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저는 시대적 소명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민족의 향후 70년을 준비하는 큰 염원인 ‘통일’이었다. ‘통일’이야말로 광복에 버금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작가의 역할은 작품을 통해 민족의 얼, 시대적 소명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보고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이 화두가 제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그래서 민족의 정기가 스며있는 명산을 찾아 스케치 여행을 했습니다.
대구시교육연수원 감꽃갤러리에서 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는 ‘통일’을 주제로 100호사이즈와 200㎝x70㎝, 140㎝x70㎝ 등의 규모로 백두산, 한라산, 금강산, 북한산, 등의 민족 영산의 기개와 정기를 표현 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전시작에서 가장 핵심 포인트는 푸른 기와지붕의 청와대다. 검은 먹으로 표현된 기골장대한 명산 아래에 푸른 청와대가 명산의 정기가 시작되는 지점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백두산 장백폭포에 떠오르는 해가 한라산 백록담에 떨어지는 풍경 사이에 청와대가 앉아 있는가 하면, 겸재 정선이 금강내산(金剛內山)의 전경을 그린 금강전도를 떠올리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금강산 만물상 아래에도 청와대가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음은 문인화의 현대적 해석을 더합니다.
남북은 원래 한민족으로, 저는 그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고궁을 떠올렸어요. 실제 제 작품에 청와대와 함께 고궁도 명산과 함께 자리해 있어요.
저는 전통 문인화에서 벗어나 문인화의 현대화에 천착해 왔다. 획일화된 전통 문인화가 갖는 소통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현대화된 문인화를 지향했다. 12m에 이르는 여명(黎明)작품은 저의 대표작으로 보며, 이번 전시 또한 문인화의 현대화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여행을 통해 직접 보고 스케치한 후 작품으로 완성하는 스타일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3년 전에 기획하고 틈틈이 스케치 여행을 다녀온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발길은 백두산, 금강산 외에는 남북 분단선인 38도선을 넘지 못했습니다. 분단이 발길을 가로 막은 것이다.
겸재 정선처럼 묘향산 등의 북한의 명산을 여행하며 정기를 담아내는 저를 상상하고는 합니다. 제가 이런 기획을 한 것도 그런 시대가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 모두의 염원인 ‘통일’을 드러내고,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아서 하루 빨리 통일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대구시교육연수원이라는 장소성도 전시의 의미를 더합니다. 대구시교육연수원은 초중고 교사들이 방학기간을 통해 정기적으로 연수를 받는 곳이다. 이들에게 이번 전시가 ‘통일’에 대한 조그만 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백천 서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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