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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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거리의 발견 2014-02-12 영남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783

 

중앙통으로 가는 길은 따뜻한 햇볕의 숲이었다. 순조롭게 미끄러져 나가는 길 위의 속도, 창밖의 간판들은 무슨 예술촌에 온 듯 현란하다. 담백한 그 집만의 장점을 알아봐 달라는 어떤 몸짓처럼, 읽는 재미가 사뭇 즐겁다. 사람이 많은 곳인 동성로에서 모임을 하기로 했다.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을 거라는 지레짐작으로 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시내로 진입하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 겨울 속의 볕살이 조금은 튀는 듯 보이지만, 사람을 향해 나있는 간판들이 어떤 건 역사를 말하려는 듯 먼지가 끼어 희미한 것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은 거리의 심장과 허파를 흘러다닌다. 거기에 비해 나는 그저 앞만 보는 운전으로 저들로부터 소경이 돼 갔던 건 아닌지 나에게 묻고 싶어졌다. 집 주변을 끼고 색다른 식당과 카페가 이렇게 많이 들어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아는 날이다. 굳이 산과 들을 찾지 않아도 내가 느리게 가면 다 보이는 것들, 저 무수한 간판들을 보면 그 집 주인의 취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웃게 한다. 어린 나뭇가지의 휘어지는 방향을 보면 바람은 어느 길로 와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있었다. 내가 디디고 다니지 않은 곳의 거리를 보노라면 그곳이 사람의 욕망을 채우기도 하고, 마음을 채우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거리마다 제시하는 사연이 있다. 거기에는 시대적인 정서와 그 시대를 끌고 가는 이야기가 있다. 한 시대를 살아갔던 인물과 역사적인 사건이 유산으로 남아,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스토리텔링이 되고 있는 곳도 있다. 대로변을 조금 비껴 골목으로 들어서면 유행의 흐름을 다루는 트렌드가 늘 새롭게 창조되고 있다는 걸 나는 느끼고 감탄한다. 이러한 것들이 도시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또한 모양에 반하고 정에 반하게도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발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절묘하게 색(色)과 맛을 내는 저 속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아무튼 어떤 트렌드든 인테리어만으로도 거리는 갤러리화되고 있음이 확실하다. 시내는 최첨단을 주도하는 젊음의 거리였다. 사람의 하루가 종일 싱그러워지는 그 젊음의 거리.


정하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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