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24-09-04 16:20

작가노트

白川 徐相彦 수묵, 우주와의 만남’ 展
아트코리아 | 조회 542
대구남구문화원 특별기획초대전
 
白川 徐相彦
수묵, 우주와의 만남’ 展

 
시인 김동원
 
이번 화가 백천 서상언의 제8회 개인전 “수묵, 우주와의 만남” 展은, 이미 그가 집요하게 추구해온 현대 수묵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해석한, 우주 추상 수묵의 새 경지를 더 깊게 열어 보인다. 그의 작품 세계는 매전시회 마다 기존 틀을 과감하게 파격한 독창적 상상력으로 유명하다. 현실의 실재 ‘운석隕石’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관통한 예술의 진실 위에서, 그 우주 수묵의 비밀을 찾는다.
「Eruption & katharsis」(130×100cm, 紙本水墨, ink on paper, 2020)는 화산 폭발을 동양의 음양陰陽론의 관점으로 색채화한 그림이다. 여성(대지)의 자궁을 뚫고 분출한 남성의 상징성을, 용암의 대폭발로 본 시각은 철학적이다. 천지의 격렬한 터짐은 한지 위에 붉게 솟구쳐 화폭 위에 장관을 펼친다. 지금껏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고정된 수묵의 먹 관념은, 백천에 와서 여지없이 부서져 우주로 확장된다.
「Face & voyage」(70×140cm, 紙本水墨, ink on paper, 2020) 시리즈는 우주 시공간에서 ‘별’과 맞닥뜨린, 고독한 자아의 성찰을 엿볼 수 있다. 무량수無量數의 우주에서 한 점 인간의 존재는 ‘무無’의 의미를 넘어 ‘생명의 신비로운’ 경외감을 보여준다. 별과 별 사이, 그 허공을 걷고 있는 인간의 직립 보행은, 이승과 저승을 바장이며 생사生死의 비밀을 캐묻는, 태초의 첫 인간의 고뇌 같다. 백천 서상언의 이런 우주적 화경畫境은, 21세기의 전인미답의 문인화 세계를 창조한다.
「Space & together」(52×100cm, 紙本水墨, ink on paper, 2020)는 우주 그 자체가 물아일체화로 승화된다. 별과 인간, 시간과 공간, 생과 사, 안과 밖, 물과 불, 현재와 미래, 몸과 정신, 여자와 남자의 이원론적 구조를 부정한다. 이 그림에서 백천은 현대 사회의 ‘빠름 · 갈등’의 독성毒性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명상 · 좌선’을 제시한다. 별(운석)은 밤낮으로 허공에 좌선한 상태로 자전 혹은 공전 한다. 어찌 보면 우주 그 자체가 하나의 ‘탄생과 소멸’의 명상 상태인지도 모른다.
하여 백천 서상언은 「Black hole」(100×130cm, 紙本水墨, ink on paper, 2020) 시리즈에서 광대한 우주를 인간의 ‘날숨’과 ‘들숨’으로 은유한다. 블랙홀은 죽음의 공간이자 화이트홀로 연결된 탄생의 길이다. 시간의 선線과 공간의 면面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풍경은, 우주의 파격적인 행위 예술이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궁극으로 생사는 하나임을 방증하며, 수묵의 한 점에서 또 다른 한 점으로 이동하는, 붓질에 비유된다.
「Deep sea」(100×130cm, 紙本水墨, ink on paper, 2020)는 한지와 소금의 스밈, 먹칠의 변화가 어떻게 화모니를 이루는지를 세월에게 물은, 철학적 질문이다. 이 그림이야말로 백천 서상언의 신명을 내던진 파묵破墨이자, 고정된 먹의 관념을 파격으로 몰아붙인 시도이다. 화폭 속에서 정신의 은유인 ‘소금’이 어떻게 소멸하고 전이되는지를 실험한 그림이다. 46억년 동안 떠돌아다닌 바닷물 · 소금 · 먹의 번짐과 수용을 통해, 인간 내면의 좌절과 절망, 고독과 상실감, 고뇌와 비탄, 소망과 희망을 물은 그림이다. 우주 속에 혼자 고립되지 않으려는, 화가의 심리적 불안과 함께, 끝내 도달할 수 없는 ‘떠돌이’의 냉혹한 비극과 비애감을 깜깜한 먹색 음화陰畫로 나타내었다.
「Meteor」(140×70cm, 紙本水墨, ink on paper, 2020) 시리즈에서 백천은 우주를 ‘Meteor(물질)과 ‘몸’으로 동일시하며, ‘반물질’과 ‘여백’을, 그 대칭점에 놓는다. 이것은 수묵 담채의 화폭 속에 ‘빔’과 ‘리듬’의 화론으로 드러나며, 결국 음양오행의 동양화풍의 세계에 닿는다. 궁극적으로 운석은 공空의 세계이자 색色의 세계이다. 「Revelation」(100×130cm, 紙本水墨, ink on paper, 2020)은 우주 생명의 경이로운 계시의 말씀을 먹의 번짐으로 그렸다. 말이 먹에 어떻게 수용되고 먹이 어떻게 말의 형상으로 드러나는지를 증거한다. 하여 백천에게 운석은 ‘몸’이자, ‘나그네’이며, ‘정신’이자, 불가사이한 ‘별’의 존재인 것이다. 화가는 이런 우주 욕망의 근원인 ‘운석’이야말로, 미래 시대의 인간들이 꼭 반추해 보아야할, ‘부름’과 ‘응답’의 상징이다. 하여 백천은 그림마다 ‘Fish(물고기)’를 이니셜화 하였다. 마치 ‘물고기 너는 누구인가?’, ‘인간인가, 별인가?’ 그렇게 묻는 태초의 말씀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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