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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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건강염려증을 앓는 사람들 - 영남일보 - 2014-02-19
아트코리아 | 조회 797

건강염려증을 앓는 사람들

 

유기농 채소라며 몇 줌, 먹어보라고 준다. 대한민국 어디든 남보다 좀 괜찮게 농사지은 것이면 다 최고라고 믿고 먹는다는 그는, 요즘 말로 ‘건강염려증’에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 물론 먹는 음식을 두고 장난치는 나쁜 사람도 많지만, 보통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겐 비싼 유기농은 과할 수밖에 없다. 온 산을 뒤져 몸에 좋다는 약초를 다 캐다 먹는 사람들, 그렇다고 병에 안 걸리는 건 아니다.

병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 50%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왕 먹을 거면 좀 더 나은 것 먹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인 줄은 안다. 하지만 먹을 게 넘쳐도 너무 넘쳐나는 게 문제다. 미리 예방차원에서 먹는 약은 또 수십 가지가 넘는다. 하루를 견디는 데 약에 의존해 사는 사람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은 자가 면역력이 있어서 나쁜 건 저절로 걸러내고 스스로 다스려 이겨내는 힘이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그렇지만 몸이 하는 일을 우리는 밖에서 다른 이물질을 들여보내 그것으로 하여 건강을 만들도록 한다.

그러니까 건강은 스스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음식과 약에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꼭 필요한 사람은 그야말로 아픈 사람과 허약한 이들이다. 자가 면역을 상실했을 때 자연의 도움을 받으면 심신의 안정으로 인해 입맛을 살리고 폐허가 된 몸의 기능도 돋우고 하는 것인데, 너도나도 유기농과 이것저것 보약밥상이다 뭐다 해서 거기에 몸을 맡기고 살려고 한다.

모임을 하다 보면 밥이 들어오기 전 무슨 약부터 먹는 사람을 더러 본다. 다이어트 약이란다. 모든 게 약으로 통한다.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을 약에 맡기고, 내가 미리 아플까봐 산으로 들로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사람은 물론, 그것을 맹신하는 동호회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 귀한 산천이 이런 사람으로 하여 마구잡이로 파헤쳐져 씨를 말리기에 토종식물이 아예 자취를 감추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학자들은 걱정한다. 장수촌의 비밀은 바로 소식(小食)이었다고 하니, 일어나지 않는 병에 너무 사로잡혀 먹거리를 과식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정하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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