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    업데이트: 24-03-19 19:09

전시회 소식

DIASPORA-손아유의 추상세계. 컬렉터 하정웅 '나눔의 미학' 전
포항미협 | 조회 1,090

DIASPORA-손아유의 추상세계. 컬렉터 하정웅 '나눔의 미학' 전

 

1. 전시기간 : 2013. 3. 15 - 4. 28


2. 전시장소 : 포항시립미술관


3. 전시소개


가. DIASPORA-손아유의 추상세계
포항미술사는 태동기인 1950년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포항의 경제성장 만큼이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만큼 한국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작가나 지역미술사의 여백을 채울 질적인 성과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강 하정웅 선생께서 기증한 포항이 고향인 재일교포 손아유의 1,680점의 작품은 포항 미술의 깊이를 더하고 맥을 형성하는데 큰 의미를 지닌다.


<디아스포라-손아유 특별>전은 작가 손아유와 컬렉터 하정웅과의 아름다운 인연과 약속에서 비롯되었다. 평소 손아유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 자신의 고향인 포항에 수장되기를 하정웅 선생께 얘기하였다. 지난한 한일근대사의 무대에서 두 개의 조국, 두 개의 고향이라는 재일작가로서 형이상학적인 그리움을 펼쳐 보인 작가 손아유와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정신의 만남, 그런 두 분의 만남이 지역에 더욱 특별한 의미로 기억되는 전시이다.
손아유는 어려운 환경과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한국과 일본의 중간적 존재로서, 화려한 색점과 춤을 추듯 자유분방한 선으로 자신의 존재를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작가이다.


불운한 환경은 오히려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재료로서 훌륭한 작품의 배경으로 작용 된다. 인간의 심리적인 불안은 자신의 육체를 혹사 시키며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몰두하게 되고 거기에서 파생된 행동들은 또 다른 세계관을 발견하면서, 불안한 정서를 정화하려는 심리가 내포 되어 있다. ‘손아유는 자신의 작품들은 자신의 치유를 위해서 그린 것이라고 하였다. 그의 작업들에서 엿 볼 수 있는 것은 평생 그가 겪었던 우울증 증세와 재일작가로서 정체성의 불안이 작업에 몰두하고 집착하는 요인으로 작용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다양한 회화적 표현 방법과 실험의 결과물인 다작의 작품을 남기게 되었고, 국제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손바닥 만한 종이 조각에도 펜과 붓의 놀림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손아유의 작품들은 수도자의 수련하는 마음으로 비우고 또 비우면서, 작품은 산이 되어 갔으며, 마치 구도자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찾고 알아가는 과정으로 작업에 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손아유 작품에 대하여 야 마구치 요조(후쿠오카시 미술관 학예원)는 ‘회화의 근원에서 나오는, 시각적 실험이라 논하였다. 손아유는 자신의 신체성을 수반한 무의미한 반복행위를 통해 사물의 보유한 물질성을 드러내고자 하였으며, 작가의 행위에 의해 드러나는 선과 색 그리고 공간을 통하여 사물에 근본 존재 양식을 보여 주었고, 그것들의 위치와 간격(사이)의 탐구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인 하고자 하였다. 손아유의 작품들은 색의 위치, 형태의 소거 또는 거리의 위치, 공간의 표리의 명제에서 볼 수 있듯이 공간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의식 혹은 무의식 상태에서 점을 찍어나가거나, 색과 선을 그어나가면서, 선하나 점하나에 대한 존재감은 우주적 질서와 조화를 꿈꾸고 있으며, 작가의 정체성과 존재를 확인 해 가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같으면서도 상이한 작품들을 많이 제작 하였다. 선하나가 주는 긴장감, 또는 색채와 색채와의 관계에서 오는 감성들을 평면이라는 공간에 우주적 질서를 부여하였으며, 물성으로서의 존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손아유가 재일작가로서 두 개의 조국, 두 개의 고향에서 담금질 해온 감성을 원초적이고 모성적인 형이상학적인 그리움으로 우주관을 펼쳐 보였던 작업세계의 마지막 정점은 그의 정신세계의 중심지인 고향이었다. 그의 우주관의 중심이었던 뿌리를 찾아 숱하게 고민하였던 그리움의 정서를 바탕으로 변모된 현대의 미감을 담은 그의 폭넓고 다양한 예술세계를 재일작가로서 새로운 추상적 미감을 펼쳐 내었다.


<디아스포라-손아유의 추상세계>전은 포항지역 미술사에서, 굵은 마디를 형성해 주는 의미 있는 전시이다. 이번전시를 시작으로 지역미술을 보다 더욱 깊이 있고 가치를 만들어 내어 지역문화발전과 지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하는 포항시립미술관의 지향을 더욱 굳건히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 컬렉터 하정웅「나눔의 미학」전


컬렉터 하정웅 <나눔의 미학>전은 이국땅에서 조국의 문화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동강 하정웅의 숭고한 메세나 정신을 널리 기리고자 마련한 전시이다. 문화나눔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사회복지 및 문화예술에 공헌한 하정웅의 나눔의 삶과 철학을 중심으로 인간 하정웅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 조명해봄으로써 그의 메세나 정신을 알리고, 이 시대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한일 미술 문화 교류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동강 하정웅은 40여 년 동안 피와 땀으로 수집한 미술품 1만여 점을 조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기증한 문화 메세나 운동가이다. 그런가하면 광주 시각장애자들의 복지를 위한 여러 가지 지원 활동에 힘써 ‘맹인들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이 시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라주를 실천하고 있는 하정웅. 그는 메세나 정신을 ‘공을 위해 사를 버리는 윤리의식’, 사심 없는 문화 지원 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삶의 원천이며, 그것이 인간의 참다운 태도와 정신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는 메세나 활동에 온 마음을 담아 그 뜻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하정웅은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해에 오사카에서 가난한 재일교포 노동자의 장남으로 출생하였다. 학창시절을 혹독한 가난 속에 아키타에서 보낸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에 진출하여 작은 규모의 전기회사에 근무하면서 야간에는 디자인학교에 다녔던 화가 지망생 이였다. 한때 과로와 영양실조로 인해 실명의 위기를 겪게 되었으며, 좌절과 절망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북송선을 기웃거리기도 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전자대리점을 경영. 전후 일본의 경제 성장 속에 탁월한 사업능력과 근면함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포항시립미술관에 포항 출신 재일교포 작가 손아유의 작품 1,680점을 기증한 것을 비롯하여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에 만여 점의 작품과 5천여 점의 자료를 기증하여 한국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재일교포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고, 1989년 제1호 맹인복지공로상, 1994년에는 국민훈장동백상을 수상하였다. 광주광역시와 영암군은 그의 문화예술업적을 기려 명예도로 ‘하정웅로’를 명명하기도 하였다. 하정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메세나 운동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정웅의 작품기증 및 사회 공헌 활동에 관한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이 선보이며, 자신의 컬렉션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기까지 예술작품에 대한 확고한 자기 신념과 나눔의 철학, 숭고한 메세나 정신을 이룰 수 있었던 그 실천의지의 원천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끝없는 조국사랑의 발현으로 평생을 사회를 위해 베풀고, 예술적 감동과 행복의 마음을 나누는 삶을 살고 있는 하정웅의 인생을 통해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각박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진정한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휴머니스트 하정웅의 삶과 철학을 마주하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메세나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해봄으로, 나눔의 정신의 참된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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