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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수십 번 덧칠로 오랜 아름다움을 그리다 2017-06-14 대구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784
수십 번 덧칠로 오랜 아름다움을 그리다

KBS 대구방송총국 갤러리 
18일까지 백천 서상언展 
한지에 추상 기법 불두 그려 
기존 작품관 변화 모습 보여
 
백천 서상언의 개인전이 KBS 대구방송총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머리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데 굳이 더 뭐가 필요하나?”

불두(불상의 머리)가 세상 밖으로 나들이 중이다. 세월의 풍파가 혜안으로 응집된 듯 고고하다. “잘살고 있느냐”고 큰 물음 하나 던지는 듯 관람객을 응시한다. “거친 세상일에 부딪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걱정과 티가 없어 안온한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라는 외침도 들려온다. 부지불식간에 침잠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달항아리를 중심 작품으로 그리려고 한지 앞에 앉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불두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의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이끌린 듯 불두를 그리기 시작했다. 내 작품이지만 그려놓고 벅찬 감동에 휩싸였다. 묘한 경험이었다.”

한지 위의 고미술이 만장처럼 나부낀다. 태고에 인간이 빚고 불이 정기를 불어 잉태한 분청사기, 청화백자, 찻사발 등의 고미술이 평면의 한지 위에서 또 다른 에너지로 분출하고 있다. 모든 것을 품어 안는 한지의 넉넉함과 고미술의 전통미가 만나 현대적 단아함으로 피어났다. 서상언이 민족혼을 상기하는 2017년 신작들이다. 

전시제목은 ‘송(松)·고미(古美)’. 소나무와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지에 노송과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의 불두(佛頭) 등의 고미술을 표현했다. 고미술은 민족혼의 상징적 대상으로 선택한 소재다. 그는 오랜 시간 문인화의 현대화를 이끌며 민족혼을 중심주제로 삼아왔다. 특히 21세기의 화두인 한반도 통일을 예술적 어법으로 표현하며 민족혼을 일깨웠다. 

“21세기 화두는 통일이다. 예술은 이념을 떠나 하나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매개다. 지난해에 백두산과 한라산을 하나로 잇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고미술을 통해 남과 북의 소통을 시도하며 온전한 민족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백천(白川) 서상언(61)은 전통문인화로 시작해 문인화의 현대화에 주력해왔다. 이번에 소개된 불두와 청화백자는 전통문인화의 소재인 사군자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자유분방한 형태미는 농익은 관념의 유희이기도 하다. 

“불두는 일필휘지 방식과 다르게 그렸다. 수십 번을 덧칠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억겁의 깊이감과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었다.”

서상언이 추상과 우주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작업이 추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단계라고도 했다. 수묵화가 현대적 감각으로 진화하고, 보다 높은 차원의 철학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추상과 우주는 필연적인 귀결점이라는 것. 

“수묵화도 현대미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인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박제된다. 추상은 현대미술로 가는 길목에서 수묵이 필연적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수십 번의 덧칠은 추상을 위한 방법론이다. 추상이야말로 고도의 섬세함을 품고 있어야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 섬세함을 위한 기제가 덧칠이다.

“우주야말로 얼마나 다양하고 기교적인가? 추상 또한 마찬가지다. 그 다양성과 깊이감을 담기 위해서는 섬세해야 한다. 추상이야말로 고도의 기교를 품고 있어야 감흥을 이끌 수 있다.” 

정체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계속해서 진화하기를 꿈꾸는 서상언의 전시는 KBS 대구방송총국 갤러리에서 18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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