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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근원적 자아 찾기를 위한 미학적 몸짓 _ 이태수의 『나를 찾아가다 / 미디어시IN / 2022.9.24
아트코리아 | 조회 447
근원적 자아 찾기를 위한 미학적 몸짓 _ 이태수의 『나를 찾아가다

생성과 소멸 넘어선 부활의 변증법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태수 시인이 열아홉 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문학세계사)를 발간했다. ‘실존・현실・초월’을 기본명제로 한 철학적 사유를 부드러운 서정적 언어로 형상화해온 그의 이번 시집은 삶과 존재 문제에 대해 한결 깊고 그윽하게 성찰하면서 생철학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간다.

삶의 다양한 울림에 귀 기울이며 근원적인 자아를 찾아 나서는 꿈에 부단히 불을 지펴온 그는 이 여정에서 자연을 매개로 삶의 활력을 되찾기도 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을 끌어안고 부활의 눈부신 지평에서 변증법적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감동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의 시에는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길’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삶에 대한 허무와 외로움, 낯선 시간 의식 등을 그윽한 서정적 울림들과 다채로운 빛깔로 떠올리게 한다. 그의 길은 고난과 역경의 여정이다. 무상감을 대동하고 존재의 부조리한 처지에 직면하게 하면서도 현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이 시집에는 죽음 혹은 소멸의 시편들도 다수 들어 있다. 그의 죽음 의식은 ‘현대판 곡비(哭婢)’처럼 직접적인 장면을 통해 사실적 관점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자목련 지다」와 같이 ‘꽃의 조락’과 결부된 비유적 형상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그의 애도 반응이 비탄으로만 귀결되지 않고 소멸과 생성, 삶과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독자들이 이 시집을 읽게 되면 자아에 대한 내적 부름을 통해 새로운 삶의 조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자기동일성 회복을 위한 간절한 몸짓을 만나게 된다. 내밀한 자아 성찰을 시라는 미학적 양식을 통해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이다.

 좌정

 

이태수

 

바깥을 향한 문에 빗장을 지른다

안으로 향한 문을 찾아 열기 위해

오로지 안으로 아래로 내려가려 한다

 

입을 닫은 채 귀를 열고 눈을 뜨면서

마음을 붙잡고 고요를 들으려 한다

조신하게 안을 향한 문을 열면서

고요 속에 들어 좌정하고 싶어진다

하염없이 가라앉아 나와 마주 앉아서

 

밖과 안의 나와 내가 하나 되려 한다

바깥을 향한 문에 빗장을 지른 채

안을 향한 문만 열어놓으려 한다

 

― 『나를 찾아가다』, 문학세계사, 2022.

출처 : 미디어 시in(http://www.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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