험을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일, 그것은 깨지지 않는 웃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주변이 한없이 많다면 그것은 성공한 인생이며 삭막하지 않는 여생이다.

정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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